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들려요?”복닥복닥 진한 사골 우러나는 소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21 00:00

감기도 울고 가는 설렁탕‘왕가마’

밴쿠버 한인 타운 왕가마하면, 바로 떠오르는 메뉴는 설렁탕과 돌솥밥, 보쌈. 설렁탕은 문을 열기도 전 진을 치고 기다리는 손님이 있을 만큼 워낙 잘 알려진 메뉴이고 보니, 특별히 알려야 할 이유도 없는 탓에 주방에서 짬 나길 기다리다 보니 6개월이 훌쩍 지나갔다.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어디 이 지면이 주인을 위한 것인가. 갓 이민 온 교민들과 유학생들에게 맛있는 정보를 주기 위한 의미가 더 크다는 것을 간과하면 안될 일. 해서 절대 해 넘길 수 없다며 찾아갔다. 결혼할 나이를 넘긴 과년한 딸을 둔 부모 같은 심정으로, 올해가 가기 전 꼭 보내리라는 비장한 마음으로 한식당 왕가마 문을 열었다. 4시20분, 점심 겸 저녁을 먹고 있는 손님들이 아직 꽤 여러 테이블에서 설렁탕 국물 훌훌 마시고 있다.

■ 왕가마의 ‘왕가마’ 설렁탕 솥

한국에서 설렁탕 집들을 가면 꼭 가게 전면이나 바깥에 왕가마 솥을 걸어두고 손님들을 유혹한다. 모르긴 해도 ‘왕가마’ 식당 내부 어딘가 이런 왕가마 솥이 있을 듯하여 주방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유치 칸막이에 달라붙어 주방 안을 탐색했다. 공장처럼 큰 기계가 즐비한 주방은 직원들이 바쁘게 오갈 뿐, 가마솥 비슷한 것이 영 보이지 않는다.
“아저씨! 뭐라고 부를까요? 주방장이라 할까요? 실땅님이라 할까요?”
주인은 없고 직원들만 분주한 주방을 기웃거리며 주방장인 듯 짐작 가는 사람에게 슬슬 수작(?)을 걸어 은근슬쩍 주방진입에 성공했다.
혹여 냉큼 쫓아 낼까 눈치 살피며 설렁탕 끓이는 가마 솥인 듯한 기계 앞에서, 차마 그 안을 열어보잔 말은 못하고 손잡이를 만지막 만지작 거리기만 했다.
“마, 아저씨라 부르이소.”
힐끗 쳐다보는 주방장 닮은 그 아저씨, 대신 얼굴은 절대 사진 찍지 말라며 큰 솥 뚜껑을 활짝 열어 속내를 보여준다. 생각보다 속은 더 넓고 어마어마하게 깊다. 그 안에서 뽀얀 뼛국물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면서 ‘뽀글뽀글 복닥복닥’ 맛있는 소릴 내면서 끓고 있다. 벌써 우유빛인걸 보니 최소한 12시간은 푹 우려낸 모양이다. 

◇ 12시간 이상 우려 낸 뽀얀 사골 국물에 앙증맞은 돌솥에 담긴 찰진 쌀밥을 긁어 말은 다음,  깍두기 국물 넣어 훌훌 마시면 보약이 따로 없다. 누룽지까지 먹을 수 있는 이런 횡재, 쉽지 않다. 이 집에서는 고소하고 담백한 설렁탕 아니면 단연 보쌈이 추천메뉴 그리고 해물파전과 수육이다. 큼직하고 시원한 깍두기는 남은 한 토막이라도 싸달라고 조르고 싶을 만큼 깔끔하고 맛있다.

 

■ 프림 빛이 아니라 정확히 우유 빛이다

큰 통 안에 수돗물 호스 넣어 맑은 물 졸졸 흐르게 해 놓고, 밤새 핏기 쏙 뺀 소 뼈를 12시간 이상 푹 고아낸 설렁탕 국물. 고소한 냄새에 한 사발 푹 떠서 소금 넣고 살살 저어 벌컥벌컥 들이키면 펄펄 날아다닐 것만 같다. 솥 곁에는 어쩌다 국물 위로 핏기 한 가닥이라도 떠오르면 용서치 않겠다는 듯 눈길을 꽂고 지키는 직원이 서 있다.
햐! 이러니 “왕가마 설렁탕 집, 설렁탕에 프림 탄다”는 말 나오지.
“하이고~ 돈도 쌔삐까린 갑다. 질 좋은 소 뼈가 늘려 있는 이 캐나다서 뭐 할라꼬 비싼 프림 사서 넣어요. 요새 한국에서도 그 짓하고 살아 남는 설렁탕 집 있답디까? 물하고 소 뼈 외에 암~~ 것도 넣지 않은 칼슘 미네랄 사골 원액입니더.”
경남 통영이 고향인 ‘아저씨’, 진한 육수만큼 ‘찐한’ 경상도 사투리로 유언비어를 폐기처분 해버리곤 ‘허허허’ 웃는다.

