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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마시는 즐거움 크다 한들, 만드는 것에 비할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07 00:00

주부레서피 (50) 김상순씨(코퀴틀람)

밴쿠버에서 구수한 막걸리를 맛있게 빚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그 중에서도 도예가 도암 김정홍 선생 댁의 막걸리 맛은 바다 건너 한국까지 소문이 자자하다.

만드는 사람 따로 마시는 사람 따로 있는 이 집 막걸리는 정확히 말하면 부인 김상순씨가 빚는 술이지만 사람들은 꼭 ‘도암 선생 막걸리’ 라고 부른다. 솔직히 도암 선생은 술 빚는 항아리를 2층으로 옮기는 일 외 손가락 하나 까딱 하지 않건만 사람들이 굳이 이 술을 ‘도암 선생 막걸리’라고 부르는 이유.

내 집을 찾아 드는 사람, 특히 남편을 찾아 오는 누구에게라도 문을 활짝 열어놓고 사는 김상순씨에게 ‘덜’ 미안한 마음으로 막걸리 한 사발 먹고 싶은 음흉한 아부성 발언 아닐까. 그녀에게 김정홍 선생 이름보다 당당한 핑계거리는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집은 도자기를 배우는 사람, 구경하러 오는 사람, 한국문화 공부하러 온 외국인들까지, 아랫목에서 누렇누렇 익어가는 막걸리 냄새가 풍길 즈음이면 귀신처럼 알고 찾아 드는 사람들로 문고리가 닳을 지경이다. 

빚는 사람 따로, 마시는 사람 따로! 이것이‘도암 선생댁 막걸리’의 특징. 일주일에 한번씩 고두밥을 쪄야 하는 김상순씨의 고충도 만만치 않을텐데 사람 가리지 않고 막걸리 익은 날 찾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몽땅 내 놓는다. 게다가 뚝딱 만들어 내는 돼지고기 김치찌개 맛은 또 앉은 자리에서 막걸리 한 동이 거덜내는데 일조를 한다. 잘 익은 막걸리 촬영이 있던 날 운 좋게 당첨된 사람은 모영상(왼쪽) 씨. 그 곁에는 도예가 도암 김정홍 선생.

  ‘오는 사람 얼싸 안고, 가는 사람 붙잡는다’는 것이 사랑하는 남편의 인생관이라지만, 아무리 그렇다 해도 160cm에 45kg 될 듯 말 듯 자그마한 체구에 한 솥씩 고두밥 쪄서 며칠에 걸쳐 정성껏 빚은 막걸리를 개봉순간 한 입에 ‘톡’ 털어 넣는 객(客)들이 어찌 이쁘기만 할까. 성깔 까칠한 기자라면 물기 덜 짠 행주로 죄 없는 식탁을 수 십 번도 더 닦으며 눈치코치 팍팍 던지며 심통을 부릴 텐데, 지금까지 그 집 가서 ‘눈치 술, 눈치 밥’ 얻어 먹었다는 소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같은 여자로 아내로서 이런 그녀를 보면 존경스럽다. 이민 직후 언젠가 그녀 남편 도암 선생, 부부 싸움하고 미션으로 가출했다가 은행카드 사용법 몰라서 고픈 배 움켜쥐고 자진귀가 해서 무릎 꿇었다던가. 만약, 그때 더듬거리는 영어로 은행카드 사용법을 배워서 배고픔 면하고 가출에 성공했더라면 어찌되었을까. 아마도 지금쯤 그날의 ‘무식’이 곧 ‘행운’이었던 걸 무지 감사히 여기며, 그날 가출미수 사건이 떠오를 때마다 남몰래 가슴 쓸어 내리고 있을지도……

언제 어느 때 찾아가도 똑같은 미소로, 특별히 잘 해주려 노력하기보다 집안에 있는 그대로 ‘다’ 내놓는 것으로 마음을 표현해 손님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녀.

하지만 아무리 착해도 여자는 여자, 아내인 그도 사람이다. 보다 보다 궁금해서 참을 수 없던 어느 날 대 놓고 물어 본 적이 있다. 

“아니, 찾아 온 사람 술 주는 것도 주는 거지만 허구한날 막걸리 담그느라 힘들고, 그 술에 안주 만들어 대느라 더 힘들고 돈 들고…… 도암 선생님 밉지 않아요?” 했더니, 대답대신 예의 그 소리 없는 미소 한번 빙긋 띠곤 또 그만이다.   

