소담 한부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바람은 나 더러 걸으라 했지
걷는 대신 난 춤으로 답했지
무던히 내 자리를 지키고 싶었거든
비는 나 더러 울라고 했지
눈물이 흘렀지만 난 웃고 있었지
내 속엔 푸른 꿈이 출렁였거든
눈은 나 더러 깨끗하냐 물었지
하늘을 바라고 난 노랠 불렀지
그곳에 날 심고 싶었거든
이런 나를 행인들은
달콤한 혀로 갈채를 건네더니 갈 때는
벗어 놓은 제 신발 신고 가듯
한쪽 팔을 꺾어 가더라
나에겐 회초리는 많았지만
침묵으로 용서했어
그래도 난
저들의 잔소리가 싫지 않았어
잦아드는 권태에 허우적거릴 때면
늘 깨워 주거든
나 다운 나 되는 길을 찾게 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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