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의대 신화' 깨졌는데… '의대 신봉' 오히려 강해져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9-03-06 00:00

상위 1% 학생들, 의대·치대·한의대 '우울한 쏠림'
전국 의·치·한(醫·齒·韓) 거친 뒤 서울대 다른 과에 지망
부모세대의 환상 큰 탓
취업해도 月收200만원 개업해도 7%는 도산… "그 우수두뇌가 아깝다"
김민철 기자
mckim@chosun.com 
김경화 기자
peace@chosun.com  
 

유명 D학원이 만든 2009학년 입시 자연계 배치표. 서울대 의예과를 시작으로 59번째까지 모두 의대·치대·한의대가 차지하고 있다. 이름조차 생소한 지방 대학들도 적지 않다. 이렇게 수능 성적 상위 1% 학생들이 전국을 일주하며 이른바 '의·치·한'을 채운 다음, 60번째에야 서울대 수학교육과가 등장한다. 하지만 의·치·한에만 들어가면 장밋빛 인생이 펼쳐지는 것일까.

지난해 2월 D대 한의학과를 졸업한 왕모(여·27)씨. 1년간 인턴까지 마치고 최근 한의원 부원장(한의원에 취직해 일하는 한의사) 자리를 10여 군데 지원했으나 모두 떨어졌다. 서울 지역의 경우 부원장 자리가 하나 나면 70~80명이 지원하기 때문이다. 부원장으로 취직해도 초봉은 월 200만원 정도이고 잘해야 400만원 받는다. '파트타임 한의사' 자리도 알아보고 있지만 이것도 쉽게 자리가 날 것 같지 않다. 왕씨는 "내가 한의대에 입학할 때만 해도 부원장 자리는 쉽게 골라 갈 수 있었는데…"라고 말했다. 개업은 엄두도 못 낸다. 지난해 졸업한 왕씨의 동기 80여명 중 개업한 한의사는 5명뿐이다. 남자들은 군입대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도 과거에 비하면 거의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왕씨는 고교 3년 내내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은 '상위 1%'였다. 그는 "2002년 대입 때 서울대도 골라갈 수 있었는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IMF 사태 이후 굳어진 '의·치·한 쏠림' 현상은 의사가 돈을 잘 벌고 안정적일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대 공대와 지방대 의대에 동시 합격하면 열에 아홉은 지방 의대로 간다. 현실은 어떨까

◆망하는 의사들

경기 침체와 치열한 경쟁에 의사들 역시 힘든 시절을 맞고 있다. 의사 수는 매년 3000여명씩 늘어나는데, 의원급 의료기관 폐업 건수는 2006년 1795건에서 지난해 2061건으로 불어났다. 특히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외과·가정의학과 등은 의원 수 자체가 줄어들고 있다.

의사들의 꿈이라는 개원(開院)은 엄두조차 못 내는 실정이다. 서울 서문내과의원 김육 원장은 "요즘엔 개원했다는 얘기는 없고 폐업했다는 얘기만 들려오고 있다. 이 근처에서도 3~4곳이 폐업했다"고 말했다.

의사협회 김주경 공보이사는 "의사는 망하지 않는다는 불문율이 깨진 지 오래다. 요즘은 개업의(醫) 중 7%가 도산한다"며 "전에는 환자가 많으냐 적으냐의 문제였는데 지금은 먹고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의원에 가면 의사들이 컴퓨터하고 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의료 전문지에는 '파산·회생 전문 변호사' 광고가 늘고 있다. 정영근 변호사는 "파산 상담을 받으려는 의사·한의사가 작년보다 2~3배 늘어났다"며 "하루 1~2명은 찾아오고, 5~6명은 전화 상담을 해온다"고 말했다.

전문의 시험에 합격해도 취직이 쉽지 않고, 몸값도 하락세다. 의료 취업 사이트 '메디컬잡'의 유동욱 이사는 "전공과목과 지역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요즘 일반의 초임은 월 400만원 정도, 전문의 초임은 월 500만원 정도"라고 말했다.

의사의 경우 일반학과 4년, 본과 또는 의학전문대학원 4년, 인턴·전공의 5년, 공중보건의 3년 등 16년을 공부한 것에 비하면 고소득이라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은 1년 학비만 2000만~3000만원 든다.

