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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2-01-24 16:35

 오늘은 우리 설날입니다.

 어릴 때 기억으로 많은 친척들이 사촌 형제들을 데리고 세배하러 오면 엄마는 강정이랑 떡, 과일들을 준비해 두었다 함께 먹을 수 있게 하셨습니다. 설 다음날은 오빠들과 함께 어른들을 찾아 다니며 세배를 다니고 세뱃돈을 헤아리는 재미 또한 쏠쏠했던 기억납니다.

 골목 골목에는 코 묻은 세뱃돈으로 온갖 장난감들을 산 아이들이 벅적거리며 놀고, 남자 아이들의 전용 놀이인 화약 든 작은 폭발물(지랄탄?) 놀이. 아무렇게나 지그재그로 골목을 누비다 엉뚱한 곳에서 사정없이 터져 지나가던 무심한 행인 펄쩍 뛰게도 했습니다. 개구쟁이 아이들 잘 숨어있다 뾰족구두 신고 멋지게 차려 입은 젊은 여자 행인을 특별히 놀리곤 킬킬거리며 도망칩니다.

 오늘 프리스쿨 아이들은 이곳에서는 입어 볼 기회가 그리 많지 않은 한복을 입고 학교 옵니다.
영어 선생들은 예쁘고 귀엽다고 감탄 연발입니다. 개량 한복처럼 혹은 어른들처럼 젊잖은 색으로 황진이가 입었을 법한 한복, 색색의 실로 수 곱게 놓은 한복.... 옛날 부잣집 도련님들이나 입었을 법한 비단 한복들을 앙증맞게 입고 오는 아이들 하나같이 환장(?)할 정도로 예쁘고 귀엽습니다. 평소와 다른 날은 어김없이 흥분하는 아이들의 발그레한 볼과 웃음, 색색으로 물결치는 교실은 그야말로 천국입니다.

 이렇게 환상적인 날 저도 잘 개켜 모셔둔 한복 입고 멋 부리는 날입니다. 잠시의 멋이 아니라 온종일 멋 부리기는 조금 고달프긴(?) 합니다. 멋진 옷도 몸 가두는 일로 시간이 길어지면 좀 힘들기도 하지요. 익숙한 게 아니어서.
 
 그래도 한국 고유 문화와 예절 배워준다는 교육적인 명목 아래 갖가지 어색한 몸짓의 세배를 종일 받는 영광(?)으로 그 힘듦을 충분히 보상받습니다.

 한복 입고 절 하는 법 배우면서 온갖 모양으로 엉덩방아 찍는 모습은 생각만 해도 웃음이 고몰 고몰 마음을 간질이며 올라옵니다. 비록 종이이긴 하지만 예쁜 복 주머니도 만들고 따끈하게 끓인 떡국도 먹고 친구들과 함께 행복한 어린 날의 기억하나 말랑말랑 한쪽 마음에 도장처럼 새기는 날입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살아갈 미래는 내 나라 너 나라 없이 온 지구가 함께 소통할 시대이겠지요. 그럴 때일수록 각자가 가진 뿌리에 대해 더 튼튼한 의식 있어야 한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그렇다고 제가 특별히 민족주의자는 아니지만 절대로 부인할 수 없는 나 자신에 대한 튼튼한
자아 의식은 한 사람 생의 기초를 단단히 다져주는 값을 따질 수 없는 중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세배하러 갈 곳 없는 이곳에 사는 가족들도 장롱 속에 넣어둔 한복들 꺼내 입고 아이들에게 세배도 받아보시고 떡국들 한 그릇씩 끓여 드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부모님들의 어릴 때 설 풍경들 옛날 이야기처럼 들려주면 또 하나의 설 기억을 아이들에게 만들어 주는 겁니다.

 

 떡국 한 그릇 먹으며 나이 한 살 더 먹고.. 새해엔 어떤 아이로 살았으면 좋겠다고 덕담도 들려주시고. 그러면서 부모님 스스로도 올해 어떤 삶이면 좋겠다고 한번 생각해 보는 날 가져보는 일도 의미 있을 것 같습니다. 떡국 한 그릇 먹으면 나이 한 살 먹는다면 저는 그 떡국만은 그냥 사양하고 싶습니다만!

 

 여러분 모두 새해 복 많이 지으시고 그 복 또 많이 많이 나누세요!

 

*아이들을 키우시면서 궁금한 점 등이 있으시면 메일 주세요. 칼럼에서 다루거나 아니면 개별적으로 도와 드리고자 합니다.

이재경 (키즈빌리지 원장, 604-931-8138, kidsvillage@shaw.ca)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
칼럼니스트:이재경| Tel:604-931-8138
Email:kidsvillage@shaw.ca
홈페이지:http://www.kidsvillage.ca
키즈빌리지 몬테소리 프리스쿨 원장
  • BC E.C.E.(Early Childhood Educator)
  • SHARE Family, Community Services 소속 parenting program Facilitator
  • 부모교육 프로그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부모자녀 대화법 전문강사
  • 한국,캐나다에서 25년을 아이들 함께 그리고 부모교육을 20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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