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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은 서바이벌 게임 같은 거에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10 00:00

이민자봉사단체 노스쇼어 복합문화회 한국인 정착서비스 담당 박진규 씨

81학번의 주부. 한국이었다면 오래 전부터 지속적으로 근무해 오던 직장이 아닌 신규취업이라면 전문직에서 조차 나이에 걸려 한직으로 밀려나는 조건이다. 나이가 걸림돌이 되지 않는 밴쿠버에서는 또 영어가 문제. 결국 40대 주부의 재취업은 먼 이야기일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길은 있다. 이런 어려움을 스스로 헤치고 당당하게 취업에 성공한 박진규씨. 그의 취업 성공은 철저한 취업준비 기간과 다각도의 노력의 결과로 얻어진 것이다. 영어를 조금만 극복할 수 있다면, 기혼과 나이가 취업 조건이 되지 않는 밴쿠버는 한국보다 취업하기에 좋은 조건이라며 주부들도 도전해 볼 것을 권한다.    

■1년 동안 취업준비

“밴쿠버에서 취업이 어렵다면 남자만의 일이 아니라 여자도 마찬가지죠. ‘문제가 남느냐 내가 남느냐’ 퀴즈프로그램 ‘골든벨’처럼 마지막에 내가 선택되느냐 거부당하느냐 두 가지 갈림길만 있을 뿐이죠. 문제는 주도권이 전적으로 상대에게만 있어 결정되는 순간까지 내가 최선을 다하는 것 외 방법이 없다는 거죠.”
이민자 봉사회 ‘놀스 쇼어 다민족 공동체(North Shore Multicultural Society)’에서 한국인 정착서비스 상담업무를 맡고 있는 박진규씨는 취업을 위한 인터뷰를 서바이벌 게임에 비교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통역대학원을 졸업한 박진규씨는 한국에서 ‘한국경제신문사’ 영자판 기자로 13년 동안 일을 한 경력까지 있어 영어능력에 비교적 자유롭지 않을까 짐작했다. 그러나 이민정착서비스 단체를 통해 소개받은 ‘호스트’ 봉사자와 현지 영어를 익히는 노력부터 시작했다고 털어 놓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취업 목표에 맞춰 1년 동안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고. 

■고용주 설득하는 환상적인 이력서 작성

박진규씨는 취업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가능한 취업 목표를 정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후 이민 정착서비스센터를 찾아가 무료 서비스 도움을 꼭 받으라고 권했다.
그도 정착서비스센터의 영어 레벨 테스트를 거쳐 ‘YWCA’에 전문직 취업프로그램에 등록, 매주 2회 6주 과정의 취업준비교육을 받는 것을 시작으로 실제 취업준비를 했다고 말한다. 이 교육을 통해 외국기업 취업에 성공할 수 있는 이력서 작성과 자신의 장점을 가장 잘 표현 해 자기 소개서를 작성하는 방법 등을 배운 그는, 다시 구인 정보를 찾아 이를 토대로 내가 정한 기업을 모델로 실전과 똑 같은 가상의 인터뷰 요령도 익혔다. 
“무엇보다 이곳에서 기본 이력서를 중심으로 표현만 수정해서 만들어 주는 이력서는 한마디로 환상적이에요. 경력을 부풀리거나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잠재된 능력이나 전문성을 찾아내어, 이 나라 고용주들의 정서에 맞도록 표현을 달리 하는 것이죠. 초기 이민자들은 물론이고 한국에서 전문직에 계시던 분들이라면 더욱 이곳을 찾아 가시면, 단순히 영어를 아는 것만으로 표현해 내지 못하는 표현을 찾아 내는 법을 알려줍니다. 전문직 이라면 더욱 필요할 것 입니다. ”
‘뼈대만 남기고 수정’ 된 이 이력서를 제출해 본 결과 100% 인터뷰 요청이 왔다고 한다. 직접 기업주에게 전화나 편지로 추천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만으로 고용주가 “이 사람이 왜 필요한가”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표현을 찾아 취업의 길을 열어준다는 것.

■경험이 곧 경력이 된 케이스

박진규씨가 근무하고 있는 ‘노스 쇼어 다민족 공동체(North Shore Multicultural Society)’ 는 이민정착서비스를 돕는 기관으로 일반 기업과는 업무와 인력선발 기준이 많은 차이가 있다. 따라서 25명의 도전자들을 제치고 그가 선택된 데는 이민자 정착서비스를 적극 활용한 것이 결정적인 성공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분야에 경험은 없지만 취업하기 위해 이곳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지난 1년간의 기간 동안 쌓인 경험이 곧 경력이 된 셈이죠. 이민자정착서비스가 어떤 기관인지 모르는 사람을 뽑는다면 기관을 파악하고 업무를 한다 해도, 이민자들의 입장과 서비스 센터의 입장을 동시에 이해하지 못할 염려도 있었겠죠.”
그런 의미로 본다면 전문취업교육을 받으며 상담을 받은 지난 1년간은 실전 트레이닝 기간이 된 셈이다. 그렇다고 인터뷰만으로 취업이 된 것은 아니다. 인터뷰와 번역, 상담자를 위한 기업체에 영어편지, 추천서 쓰기 등 2시간에 걸친 일정 테스트를 거쳤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민자와 서비스센터의 입장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크게 반영되었을 것이라는 게 그의 짐작이다. 

■멋진 질문 하나를 꼭 준비할 것

“주부들도 조금만 준비하면 취업할 수 있습니다. 인터뷰에서 모르는 질문이 나와도 당황하지 말고 ‘사실 나는 그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못 해봤다. 그러나 앞으로 기꺼이 관심을 가지고 공부해 볼 생각이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 하나 정도는 충분히 넘어갈 수 있어요.”
그리고 인터뷰에서 ‘질문하라’고 할 것에 대비, 사전에 그 기관의 좋은 점만 모두 기억해 두었다가 기업주가 들어서 발전적이면서 또 기분 좋을 만한 멋진 질문하나를 준비하는 센스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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