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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로 끓이는 샤부샤부 맛 아세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1-09 00:00

이미경씨 / 아보츠포드 샤부샤부 & 워터체스트넛 묵

“어서 온나! 숙제 다 했나!”
“미쳤지 미쳤지…… 웨스트 밴쿠버서 여가 어데라고 내가 이래 오나 몰라.”

아보츠포드 주부 조각보 모임 ‘봉숭아 학당’ 반장 이미경 주부의 집. 정확히 오전 10시가 되자 큼직한 보따리를 들고 들어서는 그녀들이 만났다가 헤어진 지 정확히 일주일. 그러나 마치 몇 달 만에 만난 사람마냥 서로 안길 듯 화들짝 반기는 부산 사투리에 조용하던 아보츠포드 산자락이 시끌시끌하다.

지난 주 조각보 모임 관련 기사가 나간 뒤, “우리가 우째 봉숭아 학당이고! 우린 하버드 학당입니더.” 때 늦은 정정을 요구했지만, 어떻게 모임의 주제인 조각보 바느질 감은 돌돌 말아서 한 줌이고 바리 바리 싸들고 온 음식 가방이 더 큰 사람들이 하버드는 무슨….

“이기 하버드 학당이가! 바느질 빙자한 부산 아지매들의 ‘먹자’ 계모임이지” 하려다 참았다. 빈손으로 입만 달랑 지참하고 참석한 외부인인 관계로.

▲ 매주 이렇게 거한 상을 차려 내는 이미경씨. 물론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차려내는 포틀락 파티 형식이지만, 주최자가 더 많이 신경 쓰고 음식을 준비하기 마련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더 돈독한 우정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그녀들의 중심엔 언제나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과 맛있는 이야기, 더 맛있는 요리가 있다. 왼쪽부터 이미경, 홍진숙, 김효주, 홍인영, 김정희씨.

 그녀들, 바느질에 ‘미친’ 것인지, 사람한테 ‘미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수요일만 되면 아보츠포드로 차를 몰고 달려 온다는 김정희씨는 반장 이미경씨의 친구. 아주 아주 옛날 새댁시절 부산에서 옆집에 살던 두 사람은, 때 되면 담장 너머로 요리 강사 이미경씨에게 그날 그날 레서피 전달받아 ‘삼시 세끼’ 연명하며 살았다나? 그랬던 그녀가, 밴쿠버 아보츠포드에서 뭉쳤으니 그 우정의 깊이야 말할 것도 없고 요리면 요리, 바느질이면 바느질 뭐든 척척 할 수 있는 도사가 되었다.

“에잇, 선생님 말 들을 껄, 괜히 반장 말 들었다가 망쳤네. 뜯는 게 낫겠다.”

투덜대면서도 서로 ‘예뻐 죽겠다’는 표정인 이들의 분위기는 딱 여고시절 가정시간 풍경이다. 밤새 돋보기 끼고 시린 눈 비벼가며 해 왔을 숙제가 홀랑 다시 뜯겨도 즐겁기만 하다. 지난 주, 사전 허락 받지 않고 모임에 갑자기 이방인이 끼어들면 방해될까 해서 회원들에게 윤허를 얻어달라는 말에, 김효주 선생님 하는 말.
“그냥 와도 돼요. 다 이미경씨 같은 사람이에요”했다.

그렇게 동네방네 전폭적인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이미경씨. 서울 같았음 ‘구 의원’에 나가면 바로 당선은 따놓은 당상인데 아깝다.

그녀의 집에는 언제나 직접 구운 녹차 케이크, 카스테라, 비스킷, 과자가 고운 조각보에 덮여 소담스럽게 놓여 있다. 무엇을 먹어도 맛있는 것들을 골라가며 실컷 먹은 다음 돌아 온 뒤에는 엄청난 엔돌핀 팍팍 솟아 주체하기 힘든 기운으로 한 주일을 훨훨 날아다니며 살 수 있다.

더디게 가던 시계가 어김없이 12시가 되자 1층 작업실에서 학생들 숙제 검사하며 군기 잡던 그녀. 슬그머니 사라진다. 신출귀몰한 그녀, 도대체 주방이 있는 2층에서 무슨 일을 꾸미는 걸까. 음식을 하면 무슨 소리라도 날 테고, 냄새라도 풍기기 마련인데 기척도 없는 것이 더 수상해서 급히 2층으로 올라갔더니 앗! 맥주를 마셨나 보다. 세상에 빈 맥주병이 어느새 3개가 줄 서 있는 곁에서 멀쩡(?)한 얼굴로 그녀, 갑 오징어 무치고 있는 게 보인다.

“아니, 아줌마! 낮술에 취하면 ‘어미 아비’도 몰라 본다는데, 요리는 안하고 웬 술이에요?”
그녀가 ‘칵칵’대며 웃었다. 뒤따라 온 사람들도 숨 넘어갈 듯 웃더니, 오늘 취재 온 김에 술 실컷 먹고 가란다. 더욱이 아줌마들 떠드는 소리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방실방실 웃고 있는 마스코트 민정이도 있는데 이 무슨 비교육적인 행동인가 말이다.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른다’고 하더니 말려야 할 사람들도 빙긋빙긋 알 수 없는 웃음만 날리고 있다.

식탁 중앙의 육수가 부글부글 끓어 오르자 싱싱한 야채와 안심 등심을 넣어 익힌 샤부샤부를 손님부터 주는데 구수하면서도 참 색다른 맛이다. 이미경씨, 그제서야 ‘큭큭’대며 이실직고한 육수의 비밀은 술이란다. 냄새가 전혀 없고 말하지 않으면 크게 느낌도 없는 샤부샤부 육수가 바로 이미경씨가 혼자 들이켰다고 오해한 그 술, 맥주라고 했다.

마치 아이에게 ‘너 이런 거 어디서 배웠니?’ 묻는 것처럼 “햐! 이런 거 누가 가르쳐 줬어요?” 했더니, 그녀 무뚝뚝한 부산사투리로 “기냥 알았지 예” 한다.

칫, 기냥 알긴…… 정말 그녀의 창작요리는 끝이 없다. 식탁 위에 청포묵도 청포가 아니라 이 슈퍼에서 판매하는 저렴한 ‘워터체스트넛’을 이용해 만든 묵이라 했다. 그녀의 수 백 가지 지혜와 요리 노하우들을 아보츠포드 봉숭아 학당에서 썩히기엔 정말 아깝다.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맥주로 끓이는 샤부샤부

■ 재료 맥주 341ml 2병, 소고기, 새우, 각종 버섯, 배추·당근 등 갖은 야채

■만드는 방법

① 맥주를 모두 쏟아서 끓인다.
② 고기부터 넣은 다음 배추, 버섯 순으로 야채를 넣었다가 건져 소스에 찍어 먹는다.
③ 샤부샤부를 먹고 난 육수에 당근, 양파, 남은 재료를 다져 넣고 볶는다.
④ 야채가 익으면 김치를 다져 넣고 밥을 볶은 다음 김가루를 듬뿍 뿌린다.

워터체스트넛 묵

■ 재료 워터체스트넛(T&T에서 판매) 1컵, 물 4컵

■만드는 방법

① 워터체스트넛 가루 1컵에 물 4컵 분량으로 붓는다.
② 불에 올려서 거품기를 이용해 저어주며 끓인다.
③ 걸쭉하게 반 고체 상태가 된 묵을 그릇에 담는다.
④ 랩을 덮어 손으로 꼭꼭 눌러 모양을 평평하게 만든 다음 냉장고에서 굳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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