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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 뒤 자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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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7-09 16:46

書瑛강애나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바람이여 흩고 가거라
 꽃잎이여 흩 뿌려라
 활짝 피었던 복사꽃이 빗줄기가 되어도 슬프더냐
 피는 꽃 피는 대로 지는 꽃 지는 대로
 억울하더라 고 새가 울더냐!
바람에 쏠려서 머물지도 않을 꽃잎
잡을 수 없음에 가슴 아려 애통해 할거냐
봄 까치는 우는데 꽃잎이 피우기까지의 절절한 사연 알려 하지 마라.
나풀나풀 이유도 모르고 떨어지는 꽃잎엔
바람이 새겨 놓은 약속도 없더라
 한번 피운 꽃 다음 같은 꽃잎이 아니 듯
 바람이 가위처럼 잘려 놓은 아름다운 시간
 흩뿌린 꽃잎 주워서 책갈피에 꽂혀 미라로 둘거나
 한번 피는 꽃이 지는 것은
 여인의 마음이 사철 산에 높이 오른다고 누가 말했을까
 꽃 지어 밟히는 것은
 여인의 주름만큼 커진 상처를 뭉개 버리는 걸까
 하늘하늘 떨리어 가슴 죄던 꽃잎도
 나뭇가지 인연을 놓고야 마는데'
가지 사이에 붉어진 노을의 오열은
 하늘 끝에서 붉은 봉분을 더욱더 둥글게 만들더라
 그렇게 허공에 큰 강을 만들어 흐르게 하라
 그렇게 하늘은 출렁이는 바닷속으로 빠지게 하라
 그런 여인은 하늘의 인연을 승격하는 자이고
 그런 여인은 바람에 쏠려도 꽃 봉오리 움켜 쥔 
연분의 시 한 수 읊는 노을 속 낙조가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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