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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사랑 훔쳐간 도둑

이재경 원장 kidsvillage@shaw.ca 글쓴이의 다른 글 보기

   

최종수정 : 2011-11-07 14:31

프리스쿨을 시작한 햇수가 넘어가면서 졸업한 아이가 다닐 때 뱃속에 있던 동생이 무럭무럭 자라 언니나 형이 다니던 학교 오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기록으로는 형제 자매 중 첫째, 둘째가 졸업하고 셋째가 지금 다니고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첫 회(2000년도) 졸업한 아이들이 지금 12학년이니 조금 더 기다리면  졸업생 아이들이 낳은 아이를 맞을 지도 모를 일입니다.

진이는 동생이 태어나고 몇 개월 지나면서 행동이 이상해지기 시작합니다.
잘 자고 있는 동생을 포대기 그대로 뒤집어 엎기, 동생 발로 차기, 밟기... 물건으로 때리기..
아기 안전에 걱정이 되어 잠시도 눈을 뗄 수 없습니다.

엄마가 해산하면서 혼자 손에 갓난쟁이와 두 살배기 키우기 힘들어 진이는 동네 데이케어에 보내졌습니다. 유난히 감성적으로 여리고 예민한 진이지만 겉보기에는 엄마 잘 떨어지고 하루에 6시간씩 지내는 케이케어에서도 조용히 잘 지낸다기에 걱정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잘 지내던 진이는 집에서와 마찬가지로 데이케어에서도 잘 놀고 있는 친구들 장난감 모두 뒤집어 놓기. 가만 있는 친구 느닷없이 가서 때리기, 친구 얼굴 할퀴기, 친구 밀어 눕혀놓고 발로 짓밟기...

동생이 태어나면 부모들에게 받던 온갖 관심을 동생에게 고스란히 뺏기게 됩니다.
그냥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뺏긴 기분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데 노골적으로 대놓고 구박하거나 아님 엄마가 너무 힘들고 바쁘니깐 아예 관심 없습니다. 어쩌다 동생 한번 안아보려다 실수해서 넘어지기만 해도 소리치고 야단입니다.

야단맞게 한 조그만 이놈을 한방 씨원하게 날려 버려야겠어! 하고는 축구공 차듯 한방 차 버립니다. 그런데 엄마는 사색이 되어 아가를 끌어 안고 자기에게는 무서운 얼굴로 소리치고 합니다.
아~하  그런 짓(?) 하니깐 나한테도 관심 주는구나.... 무관심한 것 보다는 부정적인 관심이라도 받는 게 낫다고 느끼는 게 유아들 본능입니다.
그렇게 악 순환은 계속 이어지고 아이의 말썽(?) 강도는 점점 높아 갑니다.

그런 진이가 다른 환경의 교육적 배려를 누리기 위해 프리스쿨에 왔습니다.
진이가 오던 해의 새 학기(9월)엔 실습생들이 많이 와서 더 많은 시간을 개인적으로 아이를 살펴보고 배려할 수 있었습니다.

진이 엄마는 'Nobody's perfect' 부모교육을 받았습니다.
동생 보는 아이에게 "넌 이제 형이야, 형은 언제나 양보하고 동생 잘 보살펴 주어야 해.. 엄마 는 변함없이 널 사랑해!" 하는 건 마치도 남편이 귀엽고 예쁜 새 부인 데리고 와서 "당신은 이제 큰 사람이니.. 잘 보살펴 줘요~ 뭐던 양보하고... 난 당신 변함없이 사랑해요~" 하는 소릴 듣는거나 똑 같은 심정이라는걸 이해하게 됩니다.

동생 태어나기 전부터 아이에게도 기대할 수 있게 그리고 이해할 수 있게 도와 주어야 합니다.
엄마가 만든 조그마한 이야기를 통해서.. 아니면 동화책을 통해서...
"아주 조그마한 아기가 태어난단다.. 동생이야.. 아기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어서 모두 엄마가 해 주어야 해..  그래서 엄마가 많이 힘들거든, 네가 도와 줄 수 있는 일은 이런 것들이 있어.."

도와 준다는 게 오히려 더 방해일 때 있지요, 물론. 그리고 아기를 안아주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니 엄마가 하고 꼭 안고 싶으면 이렇게 엄마가 안고 있을 때 팔로 안아보자 등등..
어떤 것들을 도와주어야 할지, 어떤 건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가르쳐주지 않으면 아이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다 실수하는 일 있더라도 도움 주고 싶어 한 그 마음은 고맙다고 표현하고 다음엔 어떻게 해야 할지 가르쳐 주셔야 합니다. 화내고 야단칠 일 아니라. 아이가 지킬 수 있는 분명하고 단순한 경계를 정확히 지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자기가 보살펴주고 사랑을 베풀 존재를 가진다는 건 정서 발달에 말할 수 없이 큰 혜택입니다. 베품에서 오는 따뜻한 만족감, 도움이 되는 무슨 일 할 수 있다는 스스로에 대한 자랑스러움, 도움 주고난 다음 받는 부모의 칭찬이나 인정으로 사랑 받음에 대한 믿음. 비록 우유병 가져오기, 기저귀 가져다 주기 등등의 사소하고 작은 일일지라도 말입니다.

거부당하고, 버림받고, 뺏긴 기분일 때는 보살피고 베풀 능력이 없습니다. 심리적으로 그럴 힘이 없는 것이지요. 큰 아이의 마음을 보살펴 주는 일은 평생 그 아이의 마음 안에 작은 아이에 대한 배려를 가르쳐 주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포근하고 따뜻한 엄마 품을 동생에게 뺏긴 것뿐만 아니라 엄마에게서 버림받아 데이케어로 쫓겨난(?) 서러움까지 겹치게 된 진이. 유난히 감성적으로 예민한 진이는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능력이 없어 몸으로 그 아픔을 표현해 본 것입니다. 그걸 어른의 잣대로 보면 말썽인 것 이지요. 오랜 현장 경험의 결론으로 세상에 나쁜 아이는 결코 하나도 없습니다.

이제 진이가 올 9월 입학한 새내기 동생들을 보살피는걸 보는 건 큰 기쁨입니다.


이재경 원장의 행복한 아이 키우기
칼럼니스트:이재경| Tel:604-931-8138
Email:kidsvillage@shaw.ca
홈페이지:http://www.kidsvillage.ca
키즈빌리지 몬테소리 프리스쿨 원장
  • BC E.C.E.(Early Childhood Educator)
  • SHARE Family, Community Services 소속 parenting program Facilitator
  • 부모교육 프로그램 P.E.T.(Parent Effectiveness Training-)
  • 부모자녀 대화법 전문강사
  • 한국,캐나다에서 25년을 아이들 함께 그리고 부모교육을 20년 하고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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