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필 역사적 평양공연…오케스트라 외교 개막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은둔의 왕국’ 북한이 26일 미국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평화의 선율을 받아 들였다.

뉴욕필의 음악감독 겸 상임 지휘자인 로린 마젤이 이끄는 뉴욕필 단원 105명은 이날 오후 6시6분 남북한을 비롯한 전 세계에 TV로 생중계되는 가운데 북한 국가 '애국가'(김원균 작곡)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세계적인 이벤트가 시작되는 순간이다.

특히 뉴욕필이 공연을 시작하면서 북한의 국가와 미국의 국가를 연주하는 것은 역사적인 사건이다. 특히 반세기만에 평양 한복판에서 미국 국가가 울려 퍼진 것은 다양한 의미를 던져 준다.
양국의 국가가 울려 퍼지는 동안 동평양대극장에 참석한 2500여명의 관람객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공연장에는 북.미 양측의 국기가 내걸린 가운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생중계 화면 속에서는 북한의 양형섭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리근 외무성 미국 국장, 박경철 민화협 부회장 등 북한측 인사들이 잡혔다. 특히 리근 국장은 윌리엄 페리 전 미 국방장관 바로 옆에 앉아있었고 한성렬 전 유엔주재 북한 차석 대사도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을 비롯한 남측 관객들도 보였다. 북한 청중들은 남성의 경우 거의 대부분 양복 차림이었고, 여성 관객들은 한복차림이었다.

뉴욕필은 '로엔 그린'(바그너 작곡) 중에서 제3막 서곡을 첫 곡으로 연주했다. 로린 마젤은 첫 곡 지휘를 마친 뒤 "이렇게 훌륭한 극장에서 공연하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음 연주곡인 '신세계로부터'(드보르작 작곡)에 대해 설명했다.

한시간 반 동안 공연장에는 장중하고 경쾌한 선율이 계속됐다. 뉴욕필은 관중들의 호응에 답하기 위해 '아리랑'도 연주했다.

로린 마젤은 지난 20일 월스트리트 저널(WSJ)에 ‘왜 평양공연을 하는가’라는 제하의 기고문에서 “음악은 비정치적이고 무당파적이며 특정 현안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평화로운 교감이 이뤄지는 곳으로 사람들과 문화를 함께 불러모으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오후 5시 '방송순서'를 통해 이날 오후 6시부터 뉴욕필 공연을 "현지 실황중계"한다고 예고했다. 이어 오후 6시부터 동평양대극장의 외부 조형물과 건물 외경을 보여주다가 중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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