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해룡반점에선 자장면 먹지 말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8-01-04 00:00

“아! 맛있다” 느낄 수 있는 먹고 싶은 것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자유. 자유로울 때는 잘 모른다. 마음대로 먹을 수 없을 때 더 간절해 지는 음식, 이것은 마음이 원하는 음식이다. 그러기에 혹자는 음식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은 단순한 식욕이 아니라 그리움에 대한 동경이라 했다. 한국식 중국음식이 그렇다. 한때 00각이 유행이던 중국집이 강남에 초대형 고급음식점 중국성이 들어서자 00성으로 전국에 내걸리더니, 요즘은 양식집인지 중국집인지 모를 퓨전이름으로 바뀌어 버렸다. 그러나 비바람 온갖 풍상에도 꿋꿋하게 서 있는 소나무처럼, 100여 년을 한결같이 중국집 출입구 전면을 지키고 있는 간판이 반점(飯店)이다. 그 중에서 또 흔하디 흔한 이름 해룡반점. 서울 신촌에도 있고, 화곡동에도 있고 도봉산 아래도 있다. 그리고 밴쿠버 동쪽 써리에도 있다.

◆ 친근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

밴쿠버 중국음식점의 터줏대감 격인 ‘해룡반점’. 이 집을 추천한 사람은 유학관련업을 하고 있는 최정우씨. 지금은 자장면 먹을 곳이 많이 생겼지만 그가 이민을 왔던 10여 년 전만해도, 솜씨 좋은 이웃집 아줌마의 선처(?)만 기다리며 얻어 먹던 별미 중에 별미였단다.
그러다가 밴쿠버에도 중국집이 등장, 써리 지역에도 해룡반점이 생겨 밴쿠버 시내로 나가지 않고도 언제든지 자장면을 먹을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되었다고. 당시엔 반가운 한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이 집은 음식점이 아니라 푸근한 아랫목에 앉아 군 고구마 나눠먹던 고향 마을 사랑방 같은 곳이었다고도 했다.   
중국집 이름 뒤에 ‘대중적인 중국음식점’이라는 어원을 가진 이 ‘반점(飯店)’이 붙으면, 페인트 살짝 벗겨진 문설주 위에 매달려 식당안과 바깥을 반쯤 가려주던 찰랑거리는 플라스틱 구슬 차양막 쳐진 동네 자장면 집이 떠오른다. 손님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차르르~ 차르르~ ’ 규칙적인 소릴 내며 쏟아지던 어릴 적 동네 그 자장면 집에선, 언제나 야채가 익으며 내는 ‘치익~’하는 소리와 문틈으로 솔솔 새어 나오던 맛있는 냄새에 군침이 넘어가곤 했다. 
그날처럼 동글동글 엮어진 구슬 파티션이 늘어진 문은 없지만, 친근한 이름이 오래 전부터 드나들던 집인 듯 편안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해룡반점. ‘많은 사람 찾아오길 원하기보다 오늘 찾은 한 사람에게 최선을 다해 서비스 하자’는 마음으로 아침마다 기쁘게 문을 연다는 최유남씨가 주인이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보다 근처 써리 랭리 지역에 살고 있는 가족단위의 오랜 단골손님들이 많은 편.  

◇ 동네 중국집처럼 손때 묻은 가구와 실내, 색 바랜 그릇들까지 곳곳에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분위기가 배어 있다. 해룡반점에서는 팔보채, 누룽지탕, 탕수육, 깐풍기 순. 물론 콤보를 시키면 이들 대부분 나오는 메뉴들이므로 여러가지 먹어 본 다음 맛있는 메뉴를 집중 공략하시길. 사진은 해룡반점 실내와 맛의 비밀이 담겨 있는 메뉴, 그리고 주인 최유남씨.

