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기억, 추억과 망각 사이

김베로니카 ksj@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9-03 17:10

김베로니카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억은 무엇이고 추억은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본다 같이 지나간 일을 생각하는 일임엔 틀림이 없다사람이 자기 자신을 누구라는  인식  있다는 것은 나의 부모가 누구이고  형제를 알아보고 내가 살아온 고향주위의 많은 사람과 주변의 사소한 일상이 머릿속에 남아서  자신을 알고 나라는 존재로 살아갈  있는  같다  추억이란 기억에서    나가서 기억과는  다른 차원이다기억이 단순한 과거의 생각이라면 추억이란 아름다운 사람과의 이야기가 있다머리에서 생각해내고 가슴으로부터 울려오는 울림이 같이 우러나올 마음이 아파지면서 지나간 일이 생각나고 아직 감정의 아련함이 같이 묻어나오는 살아 움직이는 생각이다.


  기억은 감정이 없는 단순한 지나간 날의 순간순간을 생각해내는 중요한 과제이다 기억이 사라지는  우리는 나라는 자아에서 벗어나서 위태로운 인생길에서 헤매게 된다나이가 들어가면 기억력이 쇠퇴해지고 우리는 자주 건망증에 시달리면서 감정도 메말라가게 마련이다인간이 나이가 들면 외모도 변하지만마음가짐이나 생각의 한계도 줄어들게 마련이다우리가 젊었을  무슨 걱정이나 고민이 있으면 밤을 새워가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날밤을 지새우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 생각도 같이 힘을 잃으면서 쉽게 힘든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한다생각하는 것도 많은에너지가 소모되고 뇌에서 어려운 일은 하려고 하지 않고 피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서이다  젊은 시절 고민했던 많은 일이 지금 와서 보면  어처구니없게도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닌  같아서 그때  그렇게  날밤을 새워가면서 머리 아파했나 웃음을 짓게 만들기도 한다.


  기억도 중요하고 추억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중요하지만망각이란  은총이 우리에게 없다면 삶이 너무 힘들어서 아무도 끝까지 제대로 살아가지 못할  같다잊어버려도  일은 우리가  잊겠다고 작정을  해도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머리에서 희미해지면서 사라진다아무리 고통상처도 시간이 지나면 잊히고 엷어진다신이 우리에게 주신  축복이 아닐  없다인간이 살아갈  있게 마련해주신 신의 섭리 안에서 잊을  잊고 기억해야  것은 기억해야 한다살아있는 동안은 아무것도 우리를 아프게 해서 혼란에 빠지지 않게 주어진 삶에 충실해야 한다.


  기억보다 가슴이 뛰는 추억을 많이 간직   있는 인생을 산다면   삶이 행복할  같다추억도 사라지고 단순한 기억마저 없어지면 우리는내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존재의 자리마저 희미해져 무서운 병에 시달리면 살아가야 한다남은  생은 영혼이 없는 육신만 남아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그런 비참한 삶으로 변하고 만다누구나  제발 그런  많은 나에게 일어나질 않길 바라지만 아무도   없는 앞날을 어찌 장담  수가 있을까인간의 수명이 길어짐으로 젊은 나이에도 그런 병에 걸려서 고생하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보곤 한다 병은 완치할 수는 없고 오직 진행을 늦을 수만 있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한다조금씩 나빠지면서 언젠가는 생명까지도 앗아가는 치명적인 병임엔 틀림없지만옆에서 지켜보는 사람도 어쩌지 못하고 그저 가슴만 태우는  현실이다그러다 서로가 한계에 다다르면 극단의 선택을 하는 경우도 종종 보는  현실이다


    전에  드라마가 생각이 난다. 30 젊디젊은 나이에 치매에 걸린  여자를 사랑하는 연인들의 이야기인데 현실에서 그런 사랑을 하는 연인들이 과연 있을까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가 한동안 머리에서 떠나지 않던 기억이 난다좋은 조건의여자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사랑하던 여자가 치매에 걸린 사실을 알고 다시  여자에게로 돌아와 결혼하고 끝까지 곁에서 지켜주는 애틋한 사랑이야기인데 순간순간 가슴이 먹먹하도록 감동적이었다치매에 걸린 30살의 젊은 여자보다 곁에서 지켜보면서 같이 아파하는 남자의 사랑이 가슴에 남는 그런 이야기였다그건 드라마일 뿐이지 현실에선 있을  없는 일이라고 치부하기엔 아쉬운 생각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팍팍한 세상살이에서 그런 감동적인 사랑 이야기가 실제로 많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아직  세상은 아름답고 살만하다고 위로하고 싶은  마음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누구에게나 아름답고 잊지 못할 추억은 있게 마련이다삶이 답답하고 무료한  지나간 날의 한순간을 가슴에 담고 아련한 감정 속에 나를  맞기고 멍하니  속을 거닐어 보는 것도 좋을  같다시간이 흐를수록 감정은 조금씩 무뎌지지만 그래도 가끔은 추억 속에 잠겨 옛날의  날로 돌아가서 서성이다 돌아와 보자바람 부는 날엔 바람 속에서 들려오는  날의 목소리가 그리워서 가슴이 아려오는 듯한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언젠간  추억이 기억으로 바뀌고  기억마저도 망각의 늪으로 빠져버리면 얼마나 외롭고 메마른 가슴으로 살아가야 하는 걸까?


