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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레서피에 원래란 없다. 내 맘대로 만들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6-20 00:00

이선영(밴쿠버 웨스트)씨의 쇠고기 스시, 스모크 연어 스시

스시는 원래 일본인들이 생선을 숙성시켜 먹는 한국의 식해와 같은 것. 분명 ‘스시’를 하기로 했는데, 소고기에 불고기 양념해서 재워두더니 생선대신 초대리(스시초)로 간을 한 밥에 불고기를 올려 국적불명의 스시를 만들었다. 이걸 ‘스시’라고 해야 할지, ‘롤’이라고 해야 할지 잠시 갈등하고 있는 걸 눈치 챈 그녀.

“여보시오. 음식 레서피에 원래란 말이 어디 있어. 내 맘대로 만들어도 맛에서 성공이면 그게 레서피, 바로 ‘나만의 레서피’지. 세끼 책임지는 엄마들이 밥물을 저울로 무게 측정해서 밥 하는 거 봤어?”
못 봤지. 맛으로 승부하겠다는 듯 큰 소리 ‘땅땅’치는 이 여자, 일단 그 자신감 한번 멋지다. 하지만 새콤달콤한 스시초에 섞은 밥을 애기 주먹만하게 꼭꼭 눌러 그 위에 생선 한 조각 살짝 얹어 만드는 게 어쨌든 원래 스시. ‘원조’도 아니고 ‘원래’란 한마디에 발끈해서 “봤어? 봤어?” 암팡지게도 들이대는 그녀.

웃을 때마다 볼우물이 예쁘게 패는 그녀, 사실 그녀의 미모는 ‘보조개 빨’이라는 설(?)도 있다. 한글학교 교사도 그만두고 방송DJ일도 잠시 쉬는 요즘, 이민 후 처음 방학같은 편안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국 아줌마는 그게 문제야. 맛있는 레서피는 빨리빨리 계량화 시켜서 만천하에 공개해야 수신제가(修身齊家)한 초보주부들이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이룰 일 아니겠어?”

이랬다가는 스시든 롤이든 국물 한 점 돌아오지 않을 듯 해 말을 꿀꺽 삼키며, 장식장 곁으로 눈길이 가는 순간 그녀의 자부심(?)을 발견.

‘이선영. 위 사람은 일식 스시와 롤 정규교육과정을 수료하고…… 2007년 8월20일. 00요리학원장 백’
서울 강남구 신사동 사거리에 있는 이 요리학원. 초보창업자들의 식당 메뉴와 포장마차 안주요리 등 일반 학원들이 시도하지 않은 이색적인 강좌로 98년 IMF 이후 이름 드높아진 요리학원이다.

수료 날짜를 보니 지난 여름이다. 주말이면 한글학교 교사로 봉사를 하느라 짬을 낼 수 없어 좀처럼 한국에 다녀올 기회가 쉽지 않아 보이던 그녀, 이민 후 10년을 살던 미션 지역에서 밴쿠버로 이사를 하면서 교사를 그만두고 자유의 부인이 된 순간 한국으로 날아가, 아들은 컴퓨터학원으로 떠밀어 넣고 요리학원으로 달려갔단다. 부지런한 주부는 하루를 24시간으로 늘이고 탄력 붙으면 다시 한 달을 세 달로 늘이는 재주라도 가지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이선영씨가 만든 쇠고기 스시와 스모크 연어 스시.

지난 42회 주인공으로 꼬투리김밥을 만들 때만 해도 그저 요리 ‘좀 하나보다’ 했던 것이, 그 사이에 또 일취월장(日就月將)한 솜씨로 만든 초밥 위에 초고추장, 와사비 소스를 폼 나게 뿌리는 모양새에 입이 딱 벌어진다.

한때 그녀가 매우 얄미운 적이 있다. 제 앞가림 할 만한 대학생 딸 하나에 고등학생 아들 하나 키우면서 ‘바쁘다’는 소릴 달고 살던 그녀, 차 한잔 하려고 약속 한번 잡으려면 남북정상회담 날짜보다 더 복잡하고 더 어려웠다.

“하이고, 어떤 주부 둘 셋 키우지 않고, 학교로 학원으로 수영장으로 뛰어다니지 않는 사람 있나” 이런 오해였다. 그러나 친구 아들 딸까지 도합 여섯을 키우고 있다는 소리에 당장 설거지라도 도와주고 가지 않으면 나쁜 사람 될 것만 같다. 가뜩이나 자그마한 키의 그녀보다 두 배쯤 되는 주방가구들은 산 만한 크기에 엄청난 동선을 요구하고 있어, 카메라 렌즈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는 그녀가 마치 ‘방울’같다는 생각이 든다. 마침 다음날 또 한 아이 생일이라며 커다란 김치 통 하나 가득 불고기를 재는 그녀, 요리 짱인 그녀 앞에 차마 명함도 못 내미는 솜씨라 도와준다는 말을 꺼내기도 쉽지 않아, 동양인 주부들의 키 높이 ‘별로’ 고려하지 않은 건축설계업자만 미워했다.

