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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영 연재詩] 햇빛 사냥

김해영시인 haeyoung55@hotmail.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1-02-11 16:17

                      햇빛 사냥

일요일 오후,
문득 겨울비 장막이 걷히고
안개가 길 잃은 고양이처럼 어슬렁거리는 골목을 나선다
낙엽이 협궤열차처럼 뒹구는 길목에 서서
서리 낀 잔디에 사금파리처럼 박힌
햇살 조각을 응시한다
한가와 무료,
자유와 혼돈,
미답의 시간이 품은 두려움과 긴장,
일탈의 편린들을 뒤로 한 채 햇빛 사냥을 나간다
가슴에서 어린 꿈 하나 꺼내서
금빛 갈고리를 달아
철갑처럼 단단한 겨울 무지개를 향해 던진다
낚시 바늘이 얼음처럼 차가운 심장에
파릇한 생채기를 내고
금 간 하늘이
유리 파편처럼 쏟아지는 빛의 폭포 아래
발가벗은 짐승이 떨고 있다


<시작 메모>
무너질 것 같지 않은 겨울의 담장에 태클을 걸어본다.
가슴에 묻어둔 오래된 소망을 미끼 삼아 낚시질을 하다가 뜻밖에 안개 너머 웅크리고 있던 햇살 한 조각을 낚는다.
어영차, 낚시 바늘을 당겨본다. 뜻밖에 두껍게 얼었던 하늘에 금이 가고 얼음이 풀리면서 빛이 유리 파편처럼 쏟아진다.
빛의 홍수 아래 제 스스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여린 몸을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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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처럼  이른 병상을 걷어내고 일어난나,바장이는 2월의 마음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오는님 발자국 소리에내닫는하얀 버선발 이른 봄볕의 입맞춤에서른 날을 채우지 못하고까르륵지어버린 선웃음 설익은 정분을매운 고추바람으로 다독여농 익힌 봄의 분내 <시작 메모>병상과 일상을 오가는 나, 2월처럼 겨울과 봄 사이를 서성인다.봄을 목말라 하는 2월은 차마 서른 날을 채울 수 없어 계절의 모퉁이에서 서성이며 이른 봄내를 풍긴다.  
김해영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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