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무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이 처마 저 처마가
혹시나 질까 봐
얼굴이 빨개지도록
힘껏 서로 당기고 있을 때
나는
나비가 꽃인 줄 알고 내려앉던 분홍 영희 옷
어깨가 처질 만큼 무거운 아빠 외투
거기에 지난 밤에 영수가 누런 그림 그린 요까지
모두 팔 높이 받쳐 들고
고개 들어 볼 수 없이 찬란한 햇빛 아래
끙끙거리며 땀방울을 날렸다
신기하게도 해가 서쪽으로 걸어갈수록
팔은 가벼워져 콧노래가 나오고
내 마음도 뽀송뽀송
하루가 보람 있었다
마당도 없이 사는
요즈음 보람이네 아름이네 집에서는
사람들 시커먼 먼지가 내려앉아
내 친구들이 더러워질까 봐
식구들이 아프게 될까 봐
내 친구들은 햇볕 구경도 못 하게 하고
덕분에 나는 팔운동 할 일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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