◆ 먹고 싶은 게 너무 많다

100여 년의 역사, 하루 800만 그릇을 판매한다는 대한민국 먹거리로 최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자장면. 그 위세가 하늘을 찌른다 할지라도 음식이 지켜야 할 최대 덕목은 ‘푸짐하면서 맛있어야 한다’는 것. 그러나 해룡반점에선 자장면 먹지 말자. 왜? 조금 먹고 수저 놓을 수 없는 그 맛에 홀려 필시 바닥까지 긁어 먹고 나서 후회하게 될게 뻔하니까. 뭘 먹을까 고민하지도 말자. 메뉴판 펼치면 ‘국물 있는 것, 없는 것’ 친절한 설명 곁들인 맛있는 음식 이름이 주르르르~~ 쏟아지니까.
더 더 맛난 음식 먹고 싶은 욕심에 아르바이트생을 잡고 물었더니 “저는 걘 적으로 새우볶음밥 좋아해요. 아님 국물 있는 짬뽕밥……” 이랬다.
그 진지하고 순수한 웃음을 ‘철떡 같이’ 믿고 시킨 짬뽕 밥. 얼큰한 국물이 식욕 동하게 하는 바람에 그만……
밥 말아서 실컷 먹고 디저트로 사탕까지 쪽쪽 빨아먹을 즈음 시장 다녀 온 주인 아저씨.
“허~ 저 친구는 신세대니까 그렇죠. 유산슬밥이나 누룽지탕, 팔보채, 꽃빵, 어른들 입맛에 딱 맞는 메뉴가 얼마나 많은데……”
아웅~ 조금만 참을 걸. 배 부를 때 산해진미가 무슨 맛이랴. 하지만 “진짜 맛있는 음식은 배부를 때 먹어도 맛있어야 한다”는 신념으로 다소 무식해 보여도, 다소 미련해 보여도, 배에 힘 ‘꽉’주고 메뉴판을 펼쳤다.

◆ 콤보가 있어서 즐거운 밴쿠버

메뉴 공부(?)에 열중하는 동안 자꾸만 뒤에 앉은 손님들 밥상에 눈길이 간다. 참으로 미식가 가족인 듯 했다. 주방에서 나온 맛있는 메뉴가 끊임없이 그쪽을 향하고 있었다. 각각 다른 메뉴를 시켜 나눠 먹으며 담소하는 모습이란, 입가에 묻은 자장면 얼룩도 예뻐 보였다.
그들 가족들의 미식가적인 풍경의 진실은 메뉴판 속에 그 해답이 있었다. 바로 ‘콤보’를 시키는 것.
깐풍기, 탕수육, 고추잡채, 왕짬뽕 or 훼미리 짜장. 여기까지 콤보 C메뉴. 여러 메뉴를 섞어 묶어 만든 푸짐함에 대부분 가격대비 맛까지 있으니 이보다 ‘효자메뉴’가 또 어디 있을까. 여기에 유산슬밥, 누룽지탕, 팔보채, 꽃빵 고추잡채 추가했더니 ‘해룡반점’ 핵심요리 완전마스터하고, ‘딩동댕’ 골든벨 울린 기분이다. 
자~ 푸짐함에서 대만족. 그러나 맛은 또 모를 일. 손님들 주문이 밀려 시간이 하염없이 흐르고 흘러 속내가 까맣게 타고 있었지만, 맛있는 음식을 기다리는 자에게 인내심은 필수. 드디어 주문한 메뉴가 하나씩 나왔다. 비록 사진일지라도 식기 전에 따끈할 때 찍어 독자들에게 전달해야만 제 맛을 전하는 듯 하여, 손과 눈이 바쁜 가운데서도 자극 받은 후각이 침샘을 충동질 해대는 탓에 입안에서 군침이 꿀꺽 넘어간다. 도대체 어떤 맛 일까.

