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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등정한 발로 빚은 ‘족타국수’! 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21 00:00

이준호씨(코퀴틑람) 족타(足打) 국수

밀가루에 물만 던져줘도 손으로 조물조물, 발로 잘근잘근 밟아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쫄깃한 ‘면 빨’의 국수를 만들고, 꽃게 한 마리와 소금만 있어도 시원한 꽃게지리를 끓여내는 남자. 요리 솜씨 못지 않은 살림 솜씨에 철저하게 부인의 일과 삶을 존중하며, 단 1분도 헛된 시간을 살지 않는 남자 이준호씨.

364일 취재 현장, 기분 좋은 취재원 틈에서 이런 남편 ‘딱’ 마주치는 날은 정말 운 나쁜(?) 날이다. 여자로서 한 남자의 아내로서 부러움이 일다가도 질투심에 부르르 떨리는……
흠…… 뭐랄까. 예쁜 여자 만나면 은근히 아내와 비교하는 남자들의 속물근성처럼 슬그머니 비교되는 그 마음. 그럴 때마다 고개를 치켜드는 생각 하나가 있다.

“아! 나도 저런 마누라(?) 한 명쯤 있었으면……” 하는 간절함 바램 같은 거다. 그게 어디 특정인 누구의 마음만이라 찍어 말 할 수 있으랴. 아내도 여자이기 이전에 인간이라 그런 걸.

족타국수 반죽을 발로 밟아 쫄깃한 반죽으로 완성한 이는 이준호씨지만, 숙성시킨 반죽을 밀어서 썰고 끓여서 완성품을 만든 사람은 그의 부인이 아니라 지인 유민경씨다. 즉석에서 전수를 받아 만든 국수 그룻을 앞에 놓고 환하게 웃고 있는 이가 유민경씨.

 그러고 보면 만능 스포츠맨에 좋은 남편의 모범답안 같은 이준호씨는 딱 한 여자를 뺀 많은 여자들에게 ‘희망고문’이다.   
남편의 어원이 부인이 남과 싸울 때 꼭 ‘남의 편’이 된다 해서 ‘남편’이 되는 사람이라고 하지만, 조사 (助詞)하나 틀리지 않고 정답만 골라 내는 ‘족집게’ 입시교사 마냥 범생 남편과 사는 그 아내는 365일 봄날이지 않을까. 그 부인 이 말 듣고 달려와 “니가 한번 살아 봐 살아 봐’ 할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렇다 해도 ‘가진 자의 횡포’라고 밖에 할 수 없다. 
이렇게 열렬한 지하조직을 거느리고 있는 이 남자, 팬들이 지어준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준숙이’. 누군가를 바라볼 때 40도 이상 눈을 올려 뜨지 않고, 언제나 상대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겸손함, 식사 할 때를 제외하고 절대 사용하지 않을 것만 같은 굳게 다문 입. 하지만 그가 한번 말문을 열었다 하면 잘난 척 하는 주부 여럿 쓰러진다.
생선과 야채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가장 적적한 냉장보관 온도에서부터, 돈 절약 시간절약 할 수 있는 상품 판매처, 매장에 따른 품질과 그에 비례하는 가격 등 알뜰 쇼핑 정보, 동서양 막론하는 요리 레서피까지 포털사이트 네이버 검색이 무색하다.    
그의 진가를 아는 주부들은 살림 잘 하고 요리 잘하는 남편들 많이 봤어도, 이렇게 다방면의 정보를 콕콕 집어 정확히 알고 있는 남자는 ‘봐도 봐도’ 처음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이러니 ‘준숙이’가 아니라 ‘준숙이 언니’로 불려도 이상할 거 하나 없다.
그렇다고 남자 답지 않아서라든가 할일 없는 남자라고 치부하는 섣부른 판단은 금물. 검도 유단자에 일주일에 하루는 등산을 가고, 하루는 도자기를 만든다. 지난 여름엔 캐네디언들에게도 꿈이라는 ‘웨스트코스트 트레일’ 7박8일 종주를 했고, 스킨스쿠버를 즐기기 위해 수시로 바다를 향하고, 그것도 모자라 1년에 두 번쯤 남태평양 먼 바다 속을 헤매고 다닌다. 눈 덮인 히말라야 등반도 다녀왔다. 그뿐 아니다. 이 나라 신문 ‘밴쿠버 선’지에서 주최하는 마라톤대회에도 출전해 세운 기록이 상위 몇 위라던가. 또 그 틈에 더 이상 알아야 할 것도, 채워 넣을 공간도 없는 두뇌 지식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밴쿠버도서관을 수시로 들락거리며 책을 읽는다. 그를 알려면 함께 석 달 열흘 동고동락 혹은 지켜보며 긴밀히 연구하지 않고서는, 벗겨도 벗겨도 속인 듯 껍질인 듯 양파처럼 미궁 속이다. 이런 사람을 두고 일반적으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연구대상’.

