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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LK 프로그램<대통령 영어장학생 프로그램> 경험담③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1-19 00:00

Scholar의 일기

지난 봄,  TaLK프로그램을 처음 접했을 당시 나는 그 취지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까지 교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다른 영어교사 모집 프로그램들과는 사뭇 달라보였기 때문이다.

TaLK는 ‘Teaching and Learning in Korea’ 의 줄임말로, 말 그대로 ‘한국에서 가르치며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즉, TaLK에서의 조건은 아이들에게 한국에서 가르침을 베푸는 것과,  그 보답으로 한국의 문화를 배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지원을 받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원어민 교사, 혹은 영어 교육기관이 이미 셀수 없이 많은 수도권 지역에서 일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TaLK Scholar(장학생)들은 영어교육 시설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에 배정되고, 그곳 아이들은 정부에서 지원되는 교육예산으로 영어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  조건들은 아이들을 좋아하는 나의 성격과 적합하며, 막연하게 가져보았던 아이들을 위한 봉사자의 꿈, 그리고 어른이 되어 한번 쯤 해보고 싶었던 한국에서의 사회 경험, 이 모두를 실현가능케 해주는 내가 원하던 프로그램이란 생각이 들도록 해 주었다.

1차의 레쥬매 & 에세이 심사, 2차의 영어 & 한국어 인터뷰, 3차의 성적표 & 무범죄증명 & 교수추천서 심사, 그리고 마지막 4차의 최종 심사를 통하여 나는 이 프로그램에 조인해 달라는 ‘국제 교육 진흥원’으로부터의 초청장을  받을 수 있었다.

드디어 오리엔테이션 첫날, 전세계에서 모인 400여명의 TaLK Scholar들이 처음으로 함께하는 자리였다. 국제 교육 진흥원 president와 다른 장학사 선생님들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우리는 너무나도 화려한 한국의 전통 문화 환영식을 관람할 수 있었고, 각종 한식과 양식으로 이루어진 야외부페 환영파티와 클래식 음악 등, 최고의 대접을 받으며 첫날을 보냈다.

연수기간 내내 우리는 아침 7시에 기상하여 푸짐한 양식·한식으로 식사를 하고, 각계 최고의 강사진으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TaLK Scholar로서의 자부심, 교사로서의 자세, 문화차이 극복법, 아이들을 대하는 법, 한국 교육 시스템의 특성과 학생들의 성향, 효과적인 교육법, 교사들의 데모 티칭, 외국인들의 국내 교사 체험기, 그리고 실습 등 조금은 피곤하고 빡빡한 일정이었지만 우리에게는 교사가 되기 위한, 정말 소중한 준비과정이었다.

그중 틈틈히 우리는 한국의 문화체험도 할 수 있었는데, 태권도, 탈춤, 종이공예, 차문화, 한국의 역사 교육 등이 그 예이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매주 있던 field trip이다.
매주 주말, 우리는 청와대, 창경궁, 인사동, 도자기마을, 경주 등으로 견학을 하여 한국의 유적지와 문화유산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을 수 있었다.


내가 배정받은 곳은 경상남도 하동의 한 초등학교. 전교생 44명으로 이루어진, 하동에서 2번째로 작은 시골학교이다. 각 교실마다 컴퓨터와 대형스크린, 그리고 자석칠판이 설치되어 있어 더없이 좋은 교육환경을 제공한다.

2학기의 개학식에서, 나는 전교생들과 처음으로 만날 수 있었다. 원어민 교사의 역할상, 나는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전혀 사용하지 않고 오로지 영어로만 대화를 해야했기에, 나는 할말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종이에 적은 뒤, 담당 선생님께 통역을 부탁드렸다.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던 아이들. 나는, ‘Hello, everyone!’ 하고 첫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나서 내가 준비해온 소개를 열심히(?)하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못 알아듣더라도 제스쳐를 넣어가며 조금 천천히 이야기할걸…’ 하는 후회가 남았다.

그날 저녁 아이들은 일기장에 이렇게 적었다고 한다. ‘나는 테레사 선생님의 빠른 영어에, 순간 멍해질 수밖에 없었다.’ … 첫날부터 통역하는 선생님만 믿고 아이들을 배려하지 못한 나의 실수에 아쉬움이 남는다.

그날 개학식 이후, 아이들은 교무실에 앉아있는 나를 보면 ‘테레사 선생님이다’ 하며 호기심을 가졌지만, 나의 ‘Hi’ 하는 인사와 동시에 모두, ‘우아~ 영어다~’하고 무서워(?)하며 도망을 갔더랬다.