■ 설렁탕 맛의 비결은 ‘무(無)’

설렁탕 솥 한번 진짜 크다. 조선시대 임금님이 제를 지냈다는 종암동 19번지에 걸렸던 ‘선농단’ 솥이 이만 했을라나. 큰 암소 한 마리도 거뜬히 통째 삶아 낼 것만 같은 ‘왕가마 솥’에서 우러난 진한 육수는, 사람들이 뭐라 하든 제 할 도리만 하면 그만이라는 듯, 중앙에 왕관 뿔을 만들며 ‘폭닥폭닥’ 끓고 있다. 가마 솥 곁에는 제풀에 튕겨져 나온 국물이 맺혀 있다. 손가락 끝으로 살짝 눌렀더니, ‘쩌어억~’하고 달라 붙는다. 진짜 사골 원액이다.
이 집 설렁탕 맛의 비결은 ‘무(無)’. 즉, 아무것도 넣지 않고 오직 좋은 사골만 엄선해서 사용한다는 말이다. 여기에 질 좋은 양지와 사태를 듬뿍 넣어주니 더 정확한 맛의 비결은 필요도 없다. 한마디로 이 집의 컨셉은 ‘좋은 재료 아낌없이 써서 아낌없이 퍼주자’는 것. 이러니 누가 ‘왕가마’의 성공비결을 한인 타운의 요지에 자리한 ‘입지’라고만 주장할 수 있으랴.

■ 돌솥밥을 먹고 난 뒤 누룽지 별미

이 집에서 설렁탕과 ‘찰떡’궁합을 이루는 것이 또 있다. ‘돌솥밥’이다. 온전한 쌀알만 있는 좋은 쌀로 주문즉시 지어 내는 돌솥밥은 고슬고슬한 쌀알에서 윤기가 ‘자르르르’ 흐른다. 이 밥만 먹어도 맛있다. 갓 지어낸 돌솥 뚜껑을 열었더니, 반질거리는 쌀알이 눈이 부실 지경이다.
먼저 큼직한 깍두기 국물을 설렁탕에 넣은 다음 이 쌀밥을 말아 놓고, 돌솥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놓는다. 설렁탕을 다 먹을 즈음이면 은근히 불어 있는 구수한 누룽지가 일품이다.
밥 먹고 남은 솥에 물만 부어두면 만들어 지는 이 누룽지가 별거 아니라고 할지라도, 매출과 하등 상관없는 이 누룽지 한 그릇 훌훌 먹을 수 있는 한식당이 그리 흔한가.

■ 젓가락 사이를 비집고 나오는 해물

“와~ 이 파전 정말 맛있다.”
옆 식탁에 앉은 손님들이 연신 감탄사를 터뜨리며 가위로 자르는 파전의 두께가 한껏 추가토핑 올려 주문한 팬 피자 처럼 두툼한 것이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가위 사이로 갖은 해물이 뚝뚝 떨어져 내리는 것이 얼추 봐도 해물 반, 파 절반이다. 그 위에 다시 맛살이 속 재료가 보이지 않을 만큼 듬뿍 올려져 있다. 이 해물파전이 또 이 집의 자랑. 철판 위에서 노릇노릇하게 구워져 나온 파전은 맛살이 속 재료가 보이지 않을 만큼 듬뿍 얹어져 있다.

■ 추천 으뜸 메뉴 보쌈과 수육

광고에서만 신비주의가 있는 건 아니다. 음식 이야기에서도 주연은 언제나 가장 먼저 아니면 맨 뒤에 나오는 법. 이 집의 주인공은 설렁탕 그리고 단연 ‘보쌈’이다.
주방 안에서 보쌈김치를 꺼내기가 무섭게 굴 향기가 은은히 배어 나오는 굴김치와 함께 나오는 왕가마 보쌈. 이 보쌈은 고기도 고기지만, 김치가 맛을 좌우한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고여 드는 이 집 보쌈김치 단맛 정체, 오도독 거리며 씹히는 한국산 생 고구마에 있다는 사실. 씹으면 씹을수록 단맛이 입안 가득 고이면서 식탐에 정신 빼놓는 굴 향기도 한국에서 직수입한 순 우리 굴이다.

*영업시간  
    10:00 am ~ 10:00 pm
*주소   329 North Rd., Coquitlam
*문의   604-936-6866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