42회 주인공이었던 그녀가 다시 ‘나만의 레서피’에 등장하게 된 사연이 또 있다. 밴쿠버 학교들이 일제히 방학에 들어가는 요즘, 만나는 주부들 마다 한국으로 간다며 짐 꾸리기에 바빠 당장 하루 세끼를 식당에서 해결하는 사람들도 부지기수. 이때 그녀가 추천한 한 주부가 있었다. 언제라도 그 집을 찾아가면 직접 키운 야채로 누구에게라도 맛있는 산해진미를 내 놓는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집안에는 따끈따끈, 지글지글 끓는 한국식 찜질방까지 있다고 했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시길래…… 돌격 앞으로! 외치며 당장 달려가고 싶었지만 섭외에 실패했다. “오시면 맛있는 음식과 정성스런 식사는 얼마든지 해 줄 수 있지만, 인터넷 1등 신문 ‘밴쿠버조선일보’ 홈페이지에 실려 전세계적인 스타가 되는 건, 소박한 이민자로 매우 부끄럽고 수줍다”는 것이 이유. 이 소식을 들은 그녀, “내가 한다” 한마디 던지고 바로 마켓으로 달려가 시장 봐오더니 준비 끝났다는 전화까지. 캬, 여자의 의리도 이 정도는 돼야지……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스시 만들기

■ 재료 주재료 쌀 180ml, 쇠고기 100g, 무순, 날치알, 크랩 미트, 오이, 1/2크기로 자른 김, 아보카도, 마요네즈, 스모크 연어
부재료 김발, 단촛물(스시초), 비닐 랩 / 스시초 설탕 1.5TS, 소금 1.5ts, 식초 5TS

■만드는 방법

① 쌀은 10분~20분간 수돗물을 흘리며 씻은 후 체에 받쳐 물기를 제거하고, 1컵 기준 540ml의 물을 부어 밥을 짓는다.
② 쇠고기는 불고기 양념으로 재워두고, 오이는 돌려 깎기한 다음 일정한 길이로 채 썰고, 아보카도는 오이와 같은 길이로 썰어 준비한다.
③ 고슬고슬한 뜨거운 밥을 한 김 뺀 다음, 스시초를 넣어 남은 김을 ‘후후’ 불어가며 잘 섞는다.
④ 불고기 양념으로 재워 둔 소고기는 초밥을 싸기 직전 뜨거운 팬에 살짝 굽는다.
⑤ 김발은 비닐 랩으로 몇 겹 싼 다음 그 위에 1/2 크기의 김을 놓고 스시 밥을 올린다. 이때 한쪽의 밥은 김보다 0.5cm 가량 더 길게 놓는 것이 김밥을 만들 때와 다르다.
⑥ 5의 밥을 뒤집어 김 위에 무순과 아보카도, 크랩 미트를 올려 김밥처럼 도르르 말아준다
⑦ 재워 둔 소고기를 구워 스시 밥 위에 올린 다음 비닐 랩을 씌워 두 손으로 꼭꼭 눌러 밥과 잘 접착시킨 후 그대로 썬다.
⑧ 무순 잎이 나온 양쪽 꼬투리는 접시 좌우 세로로 놓고, 날치알과 과일로 장식한다.
⑨ 같은 방법으로 만든 스시 밥 위에 소고기 대신 스모크 연어를 올려 초고추장 소스 혹은 와사비와 마요네즈를 1:1로 섞어 만든 소스를 뿌린다

■ Cooking Tip

① 스시는 밥과 초대리(식초, 소금, 설탕)가 맛을 좌우합니다. 쌀은 반드시 수돗물을 틀어두고 흐르는 물에 씻어야 밥알이 살아나고 윤기가 흐릅니다.
② 스시는 바닥은 납작하고 위는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김발로 밥을 동그랗게 만든 다음 아래로 누르는 것처럼 약간 힘을 가하면서 손가락은 동그랗게 구부려 모양을 만드세요.
③ 김의 크기보다 한쪽 면을 0.5cm 밥을 더 놓아야 김을 감싸는 스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④ 식초에 소금 5~10%만 섞으면 식초의 신맛과 소금의 짠맛이 단맛을 만듭니다.
⑤ 스시 밥은 쌀알이 깨어지지 않도록 주걱으로 살살 어루만지듯 하세요.
⑥ 야채와 과일은 식성에 따라 응용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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