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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경제와 캐나다 부동산 시장(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2-03 00:00

붕괴하는 미국 부동산 시장이 결국 세계경제를 심각한 불경기(recession)에 빠뜨리고 있다.

영어로 설상가상, 진퇴양난을 ‘Catch 22’라 한다. 짧게 설명 하자면 ‘Catch 22’는 조셉 헬러의 20세기 미국의 최고 문학작품 중 하나로 평가 받는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이다. 2차대전 중 이태리에 주둔 중인 미 공군 폭격기 조종사인 요사리안이 전쟁판에서 개죽음을 당하는 동료들을 보며 자기는 전사하기가 싫으니 어떻게든 제대를 하려 한다. 그는 정신질환이 있으면 제대가 되기에 군의관을 찾아가 “나는 정신병이 있으니 제대를 시켜 달라”고 한다. 그러자 군의관은 “이 전쟁 상태에서 성한 사람은 다 정신병자가 되니 정신병자처럼 느껴지면 당신은 정상임으로 군생활에 전혀 문제가 없으니 계속 조종간을 잡아라. 반면 당신 생각에 당신 정신상태가 멀쩡하면 당연히 조종간 잡는데 문제가 없으니 계속 비행기 타고 절대로 제대할 생각은 말라”며 돌려보낸다. 그래서 생긴 말인데 지금 미국경제가 이 꼴이다. ‘제국의 붕괴’로 일컬어지며 손가락질 받는 미국 경제의 날개 없는 추락은 Catch 22, 사면초가, 진퇴양난이다.

미 주택경기 침체가 내후년까지 아니면 더 길게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데 값이 얼마나 더 빠질지는 예측불허지만 2005년 여름을 정점으로 하향세는 시작했다. 올해 집값이 급격히 하락하며 신규주택 건설이 14년 이래 최악으로 나타났다. 가압류 주택이 매물로 쏟아지고 신규주택 판매실적은11년 만에 모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택지수도 16년 만에 최대 하락폭을 기록하는 등 모든 주택 관련 지표가 수직 낙하 중이다.

부동산 경기를 살리기 위해 이자율을 낮추어 주면 돈 값이 싸져 은행 돈으로 다 석유, 곡물, 광물 등에 투자하기에 이 비금융자산 가격이 지금 신기록을 세우고 있다. 이자율이 낮으니 은행 돈 꾸어 석유, 금속, 곡물 등에 투자해 가격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자율을 올리면 미국 부동산이 완전히 무너지며 미국경제가 고꾸라지면서 글로벌 이코노미를 같이 끌어안고 침몰할 지도 모르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 붕괴의 주범은 미국 중앙은행과 총재 그린스펀이 경쟁력이 없어진 미국 기업과 월가(街)의 로비를 받아 경기 침체 탈출의 해법을 한심한 저금리 정책으로 해결하며 2001년 1월부터 불과 2년 반 사이에 미국의 정책금리를 연 6.50%에서 1.00%로 끌어내리자, 즉 돈 값이 떨어지자 기업과 개인은 빚을 내 비금융자산인 부동산, 석유, 광물 등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중 하나로 나타난 과잉 유동성으로 미국 집값은 폭등세를 보였다. 물론 한국 부동산도 같은 이유로, 즉 미국의 낮은 이자율로 한국은행도 같이 이자를 낮출 수 밖에 없어 올라갔으며 절대로 한국 언론이 주장하는 대로 노무현 정권의 실수로 한국 부동산이 올라가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 둔화는 타 경제권을 쓰러뜨린다. 건설업체들의 일감이 없어지면 직원을 해고하고 따라서 관련 업종에서도 일자리를 잃기 시작하고 당연히 직장에서 쫓겨난 사람이 늘어, 공사장 주위 음식점부터 장사가 줄어들며 모든 경제인구가 평소에 하던 소비를 못 해 경기는 악화된다. 일자리를 잃지 않았다 하더라도 자기 개인 자산 중 제일 중요하며 큰 소유인 주택 값이 떨어지니, 즉 재산이 줄어드니 소비가 줄어 들며 경기는 무너진다.

요즘 경제학자 중 제일 존경 받는 예일 대학의 밥 쉴러 교수는 “미국 주택 경기의 폭락으로 세계 경제는 1929년 대공황 이후 최대 위기를 맞을 수 있으며 집값은 내년에 10%가량 하락하고 그 이후 20% 이상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원래 경제분석이 원체 까다롭고 변수가 많아 경제를 조금이나마 안다는 경제학자들은 타 경제학자의 주장을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는데 아무리 경제에 자신이 있다 하더라도 쉴러 교수 얘기라면 귀를 기울인다. 무디스 등 전문업체들도 미국 부동산은 2010년이 지나야 회복이 가능하다고 예측을 하고 있다.

