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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보다 더 진짜 같은 첨단 이미지들의 향연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19 00:00

베어울프

장면 하나. 안젤리나 졸리가 깊고 푸른 수면 위로 솟아오른다. 황금빛 액체로 미끈거리지만, 실오라기 하나 없는 그녀의 나신은 그 자체로 눈부시다. 졸리의 완벽한 육체에 넋을 잃을 무렵, 수면에 함께 떠올랐던 도마뱀 꼬리 같은 물체가 졸리의 길게 땋은 머리로 이어진다. 아, 어떻게 된 거지? 분명 파충류의 질감이었는데. 그렇다면 이 모든 이미지가 진짜(실사·實寫)가 아니었단 말인가. 그토록 완벽하던 그녀의 벗은 몸과 육감적인 입술마저도?

장면 둘. 고대 전설의 영웅 베오울프 역을 맡은 주인공 레이 윈스턴이 공중에서 두 바퀴 회전한 뒤 전설의 보검(寶劍)으로 괴물을 가른다. 군살 하나 없이 완벽한 근육으로 자신의 육체를 완성한 이 사내는 2m 훌쩍 넘는 키를 지렛대 삼아 거대한 괴물을 번쩍 들어 올린다. 아, 그런데 잠깐. 윈스턴의 키가 언제 저렇게 컸지? 그는 기껏해야 170㎝ 안팎의 땅딸막한 아저씨 연기자였는데….

16일 개봉하는 ‘베오울프’(BeoWulf)는 질적 혁신을 거듭하고 있는 할리우드 영화기술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작품. 하지만 이 영웅판타지가 거둔 기술적 성취는 상반기의 ‘300’이나 ‘트랜스포머’의 시각적 쾌락과는 그 궤를 조금 달리 한다. 현실보다는 만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300’의 비주얼이나 거대로봇이 순식간에 자동차로 변신하는 ‘트랜스포머’와 컴퓨터그래픽 이미지와 달리, ‘베어울프’는 관객들이 실물 그 자체를 보고 있다고 믿도록 유도한다. 졸리의 육체가 아닌데도 졸리의 육체로 믿게 만들고, 윈스턴의 몸이 아닌데도 윈스턴의 몸처럼 보이도록 조작하는 것.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기, 바로 이 영화를 연출한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오랜 숙원이다. 저메키스는 연기하는 배우의 얼굴과 몸에 센서를 달아 그 움직임의 이미지를 낚아채 저장한 뒤(capture) 이를 컴퓨터상에서 재구성하는 ‘퍼포먼스 캡처’ 기술로 이름났다. 톰 행크스를 퍼포먼스 캡처했던 ‘폴라 익스프레스’(2004) 이후 3년이 지난 지금, 이제는 안젤리나 졸리의 육감적 입술과 안소니 홉킨스의 음흉한 시선까지 디지털로 복원할 만큼 자신의 첨단 테크놀로지를 업그레이드했다. 꿰맨 흔적조차 없는 천사의 옷(天衣無縫)까지는 2% 부족하지만, 그가 빚어낸 이 놀라운 이미지의 향연은 어디까지가 라이브 액션이고 어디까지가 인공 생명체의 동영상(Animation)인지 바늘 자국 찾기가 쉽지 않다. 특히 거대 스크린에서 입체안경을 쓰고 보는 최근의 3차원 극장환경(아이맥스 영화관 등)을 염두에 둔 몇몇 카메라 워킹은, 절벽 아래로 곤두박질하거나 괴물의 피를 뒤집어쓰는 듯한 아찔한 상황을 관객이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6세기 덴마크를 배경으로 한 고대 전쟁서사시 원작을 110분 분량으로 압축한 탓에 무리한 비약과 생략이 간혹 눈에 띄지만, 객기와 혈기로 가득하던 한 전쟁 영웅이 스스로의 욕심과 아집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대기로서의 드라마도 매력적이다. 고전의 교양을 지닌 관객이라면, 안소니 홉킨스가 연기한 흐로스가 왕에게서는 자식을 유기한 뒤 뒤늦게 절규하는 ‘리어왕’을, 레이 윈스턴이 연기한 인간 영웅 베오울프에게서는 헛된 미망 속에 영원을 갈구하는 ‘파우스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작자 미상의 원작 서사시에 셰익스피어와 괴테의 숨결을 불어 넣은 시나리오 작가 닐 게이먼과 로저 에이브리의 노력 덕분이다.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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