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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5-05-09 10:10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시계가 오후 10시 늦은 밤임을 알릴 때쯤 우리 가족은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공항을 가기 위해 문밖을 나섰다.  큰아들이 세 달간의 일정을 가지고 한국과 대만 방문을 위해 장도의 길을 오늘 새벽 출발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밴쿠버 공항은 늦은 밤인데다 비행기 이착륙 횟수가 적어서인지 일부의 쇼핑 부수가 문이 닫혀 있고 간단한 스낵 음료 부수만이 손님을 힘없이 기다리고 있었다, 늘 상 분주했던 공항 분위기 와는 사뭇 다른 한가함과 적막감이 교차했다,
양 우측으로 길게 나누어진 항공사 탑승 데스크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우선 먼저 출국할 항공사 안내 데스크를 찾아갔다 비교적 한가롭기만 했고 탑승카운터는 이미 낯익은 곳이기도 하다
몇 번에 걸쳐서 중화항공과 에어 캐나다 그리고 대한항공 등등 각기 다른 항공사의 가격요건과
좌석 상황 등을 고려해서 난 캐나다를 불과 일 년 전만 해도 일 년에 몇 번씩 오고 갔던 나그네의 공항이기도 하다
 
오늘은 내가 아닌 큰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공항 출국장에 나와 출국 절차를 밟았다, 중화항공은 새벽에 비행 일정이 잡혀져 있는 유일한 항공사이기도 하다.
다 늦은 밤 큰아들이 출국 심사대를 들어가기 전 입구에서 가벼운 포옹을 한 뒤에 떠나 보냈다
몇 달 후 다시 돌아올 기약이 있었기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보낼 수 있었고 아내도 눈물 대신에
가벼운 미소로서 아들을 배웅했다
 
공항은 늘 설렘으로 새로운 곳을 찾아 떠나는 곳임에 반면 아쉬움과 이별의 출국장이기도 하다
또한 출국과 입국이 상반된 느낌으로 공존하는 곳이기도 하다
불과 일년 전 가족을 캐나다로 먼저 유학을 보내고 6년 반이라는 긴 세월 동안을 나는 기러기 아빠가 되어 밴쿠버와 한국을 오고 가는 일을 반복해 나갔던 이별과 눈물이 엉켜진 장소이기도 하다
입국장에서 오랜만에 보는 가족 그리움의 만남의 재회를 위해 몇 달 전부터 가져갈 짐을 쌓아두고 설렘으로 잠을 설쳐 가면서 기다렸던 기억들이 아직도 생생하다
올 때마다 부쩍 커가는 애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세월의 격세지감을 느꼈던 시간이 순간 스쳐 지나가면서 가슴이 뭉클 해졌다
 
가족들과 짧고 아쉬운 여정이 끝나 한국으로 출국하는 날에는 온통 마음 전체가 무거웠고 출국 심사대를 들어가는 입구 앞에서 또 이별해야 했던 숱한 반복의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떠나가는 입장으로만 찾아왔던 공항은 떠나보내는 입장으로 전환되어 아들을 배웅했다
 
출국장을 빠져 나갈 때 손에 이끌린 여행용 가방을 끌고 터벅이는 발걸음을 멈추지 못하고
탑승구를 힘없이 빠져나갈 때의 기러기 생활 그것이 오랜 나의 자화상이 되어갔던 시간을
오늘 공항을 빠져나오면서 많은 생각들이 교차하는   감정들이 밀려왔다
공항은 이젠 이별이 아닌 새로움으로 벅찬 하늘의 날개를 달고 갈 수 있는 곳이었음 하는
바램을 순간 가져보면서 힘없이 뭔가 허전함을 내려놓지 못한 채 주차장을 향해 걸어나갔다
늘 가장인 날 보내고 공항을 빠져나올 때 힘겹고 허전해 했었을 가족들의 마음이 지금 내가
느끼는 감정들이 예전에 가족의 마음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왠지 미안함이 밀려왔다
 
옛말에 바다가 육지라면 이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단지 바다가 육지일지라도 내 조국
내 고향은 걸어가기엔 멀기만 한곳이다, 공항은 품을 내주고 때론 품을 거두어 드렸다
비행기가 뜨고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고향이 또한 그리워진다
언젠가 저 비행기가 하늘을 날아 내가 그리워하는 곳을 향해 갈 날개에 꿈을 상상해 보면서
잠시 그리움과 행복의 교류가 엇갈림으로 스몄다, 내리던 비가 그치고 희미하게 가로등이
지쳐있는 하루를 어둠 속에 내려놓고 지나쳐 가기 위한 몸부림의 소리가 들려온다
 
오늘도 또 시간과 이별하고 새로운 아침의 변화된 오늘이 열려 오고 오늘이라는 날은 어제의 과거가 되어갔다, 바람이 숨을 죽이고 휴일의 풍경은 고요함으로 아침과 만났다
지금도 또 다른 하늘 상공을 향해 분주히 날갯짓하면서 하늘 위에 날고 있을 아들을 태우고
가고 있을 비행기를 그려본다
 
그리고 조용한 아침 어디선가 비행하는 비행기 소리가 고요를 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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