  올여름은 비도 많이 오고 날씨는 아직도  인양 서늘하기 조차하다이렇게 우울하게 비가 내리는 날엔 어디론지 떠나서 옛날 그때로 돌아가서마음조차 메말라가는 나에게 추억이 어린 빗방울을 가슴에 가득 담고 흠뻑 젖어 보기라도 하자나도 내일의 누군가의 아름다운 추억이  수도 있기에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아야겠다남은 날들은    돌이켜봐도 입가에 미소가 떠오르는 후회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싶은 마지막 바람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소슬한 기다림 2022.07.26 (화)
기다린다는 것은 기대와 설렘이 동반된다.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를 떠오르게 하는 즐거운 유년의 소풍 가는 날, 설 날 추석날 새 옷 입고 세뱃돈 받는 날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 보고 싶은 친구의 소식, 인생은 기다림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오늘을 보내면서 내일은 더 좋은 일만 생길 거라면서 또 희망을 건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더 하고 상처도 크지만 기다림에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사람을 설레게도 하고 무엇의 결과를 위해서 마음을...
김베로니카
차 한잔의 그리움 2020.06.22 (월)
후드득후드득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잠을 깨운다. 시계를 보니 4시가 조금 넘었다. 이 시간에 눈을 뜨면 더는 잠들기가 힘들다.  뒤척이다 아침을 맞이하기 일쑤다.  그런날은 머리도 개운치 않고 몸이 찌뿌드드한 게 기분도 별로 안 좋다.  아침에 눈을 뜨면 늘 그랬듯이 똑같이 시작하는 일상이 딱히 변한 건 없는데 왜 이리 감옥에 갇힌 듯  마음이 답답하고 힘들까?  요즈음은 생각이 더 많아져서인지 자주 잠을 설친다. 앞날의...
김베로니카
불씨 2019.12.16 (월)
어린 시절 우리 집에는 도자기로 만든 큰 화로가 있었다. 추운 겨울밤 그 화로에는 언제나 빨갛게 달아오른 숯불이 타고 있었다. 거기다삼발이를 올려놓고 밤도 구워 먹고 차도 끓여 먹었고 늦은 시간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된장찌개도 보글보글 끓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얼마나 오래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오랜 역사를 지닌 듯 보였다. 도자기에 그려진 호랑이 문양도 그렇고 금이 간 자리에 철삿줄로 얽어맨 모양도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는 듯 보였다....
김베로니카
  기억은 무엇이고 추억은 또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본다. 다 같이 지나간 일을 생각하는 일임엔 틀림이 없다. 사람이 자기 자신을 누구라는 걸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은 나의 부모가 누구이고 내 형제를 알아보고 내가 살아온 고향,...
김베로니카
곱게 누워 계신 엄마는 정말 아름다웠다. 연하게 화장한 얼굴에 고운 색의 한복으로 마지막 성장을 한 모습은 돌아가신 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장미 꽃 속에 계신 적이 있었을까……. 장미 한 송이도 손에 들려드리지 못한 자식들의 한을 풀어주듯 장미꽃 속에 그렇게 누워서 우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검은 색과 아름다운 유채색의 조화가 여기가 장례식장인지 모를 정도로 묘하게 어우러진다.  새벽의...
김베로니카
인연 2019.04.08 (월)
언제부터인지 원하지도 기다리지도 안았지만 슬그머니 옆에 와서 내 인생에 한발 디밀고 길동무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도 때가되면 소리 없이 소멸하고 스치듯 왔다가 사라져가는 자연과 우주의 삼라만상과 더불어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서 우연처럼 만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만남도 있지만 기억하기조차 힘든 그런 인연들도 많은 것 같다. 시작은 좋은 인연처럼 보이지만 끝에는 서로 상처만 주고 마는...
김베로니카
  바람이 휘 집고 지나가는 거리에 나뭇잎이 우수수 머리위로 떨어진다. 무수히 쌓인 나뭇잎을 보니 가을도 떠날 차비를 하는가보다. 하늘을 쳐다본다. 구름 한 점 없는 청자 빛 하늘이 왠지 낯설다. 고국의 이런 하늘을 바라본지 얼마만인지 가슴이 뭉클하도록 사무쳐온다. 가을이 떠나려고 마지막으로 온 몸을 내어맡긴 나무는 모든 걸 내려놓고 그저 무심하게 흘러가는 구름과 파란 하늘을 친구삼아 의연히 서있다. 나무에서 떠나버린 나뭇잎들은...
김베로니카
소리와소음 2018.08.08 (수)
금방이라도 숨이 멎을 듯 목 놓아 울어대는 새소리가 잠을 깨운다. 아직 새벽인 듯 어둠도 가시지 않은 이른 시간이다. 무슨 사연이있어서 저리 울어 대는지 안쓰러우면서 짜증이 난다. 깊은 단잠에 빠져 있을 시간인데 잠을 깨운 녀석들이 밉기도 하다.우리는 잠에서 깨면 소리와 일상을 시작한다. 고요 속에서 창문을 열면 밀려드는 싱그러운 바람과 함께 차 소리 사람들 얘기소리 새소리 등 잡다한 여러 소리가 내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게 해 준다....
김베로니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