고개를 숙인채 도자기를 만들고 있는 작은 사진이 이준호씨다. '준숙이'라고 불리는 이준호씨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걸어다니는 레서피라고 귀띔했다.

 But~ 이 화려한 많은 행위 가운데, 우리 여자들을 가장 감동시킬 대목은 바로 그의 취미와 특기가 살림과 요리라는 것. 요리사 찜쪄 먹는 맛깔스러운 손 맛은 레서피고 뭐고 할 것도 없이 재료만 던져주면 끝. 보통 한 요리 한다는 남자들이 ‘입’으로 요란하게 주무르고 찧고 튀겨놓은 음식이 정작 맛의 정체불명, 원재료 소재파악 부재의 엉터리인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게다가 주말이면 전문직에서 일하는 부인을 위해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맛있는 식탁을 차린다.

“뭐야. 살림이면 살림, 스포츠면 스포츠, 요리면 요리, 섬세함이면 섬세함, 터프면 터프……. 도대체 이 남자 사람이야?”

남녀 모두에게 다른 각도로 극도의 질투심을 유발시키는 이 남자. 그동안 ‘나만의 레서피’ 6진행하며 남편의 요리솜씨가 곧 아내를 향한 애정의 척도로 이어지던 막강 애정 퍼레이드이긴 했지만, 이렇게 강 펀치를 맞기는 처음. 하지만 “에혀, 저런 남자랑 사는 여자는 무슨 복이 그리 많아?” 부러움에 ‘끌탕’할 것 하나 없다.

왜? 살아보면 “그 남자가 그 남자, 그 여자가 그 여자”라는 선배의 가르침을 굳게 믿어 의심치 않으니까. 그리고 이렇게 복창! 실시! 

“첫째, 내 것이 좋은 것이여! 둘째, 구관이 명관이다. 셋째, 남의 남자 보기를 돌같이 하자.”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재료 
밀가루(Anita’s Organic)500g, 소금 조금, 물150cc,
간장소스: 간장, 참기름, 통깨, 쪽파

만드는 법

1.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반죽, 동그랗게 덩이로 뭉친다. 
2. 비닐 주머니에 반죽을 넣은 다음, 발로 잘근잘근 밟아 잘 뭉쳐지면 냉장고에 넣어 3시간에서 하룻밤 숙성시킨다. 
3. 숙성된 반죽을 펴서 밀대로 얇게 밀어준다.
4. 납작해 진 반죽을 동그랗게 말아 준다. 5. 취향에 따라 굵기를 조절해서 썰어준다.
6. 소금을 살짝 넣어 물이 끓으면 면을 넣고 삶는다.
7. 삶은 면은 찬물에 재빨리 문질러 씻는다.
8. 접시에 면을 올리고 깔끔한 간장소스를 끼얹어 면의 느낌을 즐긴다.

Cooking Point
* 반죽은 약간 된듯한 상태로 손으로 대충 뭉친 다음, 차근차근 꼼꼼히 밟은 다음 냉장실에 넣어 1차 숙성을 시키세요.
*숙성시간은 하룻밤(약 12시간)이 가장 좋으며, 3시간 간격으로 밟아주면 쫄깃함이 더욱 강해집니다. 
*쫄깃함은 반죽을 밟는 횟수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밟을수록 점도가 강해지면서 쫄깃거림) 
*삶은 면은 꼭 찬물에 씻어야  ‘족타국수’의 쫄깃함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Cooking Tips
*깨소금, 참기름, 간장만으로 만든 소스를 이용하면 면의 쫄깃함을 더욱 깔끔하게 즐길 수 있어요.
*겨울철엔 스파게티 소스 혹은 카레 소스를 얹어 먹으면 별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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