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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나라의 얼굴

임인재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1-15 16:44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경찰관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며 삶의 다양한 부분까지 안전하게 지켜주는 성실한 보호자요 안내자입니다. 장구한 인류의 역사 속에서 각 나라의 위상이 다양한 것 같이 경찰의 위상과 역할 및 평가도 나라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음을 몇몇 나라 도시의 경찰관들을 돌아보며 깨달았습니다.

 첫 번째로 영국 런던의 경찰관을 살펴보았습니다. 그들의 첫인상은 키가 훤칠하고 체격이 듬직하며 근엄하고 믿음직스러워 보였습니다. 영국 경찰관에게는 뛰지 않는다, 큰소리 내지 않는다는 수칙이 있는데 이는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지 않으려는 배려입니다. 영국 경찰관은 어린이들의 우상이고 많은 소년의 꿈이 커서 경찰관 되는 것이랍니다.

런던에서 들은 이야기입니다. 어느 날 한 외교관이 주차 금지구역에 주차하고 잠깐 일을 보고 돌아와 보니 한 경찰관이 주차 위반 딱지를 떼고 있었습니다. 그 차에는 외교관 번호판이 붙어있었습니다. 급한 일이 있어 잠깐 세웠었는데 당장 떠나겠다면서 사정해 보았으나 그 경찰관은 자기는 자기가 할 일을 하고 있다면서 기어코 그 딱지를 떼어 넘겨줍니다. 그 사람은 그 딱지를 그냥 공중에 날려 버렸습니다. 이 광경을 지켜보던 도로변의 노동자들이 박장대소를 합니다. 그 경찰관은 못 본 체하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계속합니다.

 그 다음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경찰관은 외모부터가 다릅니다. 다소 호리호리한 몸매에 키도 런던 경찰관들 보다는 작은 듯했습니다. 런던 경찰관들은 경찰봉을 가지고 다니는데 파리 경찰관은 아무것도 들고 다니지 않습니다. 전에는 파리 경찰관들도 경찰봉을 들고 다녔답니다. 그런데 60년대 어느 해 국회에서 논쟁이 벌어졌습니다. 경찰 책임자가 국회에 불려갔습니다. “경찰관들이 경찰봉이라는 몽둥이를 가지고 다니는데 그것으로 무엇을 하자는 것이냐, 그것으로 사람을 때리려고 하는 것이냐?” 는 질문이었습니다. 그 경찰책임자는 “그런 일 절대로 없습니다”고 답변하니 “그렇다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주는 그 몽둥이 들고 다니지 마라라 “하였고 그 후부터는 빈손으로 다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참으로 웃음이 절로 나오는 이야기 아닙니까. 내가 보기에도 파리 경찰들은 만만하고 귀엽고 사랑스러워 보였습니다.

대사관부 무관으로 근무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하루는 운전 중 깜박 교통 법규를 위반하였는데 마침 경찰이 옆에 있어 제지를 당했습니다. 그 경찰관은 약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위반사항을 지적하는 것입니다. 단속보다는 항의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마 외교관 차량표지판을 보고 하는 반응인 것 같았습니다. 나도 처음 당하는 일이라 다소 당황했지만, 그저 조용히 미안하다고 했더니 이 경찰관 내 반응이 의외라는 듯 굳었던 표정이 확 풀리면서 잘 가라는 듯 신호를 보냅니다.

교통정리를 하다가 운전하며 지나가는 예쁜 여자를 보고 “귀엽군” 하고 한마디 하는 경찰관도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런던 경찰관들과 아주 대조적이지 않습니까. 귀엽고 사랑스러운 파리의 경찰입니다. 이렇게 경찰관은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그 나라에 대한 강한 첫인상을 심어줍니다.

 미국의 경찰은 강인한 체구에 완전무장한 모습이 특공대원 같습니다. 마피아 같은 범죄 집단과도 대처해야 하니 당연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믿음직스럽습니다. 또 다른 면은 시민의 사소한 민원에도 즉각 응답하며 가정 폭력 등 모든 폭력성 위협에 대응해 즉시 해결해 주는 모습입니다. 가끔 흑백 인종 차별에 연관된 과잉 진압으로 손가락질을 받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경찰에 대한 시민들의 믿음은 확고합니다.

 우리가 사는 이곳 캐나다 밴쿠버의 경찰은 어떻습니까. 영국 프랑스 미국 경찰의 좋은 점들을 모두 따온 최고의 경찰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일부 지역의 경찰관 수가 좀 부족하고 범죄예방책이 미흡하다는 여론이 있기도 하지만 경찰에 대한 큰 불만은 별로 없지 않습니까. 어쩌다 몇 년에 한 번씩 과잉 진압이 보도되기도 하지만 위험이 따르는 현장에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실수라고 옹호해주고 싶습니다. 캐나다가 살기 좋은 곳이라고 하는 여건에는 캐나다 경찰의 공헌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고의 칭찬과 격려를 보내고 싶습니다.

 끝으로 우리 조국 대한민국의 경찰을 생각하니 어쩐지 가슴이 찡합니다. 우리는 경찰에 대한 강한 회의와 연민을 동시에 갖고 있습니다. 우리는 경찰을 생각하면서 쓰라린 일제 강점기를 연상합니다. 70년 전에 끝난 비극을 아직도 마음속에서 떨어버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노년층은 일제 강점기의 일본인 앞잡이 고등계 형사에 대한 이야기를 너무 많이 들으면서 자랐습니다. 순사 온다고 하면 우는 아이도 그친다고 했습니다. 이런 감정은 젊은이들에게도 전염되어 경찰을 경시나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아직도 있는 것 같습니다. 술 취한 무뢰한이 경찰 파출소에 침입하여 기물을 파손하는 못된 행동, 힘 좀 쓴다는 인물이 경찰에 폭언 심지어 협박까지 한다니 이것이 말이 되는 소리입니까. 선진국은 까마득한 이야기입니다.

 지금의 우리 경찰관은 우리의 사랑하는 자녀요 형제자매들입니다. 우리 삶의 행복을 지켜주는 헌신적인 그들을 무시하고 하대하다니 이 어찌 된 일입니까, 이래서야 후진국이란 소리 안 듣겠습니까. 그리고 요즘의 경찰관들은 어려운 경쟁을 거쳐 선발된 엘리트들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경찰 간부들은 하나같이 훌륭한 성품과 능력을 갖춘 출중한 분들입니다. 오늘도 우리를 위하여 모든 수고를 다 하는 우리의 자랑스러운 경찰관들에게 사랑과 격려의 박수를 보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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