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월화수목休休休, 美가 쏘아올린 ‘주 4일제의 꿈’ 현실될까

조성호 기자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24-04-12 16:03

[WEEKLY BIZ] 세계는 지금 ‘주 4일제 실험’ 한창



‘월화수목일일일’ 주 4일제 근무라는 직장인의 꿈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 정치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지난달 ‘주 4일제 근무’ 도입을 골자로 하는 표준 근로시간 단축 법안을 발의하며 주 4일제 논의가 불붙고 있다. 노동계 등에선 직장 만족도 향상이나 부의 불평등 완화 등을 이유로 내세워 찬성하지만, 기업계 등에선 생산성 저하나 국가경쟁력 약화 등을 들어 반대하는 모양새다.

◇미국이 쏘아올린 ‘주 4일제’ 논쟁

2020년 대선 경선 때 조 바이든 당시 민주당 후보(현 대통령)와 경쟁 관계였다가 ‘바이든 지지’로 돌아선 샌더스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 경제 정책의 ‘좌클릭’을 견인한다는 평을 받는다. 이번에 ‘주 4일제’ 논의도 샌더스 의원 발의로 시작됐다. 샌더스 의원은 초과근무 수당을 지급하는 기준이 되는 표준 근로시간을 기존 주간 40시간에서 32시간으로 낮추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샌더스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급여 감액이 없는 주당 32시간은 급진적인 구상이 아니다”라며 “오늘날 미국 근로자들은 (주 40시간제가 도입된) 1940년대에 비해 400% 이상 더 생산적이지만 수백만 미국인이 수십 년 전보다 더 낮은 급여를 받고 더 오래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주 4일제’ 논의는 인공지능(AI)의 발전도 한몫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미국 CNBC는 지난 7일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주 4일 근무제 전환이 가속화될 수 있다”며 “미국 내 비즈니스 리더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 AI 사용 경험이 많은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주 4일 근무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이자 뉴욕 메츠 구단주인 스티브 코언도 CNBC에서 챗GPT 등 거대언어모델(LLM)로 인건비 2500만달러를 절약할 수 있다고 소개하며 “근로자에게 진정한 주 4일 근무가 현실화되는 미래를 보고 있다”고 했다.

◇이미 시작된 ‘주 4일제’ 실험

주 4일제 실험은 글로벌 곳곳에서 이미 시작된 상태다. 가장 최근의 주 4일제 관련 대규모 실험은 영국에서 진행됐다. 보스턴칼리지가 2022년 7월부터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했다. 각각의 개별 기업이 주 4일제 관련 실험을 한 적은 많지만 61개의 기업이 대거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해당 실험에서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 4일제를 유지 중인 기업은 54개(8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31개(51%)는 아예 영구적으로 주 4일제를 유지하겠다고 못 박았다고 한다. 가디언은 보스턴칼리지 보고서를 인용해 해당 프로젝트에 참여한 관리자와 최고경영자(CEO)의 82%는 직원 복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으며, 50%는 직원 이직률이 감소했고, 32%는 직원 채용 상황이 개선됐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절반 가까이(46%)는 생산성이 오히려 향상됐다고 답하기도 했다.

2019년 주 4일제를 도입해 생산성을 40% 끌어올렸다는 일본 마이크로소프트의 실험을 인상적으로 받아들인 일본 정부는 주 4일제를 장려하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2015년 2500명을 대상으로 주 36시간 근무제를 시범 운영한 후 현재는 전체 인구의 90%가 근무 시간을 단축했다. 독일, 호주, 스페인, 핀란드, 포르투갈, 스코틀랜드 등도 특정 기업군을 일정 기간 동안 주 4일 근무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포스코는 국내 철강 업계에선 처음으로 올 초부터 격주 주 4일을 시행하기로 했고, 충청남도는 0~5세 자녀를 둔 육아 부부 공무원을 대상으로 오는 7월부터 주 4일제를 실시하겠다고 8일 밝혔다.

