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요가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12-12 14:49

어둑어둑한 창 밖으로 연신 비 내리는 창 밖을 가리키며 아이들은 오늘도 연신 물어 옵니다. "오늘 놀이터 가요?" 뻔히 비 내리는 것 보면서도 "오늘 비 쬐끔 밖에 안 와요." "모자 있어요" "우산 쓰고 가요" "그냥 뛰기만 해요" "미끄럼, 그네, 시소... 안 타도 되요" 몸에서 자연적으로 나오는 싱싱한 에너지를 마음껏 퍼내지 못해 안달하는 아이들입니다.

겨울이면 교실에서 운동을 하면서 아이들은 그 싱싱한 에너지를 퍼냅니다. 에어로빅으로 그리고 요가로. 요가 동작들을 하나씩 천천히 가르치면 아이들은 무어 그리도 웃기는지 킬킬거리고 몸을 들썩이고 펄펄 뛰면서 멈어갑니다. 운동을 계속 할 수 없을 지경이 됩니다. 고양이 자세, 멍멍이 자세, 활, 배, 나무, 박쥐, 초승달 자세 등등
의도하지 않았는데도 '웃음 요가"가 되어버리는 겁니다. 아이들 웃는 모습보고 내가 킬킬거리며 웃고 내 웃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또 넘어갑니다. 그렇게 한참 웃다가 다시 수습해서 요가 는 조용히 하는 거라고 일러주며 천천히 자기 숨소리 듣기 하며 들숨과 날숨 고르기를 하고 다시 시작하기도 합니다.
아이들 웃게 하는 데는 무어 그리 큰 기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간단한 몸 동작 하나만으로도 허리를 반으로 딱 접고 신체 전부를 다 사용해서 웃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질병에 걸려도 금방 이겨내고 건강하고 생기 있고 아름다운지도 모르겠습니다.
요가 동작 중 반 물구나무 서기 동작을 빼놓지 않고 즐겨 합니다.
군대에서는 '원산폭격'이라는 무시무시한 벌의 한가지라는걸 요가를 하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체중의 반을 머리에다 두는 이 동작은 물구나무 서기나 어깨로 서기 등 꺼꾸로 자세가 어려운 아이들과 쉽게 할 수 있는 동작입니다. 그리고 무지 재미 있어 합니다. 모두 뒤로 서게 한 다음 다리를 벌리고 머리를 땅에다 대면 다리 사이로 친구나 선생님들을 보게 됩니다. 꺼꾸로 머리를 박고 다리 사이로 친구들 일그러진 얼굴 서로 쳐다보면서 웃기 시작합니다. 교실 풍경도 재미있고 꺼꾸로 쳐다보는 모든 것들이 재미있어 죽겠습니다. 체중을 머리로 두는 동작들은 요가에서는 꽃으로 불리 울 정도로 그 혜택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몸은 굉장히 부드럽습니다. 앉아서 두 다리를 크게 벌리고 윗몸을 앞으로 굽히는 박쥐 자세를 유난히 잘하는 여자 아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아프지 않냐고 물으면 "시원해요~ 그리고 저는 아파도 참아요..."라고 대답합니다. 이 나이에 통증을 시원하다고 느끼고 말로 표현할 줄 알고 아파도 참을 수 있는 마음의 힘을 스스로 키울 수 있다면 이 아이는 인생 수업을 일찌거니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오래 전 일입니다.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니다 캐나다 온지 얼마 안된 아이였습니다. 두 손을 높이 들고 옆으로 살짝 굽히는 초승달 동작을 하는데, "선생님 왜 벌서요?" 하고 물었습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벌을 아는 이 친구는 손 높이 드는 벌을 알고 있지만 한번도 두손들고 벌선 경험 없는 이곳 아이들은 "무슨 소리?" 하며 의아한 얼굴들이었습니다.

비 줄창 내리는 밴쿠버의 긴긴 겨울 아이들과 함께 요가를 해보세요. 다리를 벌리고 머리를 바닥에 대고 반 물구나무 서기를 해 보세요. 꺼꾸로 보는 부엌, 꺼꾸로 보는 거실, 꺼꾸로 보는 아이 얼굴.... 새삼스레이 달리 보일 겁니다. 함께 운동하고, 아이 웃으면 엄마도 웃고, 엄마가 웃으면 아이는 또 웃고.. 그렇게 포복절도 눈물 나게 웃으며 짜증과 우울 한방에 날리고 건강하고 행복한 겨울 나시기 바랍니다.

키즈빌리지 이재경 원장은 26년째 아이들 교육에 몸담고 있으며, 영어와 한국어로 부모 교육을 강의하고 있다. 캐나다 총리의 최우수 교사상(Prime Minister's Award)을 받았다. 웹 싸이트 www.kidsvillage.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