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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안주라면 자신있어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11 00:00

이혜진씨(다운타운)의 김치삼겹살두루치기

지난 해 가을 ‘코리아싱어즈’의 가을음악회 취재를 간 써리에서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뜬금없이 “밥이나 할 줄 알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30대 전업주부이면서도 생기발랄 ‘통통’튀는 그녀를 이길 재주가 요리 밖에 없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자연스럽게 ‘밥’과 연결된 듯 해 혼자 ‘피식’웃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다가 몇 번 더 만날 기회가 있었고, 부부 모임에서 함께 노래를 부를 기회가 있었다. 말이 ‘함께’일 뿐, 사실은 그녀의 리사이틀을 구경하는 수준이었지만, 그날 밤 그녀는 정말 예뻤다.

“여보세요~ 거~기 누구 없소! 창문을 두드리는 달빛에~ 대답 하듯~”
으아~ 박자 음정 흔들림 없이 뱃속 깊은 곳에서 쭉쭉 뽑아내는 성량으로 부르는 그녀의 노래. 그 노래를 불렀던 가수보다 더 감칠맛나게 부르는 막강한 노래실력 앞에, 사람들은 슬그머니 노래 선곡 집을 내려놓고 말았다. 뛰어난 가창력을 가진 자만이 부를 수 있는 노래만 쏙쏙 골라 내어, 고음 저음 몇 옥타브를 오르내리는 그녀에게 마이크를 내 주고 구경하던 방청객(?)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앵콜! 앵콜!’ 외치다가 그녀보다 더 목이 아파 다음날 몹시 괴로워했노라 고백했다.

 ◇ 결혼 3년만에 ‘달빛 정기’를 받아 태어난 2살 된 딸 빛나와 함께 앉은 이혜진씨. 딸 이름 ‘빛나’는 임신 중 잉글리쉬 베이를 걷다가 수면 위로 반짝이는 햇살에 영감을 받아 지은 이름. 첫 인상이 차갑고 ‘깍쟁이’같은 그녀. 그러나 누구 앞에서도 솔직하게 표현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해 한번 마음이 열리면 누구보다 친해지기 쉬운 사람이다. 음식점 경영이 희망인 그녀의 진짜 솜씨는 칵테일, 와인, 막걸리, 소주, 맥주 술 종류에 따른 간편 안주 요리. 그 솜씨는 다음 기회에.

 얼핏 보기에 밥도 제대로 못할 것 같던 그녀, ‘안동 찜닭’ 레서피 진행 도우미로 초청했더니 찜닭을 안주 삼아 막걸리 몇 잔을 홀랑 비워내며 “캬! 세상에 술 없으면 무슨 재미로 살지?” 하는 독백에 사람들 웃느라 숨 넘어 갈뻔했다. 그럴 땐 영락없는 20대의 신세대 같은 그녀, 매사 분명하고 솔직 담백한 성격에 탄산처럼 ‘톡’ 쏘면서도 체리 향이 향긋한 ‘마운틴 듀’ 같은 여자다.

하지만 얄밉다. ‘주는 대로 실컷 먹고도 배 안 나오는 女’. 찜닭이 나오던 순간부터 자리를 털고 일어서는 최후의 마지막 순간까지 수저를 들고 있었지만, 먹는 만큼 ‘살 찐다’는 이론도 그녀를 비켜 가는 듯 하다.

“이거 먹고 나면 다음 레서피 주인공인 거 알죠?”
은근 슬쩍 공을 넘기면서 “아유~ 저는 음식 잘 못해요. 우리는 뭐 대충 되는대로 해먹고 살아서 레서피라고 할 게 없어요.”. 혹은 “언제 한번 날 잡아보세요” 하고선 구렁이 담 넘어가 듯 세월만 보내다 면피하는 ‘뺀질 아줌’형일 것이라 예상했다. 그러나 꽁무니를 뒤로 쭈욱~ 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녀, 예상을 뒤엎고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달궈진 프라이팬에 올린 소금새우마냥 발끈하며 튀어 올랐다.
“그래요! 그래요! 나 할 거 있어요. 언제 해요?”
읏! 이건 예상 답안이 아니었다. 질문자가 말문이 막혀 어리버리해 있던 순간, 사람들의 눈이 일제히 그녀에게 꽂혔다. “정말? 당신이 정말?” 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는 눈길을 싹 무시해버리는 그녀, 말 나온 김에 끝장을 내려는 듯 남편과 입맞춰 아예 날짜까지 잡고 있었다.

그녀 남편 손모씨:  그래, 한번 해! 당신 잘하는 거 많잖아. 그거 보여 줘
그녀:  그치? 어떤 거 할까?
남편: 제육볶음, 브로콜리 볶음, 골뱅이 무침…… 음…… 많잖아. 아무거나 해
그녀: 응, 아니면 인터넷 보고 메뉴 하나 골라서 할까? 담주 화요일 어때요?