미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최근의 근무 트렌드를 보면 주 4일 근무가 직장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미국 직원들이 사무실 밖에서 보내는 시간을 고려하면 반짝이는 네온사인처럼 (신호를) 분명히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적잖은 회의론도

그러나 주 4일제 시행에 걸림돌은 여전히 많다. 우선 주 4일제 도입이 쉽지 않은 분야가 많다는 게 문제다. 예컨대 학교는 주 4일제 도입이 어려운 곳으로 꼽힌다. 학부모들이 주 4일제에 일괄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되지 않는 한 교사나 교직원도 주 4일제를 시행하기는 어렵다. 레스토랑이나 소매업, 의료·법률 분야같이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간이 곧 돈’인 산업도 주 4일제 전환이 쉽지 않다. 근무시간 단축이 노동자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는 직군에서는 근무일 단축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주 4일제의 핵심은 ‘생산성’이란 지적도 나온다. 임금 삭감 없이 주 4일제가 안착하려면 생산성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그간 5일 동안 하던 일을 4일 안에 구겨 넣는 건 직장인에게도 압박이란 지적이다. 영국 BBC는 영국 디자인 회사 ‘펀치 크리에이티브’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목요일 오후쯤 돼 이번 주에 해야 할 업무를 끝낼 수 있는 시간이 더 없다는 것을 깨닫고 당황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했다. BBC는 이처럼 빡빡한 일정에 맞춰 업무를 완수하는 데 집중하다 보면 협업을 등한시하게 될 수 있다고도 전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직무급제 등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수단과 문화가 보편화된 서구권에선 주 4일제 도입이 용이할 수 있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조직 문화나 경영관리 체계가 자리 잡지 못했다”며 “주 4일제를 도입하더라도 일방적·획일적으로 도입하기보단 기업별로 근로자에게 동기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게 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라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5월 3~4일 밴쿠버, 6일 나나이모에서
주캐나다 한국문화원은 카라반 월드 리듬(Caravan World Rhythms), 나나이모 포트 극장(Nanaimo Port Theatre)과 함께 세움(SE:UM) 공연을 개최한다.세움은 각기 다른 악기와 장르로 음악 세계를 일궈온...
밴쿠버서 9년 만에 열리는 플레이오프
1라운드서 내슈빌과 7판 4선승 맞대결
창단 첫 우승을 노리는 밴쿠버 캐넉스가 9년 만에 처음으로 홈에서 플레이오프 경기를 치른다.   캐넉스는 오는 21일(일)을 시작으로 2024 스탠리컵 플레이오프 1라운드(7판...
▲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이연주직업에 따라 치매 발병 위험이 다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핵심은 업무수행 방식인데, 두뇌를 더 많이 사용해 정신적 자극을 가하는 일을 한다면...
주 거주지·세컨더리스위트 外 주택 단기 임대 금지
위반시 최대 벌금 5000달러··· 장기 임대 시장 전환 기대
주택난의 주범으로 BC 정부가 지목했던 에어비앤비 등 주택 단기 임대에 대한 규제가 내달 1일부터 시행된다.   데이비드 이비 BC 수상은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에어비앤비와 VRBO 등...
빈부층 가처분소득 격차 고금리에 ‘껑충’
저소득 젊은 임대인 가구, 부채 부담 커
캐나다 고소득 가구와 저소득 가구 간 소득 격차가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확대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7일 연방 통계청이 발표한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2023년 캐나다의...
세계 순위는 17위··· 가장 깨끗한 공항 부문도 북미 1위
인천 국제공항은 세계 3위이자 ‘가장 가족 친화적인 공항’
밴쿠버 국제공항(YVR)이 전 세계 이용객들이 평가한 '최고 공항 순위'에서 북미 최고의 공항으로 선정됐다.   항공 컨설팅 기업인 스카이트랙스(Skytrax)가 17일 발표한 ‘2024년 세계...
