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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6-07-29 09:21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시
너그러워 보이던 바다에 너울이 인다

 

다스리지 못한 감정이
이성을 제치고
창백한 입술 사이로 쏟아지며
그름은 없고
이유 있는 항변만 파고 드높다

 

차분히 쌓아가던 모래성 허물어지고
으르렁거리다 까치놀로 잠잠해지면
수화기에서
메일에서 
카톡방에서
회색빛 거품이 인다

 

시비의 멀미
나는 침묵을 배우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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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기도 2021.11.24 (수)
수수하던 이파리저마다진한 화장을 하는 이 계절에나도 한 잎 단풍이 되고 싶다앙가슴 묵은 체증삐뚤거리던 발자국세 치 혀의 오만한 수다질기고 구린 것들을붉게 타는 단풍 숲에 태우고 싶다그리하여찬란한 옷을 훌훌 벗고겸손해진 겨울 숲처럼고요히고요히사색에 들어입은 재갈을 물고토하는 목소리에 귀담아오롯이 겸허해지고 싶다나를 온전히 내려놓아부름에 선뜻 대답할 수 있기를겨울이 묵묵히 봄을 준비해봄이 싱그럽게 재잘거리는...
임현숙
6월 어느 날 2021.06.21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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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현숙
어서 오십시오 2021.01.04 (월)
임 현 숙 /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회원어서 오십시오나목 사이로 솟아오르는 새날이여  고난의 장벽을 뛰어넘어텅 빈 곳간에금빛 햇살이 넘실거리게 하소서  저 북방 거센 바람으로나이테 늘어도 버리지 못하는마음의 티끌을 키질하소서  웃음을 잃은 이에게 소망 박을 타게 하시고사랑을 잃은 이의 눈물을 거두어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겸손의 신발을 신고 배려를 지팡이 삼아무장무장...
임현숙
꼬들꼬들해지기 2020.07.20 (월)
산다는 건 세상과의 혈투이지상처가 너무 아플 땐어두운 골방에 숨어피고름 흐를 때까지 눈물만 흘렸어세상과 나 사이에 벽 하나 더 만들고딱지가 앉아서야 골방을 나섰었네벽이 늘어갈수록 상처는 아물지 않아짓무른 악취에 기절하고서야숨어 울면 세상에 진다는 걸 알았어그날부터 단단해진 벽을 부수었지골방에 햇살 들고 명랑한 바람 불어오니딱지가 꼬들꼬들해지잖아새살 돋는 간지러움바로 사는 맛이지.
임현숙
  멀리 고향을 떠나와 나처럼 외로운 건지 길섶에 옹기종기 살을 비비고 있는 조약돌들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따라가려 졸졸졸 거리지만 제자리에서 어깨만 들썩일 뿐   동해의 푸른 숨결 서해의 붉은 낙조 울안에 덩굴지던 능소화 마음 자락 별빛 헤며 기다리던 그 시간마저도 그리워라   세월은 쌉쌀한 기억마저 달곰하게 삭이어 낡은 그리움의 포로가 되고 맙니다.  
임현숙
...
임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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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늘 허약하셨던 어머니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친정 나들이 때마다고이 접은 쌈짓돈 쥐여주던 그 마음이제야 알 듯하여 가슴 저린데설핏 꿈에라도 못 오십니다사무치게 그리운 어머니풀잎을 스치는 바람으로 다녀가신다면흔들리는 풀잎 곁에 가만히 누워보렵니다엉클어진...
임현숙
봄은 2019.03.15 (금)
이 동네 저 동네 꽃 잔치굽은 풀잎 허리 펴고개울물은 좋아라 웅얼웅얼먹구름은 하얀 명주 날개 살랑봄 , 봄, 봄신나는 봄이란다딸, 아들, 강아지까지도 싱숭생숭가정에 봄바람 불어저녁 식탁 등이 늦게 켜지고설거지하던 고무장갑창밖 꽃가지 따라 출렁흔들리는 봄이란다진달래 꽃잎처럼 차려입고머언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
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