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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럿이 먹으면 젓가락 전쟁이 일어 나는 활어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30 00:00

시애틀 인사동 - 싱싱한 자연산 회와 한국식‘쯔끼다시’가 있는 집

미국 시애틀에 있는 한식당 '인사동'. 밴쿠버에 한식당이 없어서 미국까지 가냐고 닥달하긴 이르다. 그동안 독자들로부터 심심찮게 듣던 질문이 활어회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나요?였다. 밴쿠버에서 '펄떡펄떡'은 아니더라도 살아 있는 생선을 그 자리에서 잡은 활어회를 먹을 수 있는 횟집이 한 두 집? 그러나 생선회가 나오기 전 메추리 알 껍질 도르르 벗겨 소금에 콕콕 찍어먹고 바삭하게 튀긴 작은 생선에서부터 갖은 밑반찬들이 즐비하게 나오는 쯔기다시(つきだし)를 먹고 있노라면, 입안에서 오돌거리는 생선 살이 나오던 한국 생선횟집의 그 맛이 없어 참으로 아쉬웠다. 그 맛이 그리운 사람이 어디 질문자와 기자 뿐일까. 해서 작정하고 찾아 낸 이 집은 밴쿠버에서 자동차로 두어 시간이면 도착할,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시애틀 아울렛에서 20분~ 30분 거리에 있다.

■ 쫄깃한 생선회에 대한 그리움
늦겨울 어둑어둑 무렵 횟집 ‘삼학’ 가파른 층계 이층에 올라가
창가에 앉아 술상 기다리며 밖을 내다보니 나도 모르게
어떤 모진 외로움 속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초저녁인데도 불빛은 새 항구로 가고 없고
깃발 흔들던 바람도 가고 없고
불을 채 못 끈 배 한 척이 부두 한편에 매달려 있었다.
사내아이 하나가 서툰 자전거를 몰고
가로등 불빛 속으로 들어와 핸들에서 두 손을 떼고
아슬아슬 축대 가장자리를 스쳐 불빛 밖으로 사라졌다.
혼자 술로는 더 늘일 수도 줄일 수도 없는 형상!
이 밤은 별나게 깊어갈 것이다.

황동규 시인의 ‘여수 구항(舊港)에서’라는 작품이다.
횟집 이야기에 유명한 시인을 등장시키며 사설이 긴 이유…… 있다. 맛있는 집은 맛도 중요하지만 그 음식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세월이 쌓아 준 내공과 더불어 그 맛을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집만이 가진, 그 음식만이 느끼게 하는 즐거움이 또 있어야 하는 법. 생선횟집에서는 쫄깃한 생선 살맛과 더불어 회가 나오기 전 즐비하게 나오는 기본 반찬, 즉 ‘쯔끼다시(つきだし)’ 의 즐거움을 빼놓고 말하기 어렵다.
밴쿠버에서 일식당을 갈 때마다 한국 강원도 속초 대포항이나 부산 자갈치에서 골라 골라 담은 생선바구니를 들고 근처 음식점에서 회 쳐 먹을 때의 기억에 입맛을 다시곤 했다.

■ 쯔끼다시에 반하다
거리가 좀 멀긴 하지만, 아울렛을 가는 길에 우연히 들어 간 한식당 ‘인사동’. 출입문 앞 수족관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생선회 킬러 이 모기자가 떴음을 감지한 광어와 멍게, 해삼, 전복들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다. “반갑다 광어야” 살아생전 마지막 눈인사라도 나누려고 수족관 유리를 손가락으로 ‘톡톡’ 건드렸더니 ‘죽은 척’ 트릭을 쓰고 있다.
그래, 광어 군(君)혹은 양(孃). 덜 싱싱한 척 아무리 죽은 척 해도 언젠가 어차피 누군가의 상에 올라 초고추장 쌈에 말려 맛있게 삼켜질 운명, 그래도 죽은 척 하려면 주인의 채에 걸려 도마에 오를 때까지 버틸 것이지 바보같이 지느러미 한 가닥을 꼼지락하더니 넙적한 몸통을 슬슬 움직여 수족관 구석으로 피한다.
제주도에서 비행기로 공수해 온 생선 한 마리라도 상할까봐(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염려하던 주인 이동익씨, 자리에 앉으면 돌돌 말린 하얀 물수건 쫘악~ 돌린 다음 한국처럼 ‘쯔끼다시(つきだし)’ 왕창 나온다고 했다.
빨리 빨리 자리에 앉아 대기. 드디어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쯔끼다시가 나오기 시작했다. 참 이상하다. 회를 좋아하면서도 왜 생선횟집에서 회 맛에 상관없는 ‘쯔끼다시’에 연연하게 되는 걸까.

