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문학 등단 캐나다 뮤즈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산행 팀에서 테일러 초원의 만발한 꽃을 구경하고, 가리발디 호수를 보러간다고 했다. 호수까지 왕복 18km, 초원에서 호수까지 3km 총 21km를 걸어서 가야한다. 걷는 시간은 대충 7-8시간정도. 3년 전 같은 코스를 다녀온 경험이 있다. 그 때는 평소에 숨쉬기 운동만 하고 등산은 초보시절이었다. 평평한 곳을 올라가면 멋진 호수가 있다는 말에 솔깃해서 갔다가 ‘내 일생에오늘이 마지막으로 오는 것이다’라는 생각으로 돌아왔다. 물론 길은 좋으나 지그재그로 언제 끝날지 모르게 느껴지는 길을 한없이 내려와야만 한다.
사람의 기억력은 3년이 마지노선(Maginot Line)인가보다. 탈상도 3년 만에 하는 것을 보면 3이라는 숫자가 무슨 연관이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작년만 해도 절대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다짐 했었는데, 올해는 끔찍했던 기억은 사라지고 정상의 레이크 루이스보다 더 아름답고 멋진 호수, 드넓은 초원위의 아름다운 들꽃들만 생각이 났다. 그래서 지금까지 산에 다닌 실력이 얼마나 늘었는지도 궁금해서 도전해보기로 했다.
가리발디 호수는 밴쿠버 주변 하이킹 코스 중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동쪽의 거대한 스핑크스 빙하(Sphinx Glacier)와 남쪽의 센티널 빙하(Sentiel Glacier)에서 유입되는 해빙 수에 의해호수의 색이 청록색을 띤다. 스쿼미쉬(Squamish) 북쪽에서 37km, 위슬러(Whistler) 남쪽에서 19km, 밴쿠버에서 차로 1시간 30분정도가 걸린다. 호수의 길이 5km, 평균 깊이 119m, 가장깊은 곳은 258.7m이다.
산행 회원들과 아침 일찍 만나, 같이 가면서 씨 투 스카이의 멋진 산의 풍경을 보고 이야기도 나누며 거기에 대장님의 구수한 해설을 곁들인 말씀을 들으며 가는 길은 또 하나의 소소한 행복이다. 산행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대장님~ 얼 만큼 남았어요?” “조금만 가면 되요” 산행 초보자에게 항상 하시는 말이다. 그 말에 알면서도 속으며 결국 산행을 무사히 완주하게 된다. 처음 산행을 할 때 생각이 난다. 조금만 가면 된다는 말에 힘입어 산행을 마치고는 그 산 이름을 “도리도리 산”이라고 내가 붙였다. 너무 힘들었고 다시는 가지 않겠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중급(?)정도 수준이 되면 “조금만 가면 된다.”는 말은 걷는 사람을 더욱 힘들게 한다. 한 번은 씨 투 스카이를 올라가는데 그 말에 정말 다 온 줄 알고 체력 안배가 되지 않아 정말 힘들었던기억이 난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 말도 묻지 않고 가다보면 그냥 목적지가 나타나는 수준까지는 되었다. 하지만 산을 빠르게 걷는 수준은 아니고 그냥 쉬엄쉬엄 사진도 찍으며 즐기며 걷는 수준이다. 그런데 시간을 단축 한다면서 자기 능력보다 힘겹게 걸으면 오히려 활성산소가 생겨 몸에는 더 좋지 않다고 한다.
가리발디 레이크에 처음 갔을 때는 얼마나 먼지가 났었는지 모른다. 발만 디디면 먼지가 풀풀 났었다. 그래서 손수건을 마스크처럼 만들어 쓰고 다녀서 더운 날 나를 더욱 힘들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전 날 비가 와서 걷기에는 완전 쾌적한 날이었다. 7월 하순 정도에는 야생화가 장관을 이룬다. 그래서 이때쯤 가게 된다면 레이크까지만 다녀오지 말고 이왕이면 조금 더힘을 내서 올라가다 3거리가 나오면 왼쪽으로 가서 꽃을 보고 레이크로 돌아서 오면 1석2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
산행을 하면서 멤버들이 가지고 온 간식을 나누어 먹으며 올라갔다. 떡, 과자, 초코레트, 오이 등. 초원 쪽에 가면 생각 보다 멋진 산장에서 각자 싸가지고 온 점심을 나누어 먹는다. 잠시지나가는 비를 살짝 맞으며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꽃들 사이에서 멋진 포즈도 취해 보았다. 3마리 새가 날아와서 멤버들이 그들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이 부러워서 나도 무섭지만 시도를해 보았다. 처음에는 무서워서 소리를 질렀지만, 작은 새가 그 앙증맞은 발로 내 손가락을 감싸고 손바닥에 있는 먹이를 먹을 때는 작은 감동이 느껴졌다.
초원에서 호수로 가는 길에 멋진 색을 뽐내는 호수가 잠깐씩 보인다. 옥색과 청록색의 호수를 보며 ‘산 정상에 어떻게 저렇게도 큰 호수가 있을까?’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수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살며시 발만 담가보았다. 그동안 피로가 풀리는 느낌이다. 저번 보다는 수월하게 느껴져서 씩씩하게 걸어 내려왔지만 그래도 힘이 들었다. 걸어도 걸어도 1km, 나중에는 500m. 이러다 주차장은 나오는 것인지…. 저 멀 리 차가 보인다. ‘만세!’
가보고 싶은 곳이나 해야 할 일이 있다면, 꾀가 나고 도전하기에 어렵더라도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루라도 빨리 도전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도전을 했으면 개인차는 있겠지만 결국은 목적지에 도착하게는 된다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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