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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댁' 그녀의 찜닭 솜씨는 일품이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04 00:00

서해경씨(위슬러)의 안동 찜닭

언젠가부터 레서피 촬영이 있는 날은 밴쿠버 여러 지역에서 도우미를 자청한 주부들이 모여 서로 가르쳐주고 나눠 먹은 뒤 다음 레서피를 통해 되갚는 일이 이어지면서, 자연스럽게 릴레이 레서피로 이어지고 있다. 이 행복한 소식이 ‘나만의 레서피’ 새해 첫 뉴스.

더욱이 그때마다 동창회 나온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듯 함께 어울리며 서로 아이들 이야기, 감춰 둔 레서피와 시장 정보를 주고 받는 모습. 지면 담당 기자에겐 이보다 더 희망찬 새해 출발이 있을까.

아시다시피 보셨다시피 그녀들이 또 누군가. 모두 ‘한 살림, 한 요리’ 하는 막강한 살림 ‘꾼’들. 그러니 그녀들이 뚝딱 만들어 오는 요리 한가지를 차려 놓고, 가운데 레서피 촬영 음식 하나 놓으면 훌륭한 요리파티가 된다. 이들에겐 시간 많은 기러기 엄마들의 일탈이니 어쩌니 소문조차 귀담아 들을 새가 없다.

◇‘은혜는 은혜로, 요리는 요리로 갚는다’는 것이 레서피에 초대된 주부들의 모토. 이날 초대된 이재니씨와 양은자씨를 비롯해 6명의 주부들이 한 자리에 모여 한 컷. 사진 중앙에 앞치마 두른 이가 서해경씨. 이렇게 처음 만나서도 1분이면 서로 친구가 되는 것이 우리나라‘아줌마’들의 경쟁력.‘품앗이’로 서로 요리를 도와주고 배우며 즐겁게 살아가는 이들에게 밴쿠버의 생활은 언제나 햇살 화창한 봄날이 있을 뿐이다. 사진 우측 상큼발랄한 표정의 그녀가 다음 레서피 예정자. 메뉴는 두루치기?

2007년을 불과 몇 시간 남겨둔 12월 마지막 밤. 이날도 위슬러와 스콰미시, 밴쿠버, 써리, 버나비, 다운타운…… 대표 손맛들이 손에 손에 선물을 들고 랭리 양은자씨 집으로 모여들었다. ‘나만의 레서피’ 21회 50회 51회 4회에 등장해 손맛을 뽐낸 주인공들과 송년회를 겸한 ‘품앗이’를 갚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이날 주인공은 ‘안동댁’ 서해경씨. 고향이 안동인 그녀. 간호사 출신이면서 한때 안동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안동 찜닭’ 집을 운영하며, 그녀의 손맛을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백만 원씩을 내고 전수해 가려고 줄을 섰던 화려한 과거가 있다.

아쉽게도 이번에 그 솜씨를 몽땅 보여주긴 힘들었다. 우선 그 때 그 재료의 확보가 어려웠고, 화력도 그녀의 솜씨를 받쳐주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이었다. 하지만 그 맛은 예술이었다는 결론부터 전한다.

경상도 투박한 사투리에 목소리 큰 것은 매력이라 치고, 목젖이 보이도록 입을 크게 벌려 환하게 웃는 그녀와는 도대체 비밀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 웃음소리 크고 목소리 큰데다 ‘오리지널’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니, 그녀의 언어는 영어보다 힘들 때가 있어 수시로 통역이 필요해서 더 그렇다.

그녀, 요리를 하다가 손을 내밀더니 ‘지렁 도’란다. 의아한 도우미들, “네??????”.
그러지 않아도 영어에 주눅들린 데다 경상도 오리지널 사투리에 더 주눅들린 서울아줌마들, 학벌, 경력, 몽땅 어디로 사라지고 그녀 앞에만 서면 어리버리한 ‘촌닭’되기 순간이다.
‘지렁 도’라는 말을 ‘간장 줘’로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이 밴쿠버에 얼마나 있을까.
이건 또 약과다. 그녀의 남편은 학교 다닐 때 단거리 마라톤 선수였단다.

“우리 남편은 쪼쪼바리를 엄청 잘 한기라. 학교대표에 경상도 대표선수였는데 할배가 공부하라꼬 고만시킸다 안 하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 또 다시 어리버리해 졌다.
“세상에…… 경상도에서는 쪼쪼바리 대표선수라는 것도 있구나……”
그녀가 말한 ‘쪼쪼바리’는 ‘달리기’. 그녀가 빠른 속도로 사투리를 쏟아내면 사람들은 절반은 알아듣고 절반은 버리느라, 두뇌가 ‘긴급 모드’로 전환해야 겨우 전체 대강 줄거리라도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다. 특히 어릴 적 이야기에선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녀 왕따 당하지 않고 잘도 살아가는 이유는 한가지. 들으면 들을수록 정겹다. 이것은 누가 확인 할 수 없는 과거 사소한 행동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눈꼽 만큼의 거짓이나 보탬도 뺌도 없이 솔직하고 꾸밈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것 저것 ‘재고 견주며’ 이야기할 필요가 없으니 말하는 사람이나 듣는 사람이나 속이 시원하다.

