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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선은 나를 인간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10 00:00

이웃을 돕는 사람들(1) ‘희망의 집’ 김용운 목사

‘희망의 집’ 김용운 목사는 이웃을 돕는 일에 “독불장군은 없다”고 했다. 12년간 빈민 돕기 활동을 해온 그는 이들에게 아침 식사를 제공할 수 있는 식당을 만들고 싶다는 새로운 ‘희망’을 마음에 품고 있다.

밴쿠버 마운트 플레젠트 지역에서
12년간 빈민 돕기 봉사 활동

밴쿠버에서 두 번째로 가난한 동네인 마운트 플레젠트(Mount Pleasant) 지역에는 한인 목회자 김용운 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희망의 집’이 있다. 우리말 이름은 희망의 집이지만 주변 이웃들에게는 ‘커뮤니티 오브 호프(community of Hope)’로 알려져 있다.

마운트 플레젠트는 밴쿠버시내 이스트 헤이스팅스가에 이어 빈곤선에 놓인 사람들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이다. 김 목사 말대로라면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금방 슬럼화할 수 있는” 그런 동네다.

김 목사는 사회사업으로 모아온 헌 옷을 당장 필요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나눠주기도 하고 그보다 나은 사람들에게는 예배당 옆에 있는 판매점을 통해 의류를 팔고 그 수익으로 돕기도 한다. 이제는 영역을 넓혀 식당을 차릴 계획도 갖고 있다. 일자리를 좀처럼 구하지 못하는 이웃들을 고용해 식당을 열고 베이컨 앤 에그(bacon & egg) 같은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런 사업의 목적은 물론 영리를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살 길을 열어주기 위한 방편이다.

불쑥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김 목사는 예배당 겸 사람들의 휴식처로 쓰이는 장소 바닥에 물걸레질을 하고 있었다. 찾아올 사람들을 위해 커피 끓이는 기계에 물을 가득 담아 놓고 12년간의 이야기를 짧게 축약해 나눴다.

-12년간 이 지역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활동해왔다. 비결이 있나?

“독불장군은 없다. 이웃과 함께 조화롭게(compromise) 살아가지 않으면 어떤 일이고 오래 하지 못한다. 비결이라기보다 감사하고 싶은 부분은, 주위 분들의 도움과 기도다. 재정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원이 없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한인 교회에 다니시는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고 교회에 다니지 않으시면서도 남모르게 자원봉사를 하며 선행하는 분들이 많이 도움이 되어주셨다.”

김 목사는 사투리로 “독불장군은 없어예”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이전에 ‘희망의 집’ 운영허가를 내주지 않으려던 밴쿠버 시청도 이웃들의 설득과 노력으로 2012년까지 운영허가를 내준 상태다. 밴쿠버시에서도 사회복지시설을 지역 안에 들이지 않으려는 경우가 허다해 지역사회의 인정을 받지 않고서는 단체 운영 자체가 어려운 실정이다.

-‘사지 멀쩡하고, 나보다 영어도 잘하는 사람이 일을 안 할 뿐인데 그걸 도울 필요가 있냐’는 바닥인심도 있다. 이런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내가 보기에 이웃들의 어려움은 마약과 술이 일할 능력을 빼앗아가는 위험성을 증언하는 면도 있지만 대부분은 오해다. 우리 이웃이 처한 그 어려운 환경에 처하면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다. 오해는 몰라서 생긴다. 내 이웃에 대해 이런 저런 행동을 하기 전에 내가 얼마나 이웃을 이해하고 있는가 생각해봐야 한다. 이웃을 돕는데 있어 내 마음에 진심이 아니면 돕는 척할 필요가 없다. ‘그 사람의 신발 속에 들어가 세상을 보아야 한다’라는 원주민 속담이 있다. 내 잣대로만 봐서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김 목사는 “어제 일인데…”하며 전날 방문한 한 여인의 얘기를 했다. 예배당 문을 닫기까지 한 여인이 얼굴을 들지도 못하고 계속 앉아 있었다는 것. 알고 보니 28년 전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자녀 셋을 잃고 우울병에 걸려 수 차례 자살시도를 했던 여인으로, 우울함 끝에 기도를 청하러 온 것이었다. 그러나 이런 사연을 듣기 전까지 그 여인은 그저 ‘이상한 사람’ 일 뿐이었다고 김 목사는 설명했다.
 
-‘구호를 사회적 제도에 맡기면 되지 않겠느냐’ 란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다. 캐나다처럼 부유한 국가가 어쩌지 못하는 가난을 개인이 어쩌겠느냐는 체념도 있지 않은가?

“부유함 속에도 가난은 항상 있다. 오히려 부유한 가운데 있는 가난이 더 치명적이다. 그런 사람들의 어려움을 받아들이고 내 주변에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생각이 더 필요하다. 캐나다에서 어려운 사람을 도움에 있어서 우리가 소수민족이어서 더 효과가 큰 점도 있다. 그 사람들에게 더 감동을 주고, 더 희망을 북돋워줄 수 있다. 어려운 사람들도 직접 만나 자기 성장을 막는 자기 안의 편견을 넘어설 수 있어야 그래야 궁극적인 세계인이 되지 않겠는가. 사실 구호활동은 남을 돕기에 앞서 내 자신을 인간으로 만드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성과 중에 가장 마음에 와 닿는 것이 있다면?

“참 이기적인 대답을 하겠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것이 이민자로서 아버지로서 목회자로서 큰 도움이 됐다. 나는 그저 열매는 맺혀질 것이라고 믿고 달려왔다. 내 눈에 어떠한 성과가 이뤄지지 않더라도 이런 일을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큰 열매가 된다. 이곳에서 마약에 취한 사람들은 한 순간에 변화하지 않는다. 마치 파도처럼 죄에 쓸려나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반복한다. 그러나 이런 파도가 점점 더 나아지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을 볼 때 큰 열매가 된다.”

김 목사에 따르면 지난 2년간 마약에 중독돼 이런 파도치는 모습을 보여준 한 남자가 있다. 그는 현재 2개월 요리사과정 중 1개월 과정을 끝낸 상태다. 그가 무사히 졸업하면 ‘희망의 집’에서 그 사람을 고용하고 다른 어려운 사람들을 종업원으로 삼아 간단한 아침식사를 제공하는 식당 운영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 목사는 희망의 집에서 자원봉사를 희망하는 사람이 있으면 “할 일은 무궁무진하다”며 참여를 환영하겠다고 말했다.

권민수 기자 ms@vanchosun.com

희망의 집
535 E. Broadway. Vancouver
(604) 723-0523

 

편집자 레터

한 해를 마무리하는 12월입니다. 송년특집으로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 위한 기사를 준비하면서 혹 너무나 게으른, 상투적인 기획이 되지 않을까 사실 회의도 적지 않았습니다. 1년 내내 다른 생각만 하면서 살다가, 달력이 달랑 한 장만 남는 연말이 되어서야 불현듯 생각났다는 듯이 어려운 이웃을 떠올린다는 것이 사실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몰랐다’는 핑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음지에서,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오래 전부터 장한 일을 하시고 계신 분들을 만나봅니다. 그 분들, 그리고 그 분들을 돕는 많은 이들의 마음 속에 숨쉬고 있는 따뜻한 희망이 눈송이처럼 세상 속으로 퍼졌으면 하는 또 다른 ‘희망’을 품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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