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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잘 안 하는 아이는요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2-20 17:34

진이는 유난히 부끄러움 많습니다.

 

 부끄럼 많고 낯가리기 심한 아이들이 모두 그렇듯 진이도 낯선 사람에게든 선생님에게든 엄마친구들 친척들에게 인사를 잘 안 합니다. 엄마는 걱정이 많습니다.

 

 "얘는 생전 인사를 안 해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야단도 치고, 달래도 보고 잔소리도 하고 그런데도 절대로 인사를 안 해요."

 

 프리스쿨 연령의 아이들부터는 엄마나 아빠가 다른 사람에게 자신에 대해서 하는 말들을 아주 유심히 듣습니다. 그리고 부모님들이 하는 말들을 은연중에 마음에다 새깁니다. 그런 사람으로 자기도 모르게 되어가는 거지요. 내면화 작업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겁니다. 주위의 중요한 사람들이 바라보는 대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겁니다.

 

 진이는 사실 인사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잘 못하는 겁니다. 그럴 때엔 조금 어려운 용어이지만 상반행동 강화 원리라는 방법으로 도와 주어야 합니다. 자꾸 강요하면 더 안 하게 되고 그렇게 대놓고 듣는 데서 인사를 안 해서 걱정이라고 말하는 건 딱 그렇게 되도록 열심히 돕는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부끄럼이 많아서 그래요 라고 변명하는 것도 좋은 방법 아닙니다. 학교에 와서 선생님에게 인사 안 하거나 친척들 만났는데 인사 안 하면 엄마가 무안하기도 하지요. 버릇 잘못 가르친 것 같기도 하구요.그럴 땐 무조건 엄마가 먼저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겁니다. 그리곤  '진이도 인사 잘 할거예요. 이렇게 엄마처럼 인사해보자." 하면서 엄마가 한번 더 공손히 인사합니다. 그래도 안 하면? 그냥 아이에게는 더 이상 강요하지 말고 "다음엔 잘 할거예요. 그렇지?" 하고 지나 갑니다.

 

 제가 아이들에게 늘 하는 방법입니다. 제가 아주 깍듯이 "안녕하세요?" 하고 허리 굽혀 인사하면서 아이가 같이 인사 안 해와도 그냥 다시 두어 번 더 하지요. 이렇게 인사해볼까? 하구요. 그래도 안 하면 "다음엔 잘 할거예요~" 하고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갑니다. 그리곤 다 함께 모여서 하는 활동에서 인사는 왜 해야 하는지 이야기 하고 어떻게 하는지를 일일이 한 명 한 명씩 연습들 해봅니다.

 

 엄마는 학교 오는 차 속에서나 아니면 누굴 만나러 가기 전에 만날 사람을 알려주고 만나면 어떻게 하면 좋겠다고 미리 알려 줍니다. 인사를 잘 하면 사람들이 예의 바른 아이라고 칭찬한다는 것과 엄마도 진이가 그런 칭찬을 들으면 아주 기분이 좋다라고 이야기해줍니다.

 

 매일 반복하셔야 합니다. 가능하면 아주 친절하게 처음 말해주는 듯. 비록 골백번(?)을 하셨더라도...(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단순한 반복 이상 좋은 방법이 없습니다.)

 

 드디어 어느 날 진이가 인사를 예쁘게 하면 그때 잊지 말고 긍정적인 반응을 해주어야 합니다. "보세요, 진이가 이렇게 예의 바르게 인사하지요~ 다음에도 이렇게 잘 할거예요!" 저도 그럴 땐 함께 긍정적인 반응을 해줍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이야기해주지요. 진이처럼 저렇게 인사하는 거라고. 안 했을 때는 무시하고 잘 했을 때 긍정적인 반응해주는 겁니다. 이것을 상반행동 강화 원리라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잘 했을 때는 당연하고 못했을 때만 꼭 지적하는 버릇들이 있지요.

 

 그렇게 한번 잘해서 기분 좋은 칭찬을 들은 아이는 그것을 내면화하는 작업을 시작합니다. 인사는 그렇게 하는 것, 그리고 그것이 예의 바르고 멋진 행동이라는 것. 나는 인사를 잘하는 아이라는 것 등을 말입니다. 그리곤 다음부터는 더 잘하게 되지요. 인사하는 일이 쉽지 않은 진이 같은 아이들은 예의가 없어서가 아니라는걸 기억하시고 오늘부터 이 방법을 써 보시기 바랍니다. '상반행동 강화 원리!'

 

 진이는 허리 굽히는 대신 엉덩이만 쑤~욱 내밀지만 그래도 배꼽에 손 얌전히 얹고 고개는 깍듯이 숙이며 인사를 참 잘하는 아이 되었습니다. 어려운 한국식 인사 예절 잘 배운 자랑스러운 이민 후세입니다.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
칼럼니스트:이재경| Tel:604-931-8138
Email:kidsvillage@shaw.ca
홈페이지:http://www.kidsvillage.ca
키즈빌리지 몬테소리 프리스쿨 원장
  • BC E.C.E.(Early Childhood Educator)
  • SHARE Family, Community Services 소속 parenting program Facilitator
  • 부모교육 프로그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부모자녀 대화법 전문강사
  • 한국,캐나다에서 25년을 아이들 함께 그리고 부모교육을 20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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