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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롭게… 철저하게… '성장통' 거뜬히 이겨냈어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5-15 00:00

일반고에서 두 남매 하버드·예일 보낸 권계화 교수

엄마(권계화·서울여대 수학과 교수)는 무척 기뻤다. 하버드대 사회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딸(성소라·23)에 이어 아들(성경식·19)도 예일대와 스탠포드대에 동시 합격했기 때문이다. 두 남매는 여느 아이들처럼 일반계 고교를 다녔지만 숨겨진 재능을 알게 되면서 꿈을 키워 날개를 달았다. 진로를 두고 시행착오도 겪고 '성장통'을 앓았지만 거뜬히 이겨냈다.

▲ 권계화 교수는 "입시제도에 급급해 말고 진정한 인재를 키울 수 있는 장기적인 교육 목표를 세워라"고 조언했다.


학교 수업 충실하게 해

권계화 교수는 아이들에게 되도록 늦게 한글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글자를 모르는 아이들은 그림책 한 권을 구석구석 살펴보며 똑같은 책에서도 매일 새로운 것을 발견해냈다. 권 교수는 "글자를 너무 일찍 깨우치면 그림책에 있는 문장만 읽고 넘어가 버린다"며 "그림책을 보면서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게 하는 것이 상상력과 창의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값비싼 장난감 대신 점토, 붓, 물감 등 미술 도구를 집안에 늘어놓고, 아이들이 손을 많이 움직여가며 놀도록 만들었다. 또 주말은 물론 평일 저녁에도 온 가족이 나들이를 즐겼다. 시간이 없을 때는 가까운 한강 공원에 나가 바람을 쐬었다. 권 교수는 "직접 찬바람을 맞아봐야 아이들이 '살을 에는 듯한 바람'이 어떤 것인지 이해하고 쓸 수 있다"며 "학원에 보내 글쓰기 수업을 받게 하지 말고, 생활 속에서 몸으로 느끼고 감동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아이들이 고교를 졸업할 때까지 학원에 보낸 적도, 선행학습을 시킨 적도 없다. 한 번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딸 소라가 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할 학교 대표로 뽑힌 적이 있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나눠준 올림피아드용 문제집을 보니 4학년 수준을 훨씬 뛰어넘는 수식이 즐비했다. 결국 아이와 상의한 끝에 학교 대표를 사양했다. 권 교수는 철저히 학교 진도에 맞춰 공부하도록 했다. 방과 후에는 '악기, 테니스, 숙제'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자유로이 뛰놀게 했다. 아이들은 학원에 다니지 않는 만큼 수업시간에 더 충실했다. 당연히 학교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권 교수는 "교육은 10년, 20년 앞을 내다보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해야 한다"며 "매일 변하는 입시제도에 어떻게 맞출까 급급해 하지 말고 '세계는 지금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를 더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특목고 아닌 일반계 고교에서 아이비리그 진학

딸 소라양은 중학교 1학년 때 자퇴를 했다. 5세 때부터 시작한 바이올린 공부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그러나 권 교수는 "그토록 좋아하는 바이올린을 종일 자유롭게 연주해볼 시간을 주고 싶었다"고 했다. 소라양은 1년 간 방안에서 하나의 음을 수십 번씩 연주해가며 혼자 연습했다. 그러던 중 한국을 방문한 미국 줄리아드 음대 강효 교수를 따라 유학을 떠나게 됐다. 미국 중학교 8학년에 편입한 그는 줄곧 일등을 놓치지 않아 이듬해 졸업식에서 클린턴상을 수상하고 졸업식 고별사까지 맡았다. 이 과정에서 음악보다 다른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일단 고교를 한국에서 마쳐야겠다는 생각으로 귀국한 소라양은 외고에 진학했다. 하지만 밤 10시까지 자습하고 새벽까지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면서 외고에 회의가 들었다. 집 근처에 있는 경기여고로 학교를 옮겼다. "바느질, 수예, 축구, 배구 등을 빠짐없이 가르치는 일반계 고교의 수업방식이 마음에 쏙 들었다"고 한다. 학교 수업을 마치면 곧장 집에 돌아와 악기를 연습하거나 자유롭게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었다.

누나의 시행착오를 곁에서 지켜본 경식군은 처음부터 일반계인 경기고에 진학했다. 그러나 미국 대학 진학반이 없는 일반계 학교에서 혼자 유학을 준비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신 성적 관리도 쉽지 않았다. SAT 시험공부를 하다 보면 어느새 기말고사가 눈앞에 닥쳐왔다. 부족한 부분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며 학교 시험을 준비했다. 덕분에 소라양은 전교 상위 3%, 경식군은 상위 1%의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경식군은 "수능시험 위주로 공부하는 친구들을 따라 하다 보면 자신의 페이스를 잃게 된다"며 "일반계 고교에서 미국 대학 진학을 준비한다면 철저히 공부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관심사와 연계된 과외활동 해야 입시에서 유리

소라양과 경식군이 아이비리그 대학에 합격한 데는 다양한 과외활동의 힘이 컸다. 소라양은 탈북자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위안부 할머니와 자매결연을 맺어 꾸준히 봉사활동을 했다. 온 가족이 가나안농군학교에서 1주일간 훈련을 받기도 했고, 베트남 통일 연수에도 참가했다. 권 교수는 "아이들이 베트남 방문을 계기로 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사회에 관심을 가졌다"며 "국제무대에서 한국, 아시아의 발전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꿈을 품게 됐다"고 덧붙였다. 권 교수가 연구교수로 1년간 남아공으로 떠날 때도 온 가족이 함께 갔다. 당시 중3이었던 경식군은 1년간 아프리카 곳곳을 돌아보고, 빈민지역 유치원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경제학을 전공할 예정인 경식군은 대학 지원서를 쓰면서 남아공에서 본 빈부의 격차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에 대한 에세이를 작성했다.

이외에 자신의 다양한 재능을 보여줄 수 있는 자료도 첨부했다. 소라양은 바이올린과 피아노 연주를, 경식군은 남아공에서 배운 성악을 CD로 만들었다. 어릴 때부터 해온 동양화 그림도 슬라이드에 담아 제출했다. 경기고와 경기여고가 미국 대학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모교를 홍보하는 팸플릿을 직접 만들어 보냈다. 경식군은 "혼자서 입시 준비를 하고 정보를 얻기가 쉽지 않았지만, 미국 대학에서는 지원자의 이런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 syo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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