김 의장, “양국은 보편가치 공유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퍼거스 의장, “친환경 분야서 韓기업과 공조 기회 많아”
▲김진표 국회의장(왼쪽)이 17일 오타와 하원을 방문해, 그레그 퍼거스 하원의장(오른쪽)과 회담했다 (국회의장실 제공) 그레그 퍼거스 하원의장과 레이몽드 가네 상원의장의 공동...
▲Getty Images Bank건강에 백해무익하다고 여겨지는 술을 부부가 함께 마실 경우, 부부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심지어 부부가 더 오래 살 수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최근...
▲항공사 창고에 보관 중이던 220억원 규모의 금괴와 현금이 담긴 컨테이너. /필 지역 경찰2023년 4월 17일. 캐나다 토론토 피어슨 국제공항에서 현지 최대 규모의 도난 사건이 벌어졌다....
통신법 개정안 발의··· 추가 요금 부과 금지
가정용 인터넷, 전화 및 휴대전화 요금제 갱신 또는 변경 시 부과되던 추가 요금(Extra fees)이 조만간 사라질 예정이다. 연방정부는 최근 2024 예산안 발표를 통해 통신사가 요금제를...
레벨 3~5 차량, BMW·벤츠 등 제조사 해당
적발 시 최대 2000달러 벌금·6개월 징역
앞으로 BC주에서 레벨3 수준의 운전 보조 하드웨어가 장착된 자율주행 차량의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 BC주정부는 지난 4월 초 레벨3, 레벨4, 레벨5의 첨단 운전 보조 시스템을 탑재한 모든...
은행, 통신, 교통 등 산업 50만 근로자 대상
연방정부가 2024 예산안에서 발표한 '연결되지 않을 권리'(Right to disconnect) 법안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회사는 더이상 근무시간 이후 직원에게 업무 연락을 하지 못하게...
5년간 연봉 21% 인상됐지만··· 인력 부족 여전 ‘울상’
공사대금 체불에 기업들 파산 위기··· 체불 방지 법안 절실
BC주 건설업계가 고질적인 인력난과 공사대금 체불에 여전히 몸살을 앓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업계는 여러 악재로 불안에 떨고 있는 기업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마련해...
머스크, 직원에 구조조정 이메일
글로벌 전기차 산업의 아이콘 테슬라가 직원 약 1만4000명을 해고하기로 했다. 15일(현지 시각)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최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전...
[왕개미연구소] 7080들이 알려주는 은퇴 생활 꿀팁
닥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은퇴 생활, 어떻게 준비해야 좋을까. 이럴 땐 나보다 한발 앞서 은퇴를 경험한 인생 선배들의 충고를 참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본 잡지 프레지던트가 지난달...
2024 연방 예산안 하이라이트
연방정부가 향후 5년간 약 530억 달러 예산을 투입해 캐나다의 ‘경제 성장’과 ‘민생 안정’을 위한 본격적인 국정 운영에 나설 방침이다. 85억 달러 예산이 책정된 주거 정책을 포함해...
피자 판매 매장 17일부터 전국으로 확대
치즈, 페퍼로니 등 네 종류 선보여
팀홀튼의 피자 메뉴 판매 지역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캐나다 대표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인 팀홀튼(Tim Hortons’)은 토론토와 캘거리 일부 매장에서만 시범으로 판매했던...
기름값 고공행진에도 물가 상승률 2%대 유지
식품 가격 안정세··· 6월 금리 인하 기대 높아져
지난달 캐나다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기름값과 주택 가격 고공행진의 여파로 2월 대비 다소 올랐다. 그러나 나머지 인플레이션 지표는 안정을 찾으면서, 6월 기준금리 인하론에 힘이...
미성년자 성적 접촉 혐의로 유죄 판결
경찰이 고위험 성범죄자가 조만간 써리에 거주할 예정이라며,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했다.   15일 RCMP에 따르면 성범죄자 레너드 램스테드(Ranstead·사진)가 2026년 9월 형기 종료를...
캐나다 상·하원의장 만나 의회교류 활성
▲김진표 국회의장/ 공동취재사진김진표 국회의장이 15일부터 22일까지 6박 8일간 미국과 캐나다를 방문한다. 김 의장은 지난해 동맹 70주년을 맞은 ‘혈맹’ 미국과 지난해 수교 60주년을...
 1  2  3  4  5  6  7  8  9  10   
광고문의
ad@vanchosun.com
Tel. 604-877-1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