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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병원이 한국 병원보다 못 한 거 같아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2-17 00:00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와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었다 싶으면 병원은 어떻게 가는 걸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전문의를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가정의학과 병원도 부족해 병원 문을 두드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캐나다는 사회 의료 즉, socialized medicine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짧게 말하자면 캐나다 시민이나 영주권자, 즉 소득세를 징수할 수 있는 모든 사람들을 상대로 의료 서비스를 공평하게 제공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개인이나 그룹이 독점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진 양을 우리 모두가 나눠 쓰는 것이지요.

캐나다의 실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심지어는 미국인들의 많은 수가) “캐나다에 가면 의료 서비스를 무료로 받는 것이냐? 이보다 더 좋은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마 본 칼럼을 읽는 독자 분들 중 많은 수도 그런 생각을 갖고 계셨을 겁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이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대장암 조기 발견을 위해 현재 캐나다 보건당국에서는 특별한 위험 요인이 없는 일반인들을 상대로 대장내시경을 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캐나다 정부가 “짠돌이”라서 의료비 절감 차원에서 그러겠지라고 쉽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몇 십 년 간의 의학 통계자료와 각종 표본 조사를 바탕으로 연구해 본 결과 캐나다인의 대장암 발병률은 미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료비가 많이 투자되는 고가의 서비스를 시행한다는 것은 캐나다 정부로서는 큰 부담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웃나라 미국의 사정은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에서는 워낙 비만이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된 지 오래이고, 맥도널드, 버거킹으로 대변되는 인스턴트 식품이 캐나다에 비해 만연되어 있으며 바비큐 문화가 캐나다에 비해 보편화 되어 있고, 사회 전반적으로 비만으로 인한 문제를 염려하는 것 또한 캐나다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당연히 발병률이 높을 수 밖에 없습니다.

또한 캐나다처럼 동서로 뻗어 있어 비교적 행정 관리가 쉬운 형태가 아니라 동서남북으로 뻗어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유동인구가 많고 외국에서 불법 합법적으로 유입되는 인구도 많기 때문에 정확한 통계를 내는 것 또한 많이 어렵습니다. 이러한 사회적 특성 때문에 캐나다처럼 “운동하세요” “식생활 조절하세요” “짠 거 드시지 마세요” “물 많이 드세요” “야채 많이 드세요” 등의 식생활 변화 요법으로 질병을 예방, 조기검진, 치료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따라서 미국 의료계는 수동적 방법보다는 조금 더 능동적, 적극적 자세를 취하는 것인데요, 그렇기 때문에 캐나다에 비해 의료 예산이 당연히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밴쿠버에서 각종 검사를 받고 싶은 대로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한국까지 간다는 기사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에서 캐나다로 이민 올 때 더 선진화된 나라로 가서 더 건강한 삶을 살아야지라는 꿈은 어디로 간 것일까요? 다른 일로 한국에 나가셨다가 내시경을 하고 오면 모를까 가뜩이나 비싼 항공료를 지불하면서까지 캐나다 정부에서 굳이 권유하지 않는 내시경을 받고 올 필요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

일부에서는 “캐나다의 의료 수준이 한국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라고 까지 하는데 대장 내시경 안 해준다고, 피검사 쉽게 안 해준다고, 초음파 검사 받기 힘들다고 그 나라의 의료 수준이 나쁘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만약 그렇다면 전세계 많은 수의 의사들이 교수, 대형 병원 과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필히 거쳐야 하는 미국, 캐나다 단기 연수 과정을 하러 오지는 않겠지요?

의료비가 싸고 접근성이 용이하다는 이유로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 미국이나 캐나다에 비해 우수하다고 보는 것도 잘못된 시각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3200명의 의사들이 새로 배출되고 그 중 대부분이 서울, 경기도 지방에 집중하고 있어 의료 서비스의 과다 출혈 경쟁이 이미 현실화되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손쉽게 아무데나 가서 대장 내시경 검사 받고 피 검사 받아 좋겠지만, 지금의 어린 세대가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게 되는 몇 년 몇 십 년 뒤 우리나라의 의료 서비스를 걱정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가정의학과 의사로서 환자들을 매일 진료하며 느끼는 것이지만,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플 때 병원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미리미리 건강을 챙기는 것입니다.

혈중 지방이 높으시다고요? 스타틴(statin) 약을 드시기 전에 본인의 식단을 잘 점검해 보세요. 혹시 내가 먹는 음식이 고지방 음식은 아닌지? 튀김을 즐기지는 않는지? 매주 세 번 이상 육류를 즐겨 먹지는 않는지? 운동은 하는지? “서성희의 의학칼럼을 읽으며 아직도 술 담배를 즐겨 하는지?”

현대 의학의 발달로 신약 개발은 눈부신 속도로 이뤄지지만 개인의 습생활 변화는 예전에 비해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오늘부터라도 기본을 충실히 챙기는 건강 습관을 길러보는 것이 어떨까요?


suh@uams.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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