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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어 먹고 싶은데요?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2-02 12:03

 한국과 가장 다른 이곳의 문화 중 하나가 음식 문화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민 초기에 영어 배우러 다니는 수업 시간이었습니다. 선생님이 수업 도중에 음식을 먹으면서 학생을 가르치는 겁니다. 충격이었지요. 선생님이 수업 중에 무얼 먹는다는 건 상상할 수조차 없는 일이었지요.

 그리고 간식 시간에 학생들은 모두 자기 음식을 먹는데 아무도 이것 한번 먹어보라고 권하지 않는 겁니다. 나누어 먹는 게 미덕인줄 알고 평생(?) 살아왔는데.... 이 사람들 참 매너 없고 인정머리 없다 생각한 적 있었지요.

 이제 세월 흐르면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참 많은 사람들이 자기들 고유의 음식들을 먹고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에게는 맛있고 좋은 음식도 다른 사람들에겐 그리 매력적이지 않은 음식들도 참 많다는 것. 그래서 음식은 함부로 나누는게 아니라는 것. 된장찌개나 김치찌개 내가 좋아한다고 나누어 주어도 몇 사람에게나 맛날까요? 물론 공통적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맛난 그 나라 고유 음식들이 있기는 하지만요.

 

 유아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가르치지요.

 '자기 음식은 자기만 먹는 것'

 간식 테이블에서는 많은 일들 일어나기도 합니다. 아직 규칙이 몸에 익지 않은 아이들은 다른 친구 맛나 보이는 먹고싶은 음식 그냥 덥석 먹어 버리기도 하고, "저~것" (손으로 가리키면서) 하며 생으로 땡깡피우는 아이도 있기는 합니다.

 

 여러 가지 학교에 적용해야 하는 원칙 중에 의무적으로 꼭 지켜야 하는것이 음식에 관한 원칙 입니다. 침을 통해서 다른 아이들에게 질병(?)을 옮길 수도 있는 위생 문제 하나. 또 수없이 많은 종류의 알러지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이 함부로 다른 사람의 음식을 먹는 일은 가끔은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는 문제 등 때문입니다.

 오래 전이지만 자격증 따는 과정 중 실습 나간 곳에는 가는 곳마다 아이들의 앨러지 목록이 냉장고 앞에 붙어 있는 것을 보았을 때 또 다른 충격이었습니다. 아이들 이름과 그 옆에 쓰인 앨러지 목록들. 우유, 밀가루, 땅콩, 계란, 딸기, 복숭아…… 그 종류도 어찌나 다양하던지! 한국 아이들에게는 그리 흔히 볼 수 없는 음식 앨러지들입니다.

 그래서 늘 아이들에게 자기 간식은 자기만 먹는거라고 알려줍니다. 하루는 어떤 엄마가 하소연합니다. 글쎄 우리 아이 선생님 말 너무 잘 들어서 큰 일입니다. 어제 친구 집엘 갔는데 과자를 큰 바구니에 넣어 친구들이랑 나누어 먹으라고 주었는데 우리 아이 그 큰 과자통 들고 튀면서 아구아구 큰 소리로 “우리 선생님이 절대 나누어 먹지 말라고 그랬어!” 하더라구요….집에서 형제간 사이나 또 친구들 집에 갔을 때는 나누어 먹어도 학교에서는 안 된다는 개념을 분명히 인식시켜 주시면 됩니다.

 

 간식 조금 넉넉히 넣으면서 “친구들 하고 나누어 먹어~” 하고 보내시면 아이들은 헷갈리겠지요. 엄마는 나누어 먹으라고 했는데 선생님은 안 된다고 하고. 그리고 나눔의 경우, 학급 아이 모두에게 다 공평하게 나눌 정도가 아니면 문제가 또 복잡해집니다. 누군 주고 누군 안주고. 사탕 반쪽으로도 세상을 다 얻은듯 기뻐하는 아이들에게 자기는 못 얻은 그 조그만 과자 하나에도 세상을 다 잃은 듯한 아픔(?)일 수도 있답니다. 그냥 본인 것 챙겨주시는 게 최선입니다. 학교의 특별히 나누어 먹는 파티 행사가 있는 날을 제외하고는.

 음식은 집에서만 나누어 먹는 것! 그걸 일찌거니 배워두는 것도 이 수 많은 문화가 모여 사는곳에서 지켜야할 예의 어릴 때부터 익히는 일 하나가 되겠지요.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
칼럼니스트:이재경| Tel:604-931-8138
Email:kidsvillage@shaw.ca
홈페이지:http://www.kidsvillage.ca
키즈빌리지 몬테소리 프리스쿨 원장
  • BC E.C.E.(Early Childhood Educator)
  • SHARE Family, Community Services 소속 parenting program Facilitator
  • 부모교육 프로그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부모자녀 대화법 전문강사
  • 한국,캐나다에서 25년을 아이들 함께 그리고 부모교육을 20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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