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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은 빡쎄고 주인은 성질 더럽지만 종업원 친절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28 00:00

대지 돈까스

노스로드 한인타운 3번째 집은 ‘대지(DA GI)’돈까스. 정확한 명칭은 포크커틀릿(pork cutlet)이다. 하지만 자장면이 ‘짜장면’일 때 더 맛깔스러운 느낌으로 다가오듯, 돈까스도 ‘포크커틀렛 먹으라 가자~’하는 것보다 ‘돈까스 먹으러 가자’하면 훨씬 침샘에서 ‘퐁~’ 솟는다. 돈가스를 ‘돈가스’냐 ‘돈까스’냐 논란에서 돈까스를 ‘틀렸다’고 한다는 건 ‘언어도단’이라며 흥분하는 이도 있다. 어쨌든 돈가스도 돈까스도 틀린 표현이라면 ‘돈까스’를 선택하는 편이 훨씬 입맛 돋는다. 이 손바닥만한 돈까스를 좋아하는 건 남녀노소 구분이 없다. 그러나 이 집 돈까스가 어떻길래 이 넓고 넓은 밴쿠버에 ‘대지’돈까스만 있는 것처럼 사람들은 호들갑일까.

돈까스 전문전 '대지'는 돈까스 단일 메뉴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손님으로 자리가 부족할 정도. 

 ■ 솔직한 주인이 만드는 솔직한 맛

 “일은 빡쎄고, 주인은 성질 드럽고 너무 바쁠 땐 밥도 못 먹습니다. 그래도 월급은 잘 줘요. 일 한번 해 보실랍니까?”
 돈까스 전문점 ‘대지(DAGI)’ 정문 앞에 붙어 있는 직원모집 광고다. 장난인가? 싶어 자세히 들여다 보면 엄청 진지하다. ‘빡’ 그리고 ‘월급’에는 강조하는 점이, 성질 ‘드럽고’에는 주인을 대신한 캐리커처가 콧바람 내뿜으며 씩씩대는 그림이 첨부되어 있다. ‘큭큭’웃으며 문을 열고 들어가 이 광고 아이디어 발상자 추적부터 들어갔다.
 “우리 집은 진짜 그래요. 손님 많을 땐 우리가 식사시간을 늦출 수 밖에 없어요. 들어온 손님 두고 우리끼리 먹을 수 없으니 저 사람 가고 나면 먹어야지 하다 보면 3시가 훌쩍 넘기 일쑤죠. 음식점에서 한창 먹성 좋은 친구들이 얼마나 배고프겠어요. 그걸 알면서도 제때 식사를 챙겨주지 못하기 때문에 이실직고 하는 겁니다.”
음식점 직원들이 오히려 제때 식사하지 못한다는 건, 꼭 말하지 않아도 세상이 다 아는 일. 그런데도 굳이 공개적으로 밝힌 건, 모두가 당연하게 여기는 그 일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라 주인으로서 직원들에게 ‘미안해야 할 일’로 양해를 구하는 듯 해서 좋다. 그런 솔직함, 손님들 테이블에 올려 진 큼직한 돈까스 크기에서도 확실히 드러난다.

돈까스 전문점 '대지' 정문 앞에 걸려있는 직원 모집 광고.

 ■ 다운타운의 명성을 이어가는 코퀴틀람

돈까스 전문점 ‘대지’ 1호 점 다운타운 가게에는 ‘배터질 뻔 했다’는 등 그동안 양으로 입 소문이 자자했던 집이다. 그 집 주인과 의기 투합해 지난 5월 버나비에 문을 연 사람은 ‘추 헌’씨. 이제 문을 연지 6개월 남짓. 이 집도 오후 늦도록 손님이 끊어지지 않긴 마찬가지다. 이만하면 ‘대박’이라 말해도 좋겠지만 추씨는 주방 안에서 돈까스를 튀기면서도 가게가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로 ‘어서 오십쇼’ ‘감사합니다’를 외쳐대며 친절을 베풀기에 여념이 없다. 하지만 음식점의 진정한 친절 성적표는 첫째 음식의 맛, 두 번째 푸짐한 양, 세 번째 착한 가격 순 아닐까.