얼핏 강해 보이는 그녀, ‘고향’ 앞에서 쓰러진다. 고향 안동 근처, 경상도란 말만 해도 ‘간’도 ‘쓸개’도 다 내어 줄 것 만같이 반기는 그녀. 아직 이국 생활에 익숙해 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워낙 정이 많은 탓이다.

이런 그녀를 두고 주변에선 “저렇게 사람 좋기만 해서 외롭고 거친 이국 생활을 어찌할까” 염려하지만, 정작 그녀는 늘 ‘OK!OK!’ 연발하며 행복하기만 하다. 일 할 수 있는 건강함이 감사하고, 더 나빠지지 않고 현재의 삶을 유지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항상 즐겁고 항상 행복하다.

“마~ 내가 쪼매 손해보믄 대지……”
이 한마디가 집안 조상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가훈인 듯, 손해를 지나쳐 몸도 마음도 다 퍼주며 살아가지만 힘든 내색 하지 않고 또 부족한 것도 없어 보인다. 서울엔 명문대 다니는 범생이 아들이 있고, 밴쿠버에서는 사업하는 아버지대신 언제나 엄마 곁에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는 아들이 있어 더 부러울 게 없다는 그녀. 밴쿠버 어느 식당에서 E여대 동문회가 열리기로 한 날, 그 음식점 일하는 아줌마들이 모두 E여대 출신이라 문 닫았다는 농담처럼, 한국에서 ‘한 가닥’하지 않은 아줌마가 어디있을까만 그녀도 화려한 과거(?)가 있지만, 오늘 하루 주어진 일과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살아간다. 이제 아이들도 다 컸고 꼭 일하지 않아도 좋을 형편 아니냐고 하는 사람들에게 그녀 이 한마디 던진다.
“몸 성한데 놀고 먹으면 머하노”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안동댁 서해경씨가 만든 안동 찜닭. 한때 안동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안동 찜닭’ 집을 운영하며, 그녀의 손맛을 배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어 수백만 원씩을 내고 전수해 가려고 줄을 섰던 화려한 과거가 있다.

■ 재료 생닭 1마리, 당면, 감자(중3), 양파(중3), 당근(중3), 칠리,
대파, 맛술, 설탕, 카라멜 소스, 생강, 진간장, 다진 마늘

■ 만드는 법

① 당면은 찬물에 불려 놓고, 물1ℓ에 진간장, 칠리 고추, 맛술, 생강을 넣어 끓인다.
② 닭은 기름기와 껍질을 제거하고 깨끗이 손질하여 한입 크기로 토막 낸다.
③ 감자와 당근도 한입 크기로 썰어 가장자리를 둥글게 만든다.
④ 찬물에 닭을 넣고 생강을 넣어 살짝 끓여 기름기와 냄새를 제거한다
⑤ 1의 끓인 물에 데친 닭고기를 넣어 삶는다.
⑥ 닭이 익을 즈음, 카라멜 소스로 닭의 색깔을 조절하고 설탕을 넣어 단맛을 낸다.
⑦ 6의 재료에 감자와 양파, 당근을 넣어 10분 정도 끓이다가 물이 1/2로 줄면 파를 올린다.
⑧ 그릇에 담기 직전 당면을 넣어 손잡이가 긴 주걱으로 휘두르듯 한 차례 저어 준 다음 바로 넓은 그릇에 담아 통깨를 뿌려 낸다.

■ Cooking Point
① 당면은 찬물에 충분히 불린 후 부드러워 지면 마지막에 넣은 다음 끓이지 않고 센불에서 재빨리 휘저어 익혀 담아내야 먹을 때 쫄깃함과 당면 특유의 오돌함이 살아납니다.
② 먹음직스러운 갈색 빛깔은 카라멜 소스로 조절하세요. 진간장만으로 하면 자칫 짠맛이 강해서 실패할 수 있습니다.

■ Cooking Tips
① 안동찜닭은 처음부터 끝까지 센불에서 조리해야 닭 냄새가 나지 않아요.
② 당면은 미리 불려서 체에 받힌 다음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사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습니다.
③ 당면을 충분히 불려서 살짝 익혀야 완성된 요리가 걸죽하지 않고 반질거리는 윤기를 살릴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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