의사들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자 은행들은 의사의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있다. 하나은행은 개원 예정의에 대한 신용대출 한도를 3억원에서 2억원으로 축소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의사·한의사 중 상당수가 신용불량자"라고 말했다. 빚에 허덕이다 자살하는 의사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의 위기감이 높다. 한의원 폐업 건수는 2006년 731건에서 지난해 898건으로 높아졌다. 한의사협회 이상봉 이사는 "최근 몇 달 사이 폐업하는 숫자가 굉장히 늘어났다"며 "일부 잘 나가는 한의사들은 있지만 대체로 3분의 1 정도가 먹고사는 정도이고, 3분의 2는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 두뇌로 다른 데 가면…"

취재 과정에서 만난 대부분 의사들은 "상위 1% 학생들이 의·치·한에 몰리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의료계의 엄살이 섞였을 수도 있지만, 경기 침체에 따른 일시적 현상만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가 더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래도 의사들이 안정적이고 수입도 많다는 반론도 있다. 서울 송파에서 개업한 치과의사 이모(35)씨는 "요즘 나에겐 '빛 좋은 개살구'라는 말이 딱 맞다"며 "황금빛 미래를 꿈꾸며 의대에 가지만 앞으로가 더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주경 이사는 "이런 현상은 10년, 20년 후에도 점점 더 심해질 것"이라며 "한국에선 비전이 없다고 생각해 미국으로 의사 시험을 보러 가는 학생들도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 현장에선 여전히 의·치·한에 대한 '장밋빛 환상'이 강하다. 부모나 교사들이 "그래도 전문 자격증이 있는데 다른 분야보다는 아직도 낫다"라는 생각에 의대를 권하고 있다. 부모들 심리에는 "공부를 이렇게 잘하는데 우리 애는 괜찮을 거다"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고 의료계에선 지적했다.