■ 13가지 단촐한 메뉴

이 집에서는 메뉴판을 펼칠 것도 없다. 13가지 단촐한 메뉴가 적힌 한 장짜리 메뉴판이 테이블에 놓여 있다. 돈까스 단일 메뉴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손님으로 자리가 부족하다는 명성에 걸맞은 메뉴다. 돈까스 전문점이라 자부할만 한 자격, 충분하다.
그래도 맛있는 메뉴가 있기 마련. 옆에 앉은 여학생 둘이 시킨 돈까스 위에서 치즈가 노르스름하게 녹아 흘러내리는 게 보였다. 직 맛은
원이 얼른 눈길이 머물러 있는 걸 보더니 ‘피자풍 돈까스’라고 알려줬다. 피자면 피자지 ‘풍’은 또 뭐냐고 했더니 “정확히 말하면 피자는 아니고 그 맛을 내는 류’이기 때문에 붙였단다. 도대체 이 집 주인은 털끝만큼도 솔직하지 않으면 몸살이 나는 사람인 듯 하다. 또 그 옆 자리에서는 철판에 면을 깔고 그 위에 올려져 나온 돈까스를 먹고 있는 40대 부부가 연신 ‘호~ 호~’ 입김을 불어내며 먹고 있다. “돈까스가 맵기로서니 얼마나 맵다고 애들처럼 저럴까. 외국서 오래 살면 저럴까” 싶어 눈을 내려 깔고 메뉴판을 보니 ‘매운 철판 돈까스’가 있다. 매운 떡볶이 먹고 난 아이들처럼 불그레 해진 부부의 입가를 보고 ‘큭큭’ 웃음이 터졌다.

주인 추헌씨는 주방 안에서 돈까스를 튀기면서도 가게가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로 ‘어서 오십쇼’ ‘감사합니다’를 외쳐대며 친절을 베풀기에 여념이 없다.

■ 피자풍돈까스, 해물모듬돈까스, 매운철판돈까스

피자풍돈까스, 매운철판돈까스, 해물모듬돈까스, 기본돈까스를 시키고, 언젠가 왔다가 배불러서 먹지 못하고 몹시 억울해 했던 ‘뼈 없는 양념치킨’도 시켰다.
40대 부부가 입가를 빨갛게 물들이며 먹던 ‘매운철판돈까스’가 먼저 나왔다. 급히 포크 끝으로 소스를 묻혀 혀 끝으로 맛을 보았다.
‘핫~’ 가느다란 침 하나를 예리하게 꽂은 듯 ‘톡’쏘는 매운맛이 날카롭게 혀끝을 찌른다. 주문한 음식을 줄줄이 내 놓고 주방에서 나온 주인은 이 매운 맛의 비결은 절대 비밀이라더니, 끝까지 이 소스의 비밀을 밝히라면 “인터뷰 하지 않아도 좋다”는 선수까지 치고 나왔다. 독자들은 맛있는 한끼를 먹는 것으로 만족할 뿐, 돈까스 집 차릴 것도 아닌 소스의 구성까지 알 것도 없고 알려 준다 해도 그대로 만들지도 못한다고 말해도 커뮤니케이션이 약간 빗나 간 듯 정색하며 태도 돌변하는 주인. 약간 오버이긴 하지만 오버를 하든 말든 부디 그 자신감과 자존심으로 제 맛만 지켜주면 오히려 그게 독자들에겐 ‘약’인 것을.

■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다

피자풍돈까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피자와 돈까스를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이 메뉴는 한꺼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효자 메뉴다. 납작하게 썬 돼지고기 살을 7∼8mm 두께로 저며 칼등으로 잘근잘근 두드려서 두께를 고르게 한 다음, 소금과 후춧가루를 뿌려, 밀가루 묻히고 달걀 풀어 씌운 다음 빵 가루 입혀 튀겨 낸 돈까스는 고소하고 입안에 착착 감긴다.
이 돈까스를 먹을 때 맛을 좌우하는 것을 누구는 ‘소스’라고 하지만, 싱싱하면서도 힘줄이나 기름기가 적은 고기 맛이 단연 으뜸이다. 혹시 메뉴 중에서 가장 싼 게 비지떡일까 해서, 가장 저렴하고 가장 대중적인 ‘기본돈까스’ 중앙을 칼로 살살 잘랐더니 수분이 폭신하게 스며 있는 고기가 속살을 드러낸다. 맛? 두말하면 잔소리.
‘뼈 없는 양념치킨’은 야구공만한 크기의 동글 동글 한 모양으로 나왔다. 담백한 닭 살코기만 동그랗게 뭉쳐서 옷을 입혀 튀겨낸 치킨은, 우선 튀김 닭처럼 기름기 번지르르 하지 않는 것이 딱 마음에 든다. 그래서 생맥주랑 먹으면 안주가 되고, 밥이랑 먹으면 반찬, 맨 입에 먹으면 간식이 되는 변신 메뉴로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대지’ 돈까스 집의 약방의 감초 격이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영업시간
11:30 AM~9:30 PM
*주소 4501 North Rd. Burnaby
*문의 778-829-5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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