첫 수업시간, 나는 연수 기간동안 배우고 실습한 경험과 여기저기에서 리서치한 자료를 토대로, 정말 열심히 준비를 해갔다. 그러나 나의 준비는 기대보다 터무니없이 낮았던 아이들의 영어실력에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한국 초등학교에 정규 영어과목이 도입된지 10여년, 그러나 농어촌 지역의 아이들에게는 도시의 아이들과는 달리, 아주 기본적인 영어 단어조차도 충분히 숙지 되어있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나는 그날부터 알파벳과 쉬운 단어들, 간단한 인삿말 등, 가장 기본이고 기초적인 것들로 다시 수업 계획안을 짤 수 밖에 없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고보니, 정말 많은 것을 얻은 연수였지만 한가지 아쉬운점이 있다. 농어촌 지역 초등학교 학생들의 영어수준을 고려하여 거기에 맞는 교육방법을 우리가 배웠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것이다.

우리는 원어민 선생님의 영어 지시를 어느정도는 알아듣는 수준의 학생들이라는 전제하에 수업 계획을 짜고 실습을 했던 것이다. 나의 말을 전혀 알아듣지 못하고 바디 랭귀지와 그림카드 등이 있어야만 겨우 수업이 진행될 수 있던 첫 일주일의 어려움끝에, 나는 한달간 거의 밤을 새울 수 밖에 없었다. 가장 쉽고 효과적인 방법의 언어전달을 위해 그림카드를 직접 만드는 등, 다방면으로 아이디어 짜내기에 몰두해야 했기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들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아이들이 일기장에 영어시간이 즐겁다고 적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떤 선생님들은, 학생들이 영어시간을 기다리더라는 것도 알려주셨다. 그 말을 듣는 순간은, 정말 한국에 온 후로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걱정 근심이 모두 날아가는 것 같았고 나의 밤샘노력이 헛되지 않았음에 보람을 느꼈다.

짧은 계약기간 동안 아이들이 나를 통하여 완벽하게 영어회화를 배운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나는 안다. 다만 나의 목표와 바람은, 아이들이 외국인과의 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과 내가 알려주는 캐나다라는 나라를 통하여, 작은 시골 마을에서 더 넓은 바깥 세상까지로도 시야를 넓힐 수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내가 한국어를 못하는 척 해도 그들의 말을 알아듣고, 그들의 마음에 맞추어주려고 했던 노력 덕분일까… 그리 길지 않은 두달이 넘은 지금, 아이들은 이미 나에게 활짝 마음을 열며 다가오고 있다.

복도에서 지나가다가 교무실 문 사이로 내 모습이 보이면 절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이 웃으며 ‘Hi’ 하고 손을 흔들고 가는 아이들… 하교 하는길, 저 멀리 교문밖까지 나갔다가도 운동장에 나의 모습이 보이면 ‘테레사 선생니임~’ 하며 달려와 꼬옥 안기고, 악수를 나누고서야 다시 집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아이들… 집에서 농사지은 사과를 내밀며, 가르쳐준 영어 단어로 ‘apple…’ 하고 수줍게 웃으며 주고 가는 아이들… 학기 초, 내 곁에 다가왔다가도 내가 영어로 입만 열면 도망가던 때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참 많은 발전이다.

너무나도 순수하고 밝은 시골 아이들. 그리고 소박하고 인정 많으신 시골 어르신들. 외국에서 살다 왔으니 한국의 생활이 행여나 불편하지는 않을까 늘 배려를 아끼지 않으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매일마다 내 건강을 챙겨주시는 교장 선생님과 조리사 선생님… 내가 한국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나는 이곳에서 그 어떤 다른 경험보다도 더욱 더 소중한 경험을 하고 돌아갈 것이다.

한국 정부에서 각 TaLK  scholar에게 지원하는 예산은 약 2만달러 정도 된다고 한다. 그만큼 한국에서 기대하는 우리의 역할은 참으로 크다. 나는 그 기대에 결코 실망시키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여 맡은 의무를 다하고 돌아갈 생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의 학생들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선물하고 싶다.

어제는 할로윈데이. 나는 할로윈 문화를 가르쳐주기 위하여,  작은 파티를 열었다. 저마다 손수 만든 마스크를 쓰고, 별로 많지 않은 과자를 얻고도 너무나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모습… 나는 벌써부터 몇달 후에 있을 천사같은 아이들과의 이별이 걱정이 된다.


Theresa Jiyun Lee(이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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