김육 원장은 "왜 우수한 인재들이 의대에 오는지를 이해할 수 없다"며 "열심히 연구하면 천명, 만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우수한 두뇌들이 의대에 몰리는 것은 나라의 불행"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가족부 A간부는 "현실은 달라졌는데, 부모들이 자기 세대의 기준으로 자식들에게 의대를 권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이상봉 이사는 "신념이 있다면 모르지만, 한의사는 돈 많이 벌고 안정적이라는 생각 때문에 오는 것은 현실에 맞지 않다"며 "1% 이내 최우수 인력은 기초과학이나 공대를 가고 상위 1~3% 정도가 의료계로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항산화주사 일명 ‘뽕주사’를 놓는다는 병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태반주사와 마늘주사, 감초주사의 뒤를 잇는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는 요즘, 강남 주부들 사이 인기만점이라는 항산화주사의 정체를 파헤쳐 본다. Anti-aging Trend강남 주부들이...
천혜의 자연 속 꿈의 리조트로 GO! GO!쳇바퀴 굴러가는 듯한 일상생활로 인해 지루해질 때면 마음의 여유를 찾는 여행이 절실해진다.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행은 출발하기 전부터 여행자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신비로움이 가득한 동남아시아, 아직은 우리에게...
별미 소주 안주… 닭볶음탕 반듯하고 야무지게 야채를 써는가 하면 프라이팬을 흔들어 야채를 볶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요즘은 바빠서 요리할 시간이 별로 없지만 혼자 자취할 때에는 꼭 찌개를 끓여 밥을 먹었을 정도로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자주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33퍼센트 줄인다”
BC 주정부가 청정에너지 개발에 적극 나선다. 청정 및 대체 에너지 상업화를 위해 3260만달러가 투입되고, 이를 통해 일자리 1200개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고든 캠벨(Campbell) 주 수상은 “BC주가 그린 에너지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예약 후 방문발급…추가비용 소요
BC주정부는 6일 캐나다-미국 왕래시 신분증으로 사용할 수 있는 개량운전면허증(Enhanced Driver’s Licence: EDL)과...
“2월 건축허가액수 전달 대비 86.5% 급증”
도소매 매출이 소폭 상승하는 등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BC주 건설시장에도...
경찰 “산책로 다닐 때 주의”
UBC 밴쿠버 캠퍼스 인근 퍼시픽 스피릿 공원(Pacific Sprit Park)에서 살해당한 여성 사체가 발견돼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연방경찰(RCMP)에 따르면 사망자는 BC 게임스 협의회(BC 체전) 웬디 라드너-보드리(Ladner-Beaudry) 공동의장으로 알려졌다. 보드리 공동의장의...
대전수출개척단에 관심
수돗물에 염소를 걸러주고 선호하는 향기를 더해주는 다기능 샤워헤드, 탈모를 방지하는 샴푸와 바르는 비타민C, 볼펜처럼 휴대가 간편하게 디자인된 칫솔, 스웨덴으로 수출되는 극세사 타월, 비용과 성능면에서 경쟁력 있는 무선 장비. 1일 밤늦게 실리콘...
보호관찰처분을 이행하지 않은 성폭력 사범에 대해 연방경찰(RCMP)이 공개수배에 나섰다. 연방경찰은 “용의자와는 3월 말 연락이 끊겼다”면서 “그를 검거하기 위해 현재 두 건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라고 밝혔다. 용의자는 짧은 빨간 머리를 하고 있는 26세...
범죄 불안감 상승…치안제도 신뢰 전국 최저
최근 설문조사 결과 BC주 주민 사이에서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치안제도에 대한 신뢰도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과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범죄발생률은 줄어들고 있지만, 총격살인과 총기류를 이용한 강도 등 BC주내 발생한 강력사건 보도가...
“공사비 두 배 초과, 예산낭비 논란 다시 일 듯”
밴쿠버 컨벤션 센터가 드디어 새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완공 후에도 예산 낭비 논란이 끊이지 않을 전망이다. BC 주정부는 컨벤션 센터 신축공사를 위해 9억달러를 쏟아 부었다. 이는 당초 예산을 두 배 가량 초과한 것이다. 사업상 변수를 감안하더라도, 편차가...
써리 거주 남성 수색, 총기류 3점 압수
연방경찰(RCMP)은 캐나다 반테러리즘법에 따라 테러단체로 등록된 ‘국제 시크 청소년 연맹(ISYF)’ 명의로 페이스북에 웹페이지를 개설하고 총으로 무장한 청소년 사진을 올린 남성을 체포했다고 3일 발표했다. 경찰 특별 수사반(E-INST)은 페이스북에서 금지된...
최근 많은 분들이 switch혹은 refinancing에 관한 문의를 하십니다. 그 이유는 기존에 가지고 있는 모기지 금리와 최근의 저금리를 비교 할 때, 너무 많은 이자를 내고 있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무엇인가 바꾸는 것이 바른 선택이라는 것은 필자 역시...
사진을 배우고 싶다고 오시는 분들을 보면 그 층이 각양각색입니다. 정말 아무것도 모르시는 분들도 계시고 때로 더 뭘 배우려시나 싶게 이미 알 건 다 알고 계신 분도 있습니다. 사진을 어느 정도 아는지 가름하기 위해 전 딱 두 가지 질문을 마련해놓았습니다....
겨울 같은 봄, ‘사이언스 월드’에서 놀아보자
요즘 밴쿠버 날씨는 변덕, 그 자체다. 봄 꽃을 만끽해야 할 4월 1일에 눈이 내렸으니 ‘유구무언’이다. 지나치게 길어진 겨울 탓에 놀 거리, 볼 거리를 찾는 움직임도 둔해진 것 같다. “맥주나 마시면서 하키 중계나 봐야지, 요즘 커낙스 잘 나가잖아!”라며...
봄바람 솔솔 부는 듯도 싶지만, 밴쿠버 4월 평균온도는 최저 4도, 최고 14도로 일교차는 10도 이상 나는 날이 많습니다. 특히 옥외 활동을 할 때는 아직은 옷을 단단히 입을 때입니다. 4월 생활정보를 모아보았습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경제 “세금보고 이젠...
중년 배낭족의 미얀마 단상
우리가 산간마을에 들려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탄툰은 앳된 엄마가 품에 안고 온 아기의 피부병을...
“결정적 증거 확보 위해 경찰차 내 카메라 설치 확대”
음주 또는 난폭 운전자가 ‘오리발’을 내밀기 더욱 힘들어졌다. BC 주정부는 음주나 난폭 운전에 대한 정확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경찰차 내 설치된 단속카메라를 지금보다 세 배 이상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관련 예산은 180만달러이며, 차량 한 대당...
  Scott McCloy(스콧 매클로이) BC주 근로자에게는 안전하고 건강한 직장에서 일할 권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근로자가 안전한 상태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정된 규칙과 규정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업주에게 책임이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도 책임이...
UBC 협박 혐의로 체포된 한인 학생 심리공판 열려
UBC 캠퍼스에 대한 협박 혐의 등으로 체포된 한인 학생 이휘씨(20)에 대한 심리공판이 31일 리치몬드...
 1321  1322  1323  1324  1325  1326  1327  1328  1329  1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