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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몰락하는가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10-24 00:00

 

그는 문명을 혐오했다. 도시의 성벽을 싫어했고 집들 사이의 높은 담을 이해하지 못했다. 대신 사방이 막힘없는 텅 빈 듯한 초원을 사랑했다. 그는 수많은 도시를 정복했지만 도시에 들어가 본 적은 단 한번 밖에 없었다. 그는 파괴자였다. 무수한 부족과 나라, 국경이 그에 의해 사라졌다.
그는 한편 창조자였다. 도시의 성벽을 무너뜨리면서도 역사상 그보다 다리를 더 많이 놓은 지도자는 없었다. 군대와 물자들을 더 많이, 더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 수백, 수천 개의 다리가 필요했다. 그가 만든 다리는 민족과 민족을 이었고 문명과 문명의 소통을 가져다 주었다. 비로소 지구는 세계라는 이름으로 연결되기 시작했다.

그는 타임지에 의해 지난 천년간 최고의 인물로 선정된 징기스칸이다. 징기스칸은 중국인들에게 레몬과 당근을 맛보게 했다. 유럽인들에게는 국수와 카드, 차(茶)를 선물했다. 중국에는 교회가 세워졌고 페르시아에는 불교 사원이 생겼다. 지구의 구석구석에 고립되어 웅크리고 있던 문명들이 활발하게 교류를 시작했다.
중국의 화약과 무슬림의 화염방사기, 유럽의 주조 기술이 합해져 대포가 만들어 졌다. 총에서 미사일에 이르는 근대 무기 발달의 출발점이다. 또 서양의 힘이 동양을 앞지르는 이른바 서세동점의 전환점이기도 하다.

유럽인들은 징기스칸을 혐오했다. 유럽의 역사가들은 그를 잔인하고 거친 약탈자로 묘사했다. 그는 파죽지세로 유럽의 군대를 패배시켰다. 그의 이름은 곧 공포 그 자체였다. 하지만 깊이 들여다 보면 유럽인의 입장에서 징기스칸은 의외로 감사해야 할 인물이다. 징기스칸 연구가 잭 웨더포드 매칼래스터대 교수의 표현대로 그는 잠자는 유럽을 깨워 신대륙 정복자의 길로 인도해 주었다.

이는 아이러니컬하게도 징기스칸이 유럽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탓이다. 당시 유럽은 중국이나 무슬림 국가들에 비해 가난했다. 징기스칸으로썬 별로 탐나지 않는 땅이었다. 가 봐야 건질게 없었다. 요샛말로 개스값도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징기스칸을 절실히 필요로 한 쪽은 유럽인이었다. 그들이 2백년 동안 온갓 희생을 감수하고서도 어찌하지 못한 무슬림 제국을 징기스칸은 단 2년만에 완전히 초토화시켰기 때문이다. 성지(聖地) 예루살렘으로 가는 길을 얻기 위해선 징기스칸의 도움이 절실했다.

사실 유럽은 무슬림이나 중국에 비해 징기스칸에 의한 피해가 적었다. 그러면서도 그에 의해 잠에서 깨어난 유럽은 르네상스를 거쳐 과학기술을 발달시키면서 세계의 리더로 나설 수 있었다.

미국은 유럽 문명의 적자(嫡子)이자 정점이다. 2차대전이 끝난 후, 특히 구소련의 몰락 이후 미국의 완력은 차마 상대를 만날 수 없을 만큼 대단해졌다. 그 위세의 하이라이트는 마치 전쟁 영화를 보는 듯 이라크전서 펼쳐졌다. 하지만 이라크전은 미 군사력의 일방적 과시이면서 한편으로 미 제국의 막강한 둑이 허물어 내릴 수 있음을 보여 준 단초이기도 하다.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이자 MIT 대학 석좌교수 노엄 촘스키는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에게 사형을 언도한 재판을 두고 ‘비열한 법정’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1980년대만 해도 공공연히 후세인을 지지했다. 대량 살상무기를 개발할 장비를 제공했고 이라크 과학자들을 불러 핵기술을 전수하기도 했다. 그런 미국이 대량 살상무기를 핑계로 이라크와 전쟁을 일으킨 것은 희극이 아닐 수 없다.
이라크전의 늪에 빠진 미국이 경제마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것은 심상치 않은 조짐이다. 대제국의 몰락은 항상 엄청난 소용돌이를 몰고 온다. 그 파장에 전세계 새우들이 등 터질새라 발을 구르고 있다. 세계 경제 10위권을 노리는 한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그 파장의 직격탄을 맞아 비틀거리고 있다.

미국의 동요는 대체할 만한 나라나 세력이 없는 상태서 벌어나고 있어 더 심각하다. 중국은 아직 때에 이르지 못했고 유럽은 미처 허물어진 국경의 담을 다 치우지 못한 상태다. 미국 하나 잘못되어 그만이면 상관없다. 하지만 큰 배의 침몰은 일파만파의 충격을 좁은 어항에 강요한다. 자칫 그 어항이 엄청난 파도를 이기지 못하고 깨질까 염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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