부부의 나이차가 8살이라더니 얼쑤! 찰떡 궁합이다. 오가는 대화는 지극히 평범한 범주인데, 주고받는 눈길이 어찌나 뜨거운지 우연히 그들 부부 사이에 끼어 앉았던 사람들 옷자락에 불씨 튀지 않았나 몰라.

“김치삼겹살 두루치기, 계란볶음, 닭발, 콩나물 냉국, 홍합탕…… 뭐든 말만해요.”
예리한 독자라면 눈치챘을까? 그녀가 줄줄이 나열한 메뉴, 그렇다. 몽땅 반찬을 빙자한 ‘안주 류’들이다.

“언젠가 음식점 한번 해 보는 게 꿈이에요. ‘콩나물 팍팍 무쳤냐’ 이 이름 어때요? ”
이런 꿈, 남편 입장에서는 경제적 보탬 되니 마다할 이유 없고, 영주권이나 생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음식점 운영하는 사람보다 음식에 정성이라도 더 들어갈 테니 독자들 입장에서 더욱 반갑다. 세상을 두루두루 이롭게 하는 아주 바람직한 좋은 꿈, 그러나 애석하게도 조만간 둘째 아이 가질 계획이라니, 그 음식점 문 열기 기다리려면 잊은 듯 기다려야 좋을 듯.

약속한 수요일, 바다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다운타운 아파트 21층에서 만난 그녀. 아이 낳고 오른 살집이 빠지지 않아 얼굴이 ‘달덩이’만해 졌다며 못내 걱정하면서도 반갑게 맞이했다.

요리하는 내내 음식보다 더 맛있는 결혼이야기로 사람들 배꼽을 빼게 한 이날, 손쉽게 만든 김치삼겹살두루치기를 앞에 두고 ‘무언가 허전하다…… 허전하다…’ 하던 사람들, 술안주를 놓고 밥을 먹고 었었으니 시원한 맥주 한잔 고픈 사람들은 몹시 허전했을 것.

한국과 캐나다를 오가며 연애기간 2년 동안 태평양 상공에 뿌린 돈만 저축했더라면, 한 1년 편안히 놀고 먹어도 좋았을 비용을 쏟아 부으며 비싼 연애를 끝내고 결혼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부모님 허락 없이 밴쿠버 다니러 왔던 길에 ‘이왕 할 거 빨리 서류라도 진행하자’며 살살 꼬드기는 애인의 말에 부모님 허락도 받지 않고 덜컥 결혼식 한 것이 8월. 9월에 한국 나가서 부모님께 통보한 다음 호적에서 ‘제명’될 뻔 했지만, 사위가 마음에 든 부모님이 다시 주선한 결혼식을 치르고 10월에 다시 밴쿠버 행 비행기에 올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는 결혼이야기는 잘만 쓰면 신춘문예 수필 당선은 따논 당상. 그렇게 일을 저질러(?)놓고 막상 한국을 떠나오기 전날 새벽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심란했다는 그녀. 결혼식 비디오를 보면서 “아, 내가 결혼 했구나” 정신 번쩍 들어 부랴부랴 가방 꾸려 남편 손을 잡고 떠나 온 것이 7년 전. 그 사이 첫 아이를 임신 초기에 잃고 크게 상심에 빠지기도 했지만, 선배들의 ‘달빛 정기’ 비법을 전수받아 곧 바로 예쁜 공주 ‘빛나’를 낳아 모유로 수유하며 한국적인 방식으로 예쁘게 키우고 있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김치삼겹살 두루치기

■ 재료 돼지고기, 신 김치 / 양념장: 고추장 2큰 술, 고춧가루 1큰 술, 후춧가루 1ts, 설탕 1큰 술, 간장 1큰 술, 미림이나 맛술 2큰 술, 마늘

■만드는 방법

① 김치와 파는 잘게 썰어두고 양념장 재료를 잘 혼합해서 먼저 양념장을 만든다.
② 삼겹살을 먹기 좋은 크기로 썬다.
③ 두꺼운 냄비에 먼저 김치를 깔아준다.
④ 3의 재료 위에 삼겹살을 듬뿍 깔고 그 위에 만들어 둔 양념장을 끼얹는다.
⑤ 뚜껑을 덮어 고기와 김치가 어울려 자작한 국물이 나오도록 끓인다.
⑥ 끓기 시작하면 양손에 주걱을 들고 잘 저어준 다음, 식성에 따라 자작하게 물을 부어준다.
⑦ 마지막으로 파를 썰어 얹은 다음, 떡이나 살짝 삶은 라면 사리 등을 올려 한김 올린다.

■ Cooking Point
① 너무 신 김치나 날 김치보다 살짝 익은 김치로 이용하면 더 맛있어요.
② 물을 거의 사용하지 않으려면 냄비 바닥이 두꺼운 게 좋아요.

■ Cooking Tips
① 라면을 살짝 삶아 사리를 얹어도 좋아요.
② 냉동실에 먹지 않고 얼려 둔 떡을 살짝 녹여 썰어 올려 먹어도 맛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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