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백철현]
겨울 나그네
겨울강 한복판에서
오래된 우산을 접는다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는데
처음처럼 하늘이 열리고
나를 휘감아 흐르는 강물은
이내 소용돌이치면서 저만치
하늘이 맞닿은 곳으로 사라져 간다
남은 길을 산다는 건
정말 미안한 마음으로 고질병 같은
또 나를 앓아야 하는 일
신발을 털고
모자를 벗어들면
새벽 눈 소복한 그대 정원에
한 발짝 들여놓을 수 있을까
가로등 같은 사람
등대 같은 그대
창을 닦는 마음으로 당신을 기다리고 싶다
남은 길
부디 순례의 길 되게 하소서
2017. 12월. 여의도 둔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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