집값 하락에 따른 '역부의 효과(reverse wealth effect)'는 소비심리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가 아니다. 미국에서는 자택보증대출이 유행으로 자기집을 보증 잡아 돈을 꾸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런 형태로 돈을 빌려 아파트 등 다른 형태의 부동산에 투자를 했다. 계속 집값이 오르고 있어서 집값이 오른 만큼 쓸 수 있는 한도가 늘어나는 대출로 투자한 타 부동산도 올라가니 미국의 무역적자나 재정적자가 웬만한 후진국 저리 가라 할 정도로 엉망인데도 불구하고 경제는 잘 돌아갔고 소비는 왕성했다.

그런데 집값이 내리면 바로 은행에 빚을 갚아야 하지만 하락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현찰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으며 갚지 못하면 집을 압류당하니 투자 부동산을 헐값으로 덤핑하며 이는 모든 부동산의 가격 하락을 촉진시키는 악영향을 끼친다. 압류 당하는 집이 올해만 100만 채가 넘을 걸로 본다. 미국 주택 자산가치는 약 25조달러로 보는데 집값이 10%만 내려도 2조5000억달러가 증발한다. 소비는 미국 경제성장에서 70%를 차지하며 현 미국경제 구조상 소비가 둔화되면 경제에 치명적이다. 미국 전체 일자리 중 14% 정도가 주택업종과 관련돼 있어 주택경기 침체로 줄잡아 노동인구 중 100만명이 넘는 사람이 실직을 할 수도 있다. 이건 반드시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고 캐나다도 이 함정에 빠질 확률이 낮지 않다.

물론 미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리면 많은 문제가 해소된다. 금리가 떨어져 소비심리도 회복될 수도 있다. 따라서 월가에서 짐승 떼처럼 몰려다니며 금리 인하라는 말만 외쳐대고 로비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으며 일부에서는 기준금리를 연 3.0%까지 인하해야 한다고 우긴다. 하지만 그럴 경우 월가의 증권업은 또 살아나겠지만 문제는 그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될 수밖에 없는 지금 석유값 경우처럼 모든 비금융자산의 가격 상승과 더불어 인플레로 나타난다. 이 경우 70년대처럼 17, 18%의 살인적인 두 자리 숫자의 이자율로만 인플레 및 석유, 금 등의 자원가격 조정이 가능하다. 80년대 초반에는 캐나다 모기지도 20% 선으로 올라가 많은 사람들이 집을 잃었으며 이런 현상은 충분히 반복될 수 있다. 어쨌던 이자율이 다시 올라가면 전세계가 불경기의 늪에서 오랫동안 갇혀야 한다.

미국이나 한국 증시가 아직 안 쓰러지는걸 보면 아직 미 중앙은행장인 버냉키 의장에 대한 막연한 짝사랑 같은 믿음, 즉 월가의 로비가 다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인데 버냉키는 결코 그린스펀 같은 사이비 경제학자가 아니다. 계속 해 월가와 증권업계는 금리인하 없이는 모든 경제가 죽는다고 아우성치며 로비를 하려 하겠지만 버냉키는 그린스펀과 같은 시장통이 아닌 정통파 학자이며 부동산 및 자원 인플레를 큰 문제로 보는 사람으로 그린스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던 금리를 인하해도 문제, 안 해도 문제, 즉 ‘Catch 22’이니, 미국의 멍청하고 부패한 경제정책으로 글로벌 경제까지 같이 어려워지며 상대적으로 캐나다화는 강세를 보이지만 그도 잠깐이다. 캐나다 경제는 대미 수출로 먹고 산다. 서부 캐나다 경우 미국의 부동산 붐으로 목재 등 자원 수출로 막대한 이익을 내고 있었으나 캐나다화의 상승과 미국 부동산 경기 몰락은 큰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하지만 BC주 인구 400만에 대비해 인구 2000만이 넘게 있는 온타리오와 퀘벡이 캐나다 정치판을 좌지우지하기에 이들의 캐나다화 인하 요구를 연방 정부가 받아들여 캐나다화는 95센트 선에 갈 테니 미화를 갖고 있다 하더라도 급하게 처분할 필요는 없다.

미국 덕으로 전세계는 본격적인 불경기에 들어가고 있고 이 현상은 오래 갈 것 같으며 미국 경기의 몰락은 바로 캐나다 경기의 침체를 뜻한다. 경제를 알았던 피에르 엘리엇 트뤼도 전 캐나다 총리는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캐나다는 독감이 걸린다는 표현을 했었다. 캐나다 부동산도 미국 부동산과 같은 길을 안 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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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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