◆ 누룽지탕 강추! 유산슬밥, 깐풍기, 탕수육

흐읍~!! 쓰윽~! 흐르는 침을 감추고 닦으며 촬영. 야, 끝나기 무섭게 동작 빠른 아르바이트생, 눈깜짝할 사이에 들고 나가버린다. 배가 부를 대로 부른 상황에서 그런 배려, 고맙긴 하지. 하지만 맛을 봐야 맛을 알지. 맛 보지 않고 맛을 이야기 할 순 없는 일. 음식들 다시 ‘턴~’되고 조금씩 조금씩 덜어 내 맛을 보았다.
누룽지탕과 유산슬밥, 깐풍기, 탕수육, 팔보채, 고추잡채, 고소하고 깔끔한 간자장, 커다란 그릇에 나온 왕짬뽕…… 맛있는 게 너무 많다. 이러니 자장면 먹지 말라고 한 것. 특히 왕짬뽕은 인천 송현동 세숫대야 냉면그릇은 세숫대야가 아니다. 푸짐함에서 단연 챔피언 감이다.
누룽지탕은 따끈 따끈한 맑은 국물에 몸을 담근 고소한 찹쌀 누룽지와 탱글탱글한 새우, 브로콜리, 야채들이 그득하다.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찹쌀 누룽지 맛이 일품.
이 누룽지탕 맛내기가 또 쉽지 않다. 성질 나쁜 사람 욕하면서도 조심조심 대하듯, 까탈스런 이 누룽지탕은 어지간한 요리사들에게 함부로 제 맛을 내 주지 않아, 정성을 기울이고 노하우가 없으면 절대 이 맛을 낼 수 없다. 그러니 모든 조리사들이 정성을 기울이는 만큼 메뉴 자체가 가지고 있는 향상된 맛도 있긴 하다. 부드럽고 구수한 유산슬 밥, 매콤하면서 씹히는 고기가 부드럽고 맛있는 깐풍기, 고소하고 달콤한 탕수육……
4~5인이 가면 이 모든 메뉴가 나오는 콤보 하나에 추가 메뉴 하나면 대만족 할 수 있다. 

