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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쿠버한인문협/시] 겨울 들판에 서 보라

김영주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4-02-21 16:47

키 큰 나무들이 붙어서서  연인 같다
 
벌써 여러번 나는 그 앞을 배회하고 있다
그들 사이에 끼어서 이방인인 내가
 
하필 그때쯤 가로등이 떼지어 불 켜지고
하필 그때쯤 폭설이 쏟아져
허름한 외투 속의 내 육신이
잠시 어둑해지는 사이
나는 많이 외로웠나보다
 
진흙으로 나를 빚어
내 손을 잡아준 이여
 
누가
아담 하와의 옷을 입혔는지
나는 왜 그 옷을 벗어 버리지 못하는지
자꾸 태어나고 또 태어나는
죄 같은 생애
 
겨울 벌판에 가 보아라
속죄하듯 하얗게 눈이 내리는데
세상은 비밀스럽게 아름답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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