얼마 전 도암 선생이 외교부로부터 큰 상을 받던 날, 설마 오늘같이 기쁜 날엔 그이도 여느 아낙처럼 약간은 흥분되고 호들갑스러운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상상하며, ‘축하’를 빙자해 그 집 현관 문을 벌컥 열었다. 문짝을 부술 듯 씩씩하게 열어 젖힌 문 소리에 도자기 만들던 자세 그대로 고개 들어 빙긋 웃을 뿐 또 말없이 찻물을 올린다. 하긴 그렇게 많이 들락거리는 사람 오갈 때마다 ‘반갑다’ ‘어서 오시라’, ‘안녕히 가시라’…… 인사하려면 장정이라도 목청부터 남아 나질 않을 테지만, 다섯 시간을 쉼 없이 떠드는 사람들 틈에서도 간간히 미소 짓다가 안주가 식으면 다시 보글보글 데워 올려 놓으며 지청구 한마디 거들지 않는다. 수다쟁이 기자는 그날 두 손 + 두 발까지 세트로 들고 무릎 꿇었다.  

혹여 그 집을 가거덜랑 이런 그녀를 보고 스스로 ‘반갑지 않은 손님’으로 분류하는 오류를 범하진 말도록. 사람 좋아하기로 따지면 세상에서 그녀 남편 도암 선생을 따를 자가 없지만, 속 정(情)에서는 또 그녀를 따를 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속을 미처 못 보고 ‘팽’ 삐친 사람, 자기만 손해다.
이런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높은 산 꼭대기에서 나지막하게 몸을 낮추고 서 있는 작은 소나무 같다는 생각이 든다. 작지만 모진 산 바람과 따가운 햇살에도 꿋꿋하게 버틴 내공이 느껴지는,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시사철 푸른 솔 향기를 ‘솔솔’ 풍기며 등산객들에게 그늘 막을 제공하며 말없이 서 있는……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쌀 2kg(1되=1.6kg), 누룩 1봉지 200g(쌀 양의 10% 사용, 한인 마트에서 판매), 이스트 1ts, 물은 쌀 양의 150%인 3ℓ.

■ 만드는 법

① 찜통에 순면 천을 두르고 쌀 2kg을 1시간 가량 찐다.
② 찐 밥을 주걱으로 저어가며 식혀 고두밥을 만든다.
③ 이스트와 누룩 가루를 손으로 비벼 고두밥과 고루 섞어 준다.
④ 흰 면 자루에 3의 재료를 넣고 물(쌀 양의 150%인 3ℓ)을 재료가 잠기도록 붓는다.
⑤ 자루 속에 손을 넣어 물 속에서 다시 한번 쌀과 누룩을 잘 섞는다.
⑥ 내용 물이 새어 나오지 않도록 끝을 꽁꽁 묶는다.
⑦ 전기 장판을 깔고 덮어 16도 정도의 따뜻함을 유지, 1주일 가량 그대로 둔다.
⑧ 노랗게 술이 익으면 중앙에 막대기를 놓고 자루를 걸쳐 놓으면 완성.

■ 김상순 주부의 한마디!

Cooking Point

① 아파트 실내 온도 정도인 23~25℃에서는 3~4일 정도면 발효가 됩니다.
② 누룩과 고두밥을 담는 통을 충분히 살균하지 않으면 세균이 번식되어 술 맛이 변할 우려가 있어요.
③ 젖병 살균제나 약국에서 판매하는 에틸알코올로 소독하면 좋아요.
④ 술을 담그면 탄산가스가 발생하므로 완전히 밀봉하지 않아야 해요.

Cooking Tips
① 약간 단맛을 원하면 쌀 대신 찹쌀을 이용해도 좋아요. 집에서 만든 막걸리의 알코올 도수는 16도 정도입니다.
② 가정에서 5∼7일 발효시킨 후 2~3주 침전시켜 윗부분만 뜨면 청주가 돼요.
③ 막걸리만 만들면 여러 가지 전통주는 이를 응용해서 만들 수 있어요.
④ 막걸리를 증류하면 소주가 되고, 소주에 과실을 넣으면 과실주가 돼요.
⑤ 막걸리를 따뜻하게 해서 알코올을 없앤 후 식사 때 곁들이면 소화를 도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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