■ 주의 사항에 주목
1인용 오목한 컵에 나오는 계란 푸딩 대신 뚝배기에 푸짐하게 나온 계란 찜. 새우젓 듬뿍 넣고 끓인 꼬릿한 냄새가 정겹다. 이어서 하얀 무를 깔고 앉은 빨간 빛을 띤 해삼이 나오고, 그 곁으로 애첩에게도 주기 아까워한다는 천하일미 해삼 내장이 소주잔에 담겨 나왔다.
흐~ 내장은 아껴두고 해삼 한 점을 입에 넣었다. 향긋하면서 입안을 ‘화~’하게 감도는 해삼 향에 입안에 침이 흥건히 고이더니 꿀꺽 넘어간다. 잠시 후 전복 회가 나오고, 큰 접시의 야채 가득한 위에 회를 올린 회 무침, 굵은 홍합과 옥수수를 버터에 구운 철판구이, 생선회를 먹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꼬마돈가스와 두부튀김이 나왔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쯔끼다시지만 한국에서처럼 쯔끼다시 먹고 배가 불러 정작 회를 먹을 땐 무슨 맛인지도 모르고 먹을 순 없는 일. 그런데 어째 주인은 이것저것 자꾸만 내 놓는 걸까. 내 놓는 대로 다 먹다가는 필시 회를 된장찌개 먹듯 할 게 뻔해 군침을 삼키면서 한쪽으로 제쳐 두었다.  
(주의:  4명 이상 인원이 되지 않을 때는 가지 말것. 배고픈 고통보다 배 부른 고통으로 힘들어 질 것. )

■ 달착지근한 활어 광어회
드디어 엄청나게 큰 접시에 나온 광어회. 한국에서는 동네 시장 통에만 가도 흔하디 흔한 광어회가 얼마나 반갑던지, 젓가락을 ‘쪽 쪽’ 소리나게 빨면서 슬그머니 생선 뱃살 부위 회를 골라 입안에 넣었다. 생선회를 먹을 줄 아는 사람은 이미 눈치 챘을 것. 뱃살은 생선이면서도 달착지근한 맛에 고소한 뒷맛이 나는 그 오묘한 맛, 한 마리에서 나오는 양이 적어서 더 달디 단 그 놈들을 숨도 쉬지 않고 단번에 먹어 치웠다.
회를 걷어 낸 자리에 드러난 무채가 곱고 가지런하다. 생선회 아래 무를 까는 건 장식이 아니라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것. 하지만 요즘 재활용(?)이 성행하는 관계로 이 무를 먹어본 지가 언제인지 모른다. 해서 곱게 썬 무는 결코 재활용할 수 없다는 말을 듣고서야 상추쌈 위에 무를 깔고 초장에 생선회 한 점을 찍어 보자기로 감싸 듯 모아 입안에 쏘옥~ . 
캬~. 잘 숙성된 참치회도 좋고, 연어니 뭐니 다 좋지만, 역시 생선회는 싱싱하게 살아 있을 때 그 자리에서 회로 쳐 와사비 살살 풀어 매콤한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

■ 회를 먹고 나면 생선회까지
매주 목요일 수족관을 채우는 이 집의 생선회는 보통 미국에서 잡은 자연산 광어와 생선을 사용하지만, 자연산 광어가 나오지 않는 5월부터 8월까지는 우리나라 제주도에서 비행기로 공수해 온다. 주인 이동익씨는 “10마리가 들어오면 보통 3마리는 죽는데 비행기가 연착이라도 하는 날이면 몽땅 죽은 생선을 받을 수밖에 없어 손해를 보지만, 그렇다고 그 기간에 메뉴를 없앨 수는 없어서 여름철에는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손해를 보면서도 내 놓는다”고 했다. 요즘 같은 철에는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주인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포 뜨듯 발라낸 생선을 다 먹은 후 생선 머리와 내장, 홍합, 오징어, 갖은 야채를 듬뿍 넣고 끓인 매운탕까지 푸짐하게 먹고 나서야 제주도에서 공수해오느라 ‘팔면 팔수록 손해’라는 주인에게 조금 미안해 진다.

■ 미국 시애틀 ‘인사동’ 상세정보
문의: 1-425-778-9292
주소: 19226 Hwy., 99 Lyunnwood WA 98036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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