*영업시간  
    11:30 am ~ 10:00 pm (매주 화요일 휴무)
*주소   15988 Fraser Highway Surrey
*문의   604-572-5122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킹스웨이 선상에 있는 조선갈비는 한때 밴쿠버 갈비 맛을 평정하고 천하를 이루던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세월에
주준옥씨(버나비 거주)의 그리스 요리 ‘무사카’
무사카는 원래 야채와 고기를 볶아 화이트소스..
밴쿠버시의회 조례 강화
밴쿠버 주민들은 애완견을 키울 경우 반드시 애완견 면허(dog licence)를 취득해야 한다. 밴쿠버시는 시내에서 사육 중인 3개월 이상된 애완견에 대해 개 주인이 반드시 면허를 취득하도록 하는 조례를 이미 적용 중이다. 그러나 애완견 면허 신청과 갱신율이 높지...
밴쿠버 시내 뒷골목에 위치한 쓰레기통이 강제 철거될 예정이다. 밴쿠버 시의회는 도시미화를 위해 무허가 쓰레기통(dumpsters)에 대한 철거 작업을 지난 해 11월 결의했으며 60일간 유예기간을 통해 2월1일부터 조치에 들어간다. 시청 공무원들은 허가 없이 골목...
펀자비 마켓협회 추진…밴쿠버 시의회 승인
중국계에 이어 인도계 커뮤니티도 밴쿠버 시내 남쪽에 문화 상징물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펀자비 마켓 협회(Punjabi Market Association)는 49가와 메인가 교차지점에 ‘인디아 게이트’ 건설을 위한 정치인 로비활동을 추진해왔으며 밴쿠버 시의회는 이번 주 이...
2020년 대중교통 이용률 17%로 높아질 듯
BC주정부가 140억달러를 들여 대중교통망을 대대적으로...
BC주 탄생 150주년 기념 행사 다양
2008년 올해는 BC주 탄생 150주년, 흔히 ‘세스퀴센테니얼’(sesquicentennial)이라고 부른다. 캐나다 연방 설립 141주년(1867년)보다 빠른 것은 영국 식민지로 선포된 1858년 11월을 기점으로 한 때문이다. BC주는 1871년 캐나다 연방의 일원으로 가입했다. BC주정부와 각...
테이크오버로 인해 아파트 매니저와 갈등 많아 물건 되팔기 성행… 가격 거품 심한 경우 빈번
사람이 살아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依), 식(食), 그리고 주(住)라고 일컬어진다. 가장 기본적인 조건이자 권리인 주거 문제가 밴쿠버 한인 유학생들의
UBC 실내 코트 한가한 시간을 잘 활용해야 일반 시간대에는 예약도 쉽고 요금도 저렴
테니스는 라켓을 사용하는 구기 종목 스포츠 중에서 젊은이들이 가장 많이 즐기는 스포츠 중의 하나이다. 테니스는 빠른 공을 상대편에게 보냄으로써 승부를 걸고, 다양한 기술을 구사할 수 있으면서도 경기규칙이나 매너가 매우 신사적인 게임이다. 특히...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SFU 장학금 총망라
대학에서 받을 수 있는 장학금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다양하다. 주는 것을 받아 먹기만 하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꼭 공부를 잘하고 성적이 좋아야만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것만도 아니다. SFU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장학금을 알아본다.  출신학교,...
저렴하게 교재 구하는 방법
새 학기 수강신청을 무사히 마친 학생일지라도 아직 안심하긴 이르다. 턱없이 비싼 교재들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한국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캐나다의 교재 가격은 학생들에겐 큰 부담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더 저렴하게 교재를 구하고자 하는...
2008년 밴쿠버 문인협회 신춘문예 수필부문 당선작
사기(史記) 열자(列子)편에 관포지교(管鮑之交)라는 말이 있다. 춘추시대 초엽 제(齊)나라의 두 관리였던 관중(管仲)과 포숙아
‘다인아웃 밴쿠버’ 2월 3일까지
미식가들을 위한 행사 ‘다인아웃 밴쿠버(Dine Out Vancouver)’가 16일부터 시작돼 2월 3일까지 계속된다. 다인아웃 밴쿠버는 밴쿠버 시내 180개 유명식당에서 1인당 15달러, 25달러, 35달러로 가격이 정해진 에피타이저-앙트레이-디저트 3코스 저녁식사를 즐길 수 있는...
밴쿠버 요리학교, “피어싱 절대 안 된다” 교칙위반 학생 “나를 표현하는 수단일 뿐”
밴쿠버의 유명 요리학교를 다니던 한 여학생이 교칙을 어겼다는 이유로 졸업하지 못해 논란이 일고 있다. 밴쿠버 예술학교(Art Institute of Vancouver) 국제요리학과(International Culinary School)에 다니던 니시마 에머리양은 귀와 코에 착용한 피어싱(piercing)이 문제였다. 이...
아보츠포드·써리 지역서 부상자 2명
아보츠포드에서 마약관련 총격사건이 발생해 마약을 둘러싼 조직폭력단의 암투가 메트로밴쿠버에서 아보츠포드까지 확산된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보츠포드 시경은 15일 오후 5시35분경 맥코넬 로드(McConnell Rd.) 33900번지 인근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해 46세...
차세대 유망주 / SAT와 2007 미국 수학경시대회(AMC) 만점 받은 노정현군
◇ 얼굴에 빨간 여드름이 솟아 있는 사춘기 소년 노정현군. 수학, 과학, 음악에 특히 타고난 영재성을 보이지만, 아들이 사회성 있는 성격 좋은 평범한 아이로 성장해주길 원하는 노군의 부모는 아들의 재능을 앞서가지 않고 천천히 뒤따르며 꼭 필요한...
현제는 천제(天帝) 즉 하느님을 말한다. 도가 사상을 현학(玄學)이라고도 하는데 이 문장도 도가 계열에서 나온 경문일 것이나 출전은 알 수 없다.
미국 부동산시장의 참담함은 마침내 종착점을 향해 달리고 있는 것 같다. 언제나처럼 호황을 구가하리라고 미국 부동산시장은 자신하였지만 미국경제의 불확실성이 계속 이어지면서 ‘비우량 담보 주택시장(서브프라임 모기지)’발 부동산 금융 네트워크는...
건강한 잇몸관리(1)
일반적으로 ‘풍치’(치주염·periodontitis) 라고 하는 잇몸질환은 구강 내에서 발생하는 충치와 함께 2대 질환 중의
“하자 하자 도전 2008년!”(2) 운동
밤새 일을 하거나 과음을 해도 다음날에는 말짱해 항상 자신의 건강에 대해 자신감이 넘쳤던 당신. 나이가 늘면서 점점 몸무게가 불어나던 어느 날, 당신의 몸에서 갑자기 이상징후가 느껴지지
 1401  1402  1403  1404  1405  1406  1407  1408  1409  1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