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음식은 촌스러울수록 몸에 좋은 것이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10-05 00:00

김근녀씨(밴쿠버 거주)의 두부버섯지리

▲ 맛있는 음식 만들어 나눠 먹을 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함을 느낀다는 김근녀씨. 

 “아이고, 팔긴 팔아야 하는데 돈 받고 김치 저…… 김치 사가는 사람들 보면 꼭 죄짓는 거 같어. 그까짓 김치 한 다라이 담궈서 한 통씩 퍼주고 말면 좋겠구만. 어쩌다 이런 장사를 하니 안 팔 수도 없고…… 내 맘이 졸아들어……”

친정엄마를 만난 듯 가슴이 뭉클해진다. 자그마한 키에 앞치마를 두르고 뽀글거리는 퍼머머리만 보면 영락없이 동네 야채가게 아줌마가 딱 인데, 젊은 시절 보사부 차관보다 더 많은 월급을 받으며 로이터 통신사와 쌍벽을 이루던 동아 통신사에서 일하던 엘리트 중 엘리트였다. 외교관이 되고 싶어 영어공부를 한 것이 최고의 직업으로 꽤 호사를 누리고 살게 했건만, 결혼 후에는 아들을 영국 옥스포트대학교에 보내려는 야심을 안고 영국 행을 감행했으나 홀랑 사기만 당하고 토론토로 전면 후퇴했다.

12남매 가운데 셋째 딸인 그이에게는 어릴 때부터 불치병이 있었다. 앞으로도 치유가 불가하다. 불광동에서 살던 신혼 때나 영국에서, 또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호전되기는 커녕 나이가 들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지병. 병명은 ‘동네방네 퍼 돌리기’다.

밍크전문점을 하던 토론토에서는 그 비싼 밍크코트가 즐비한 가게 한 켠에 주방을 차려놓고, 오는 한국인 가는 한국인 몽땅 밥 해먹이느라 하루 두 솥의 밥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참다가 못한 남편으로부터 밍크 코트에 반찬냄새 배어든다고 구박구박 당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다가, 나중에는 이웃 ‘고려분식’에서 장사 방해 된다고 항의를 받기도 했다.


어떤 날은 음식 만들어 이 집 저 집 돌리다가 한밤중인 것도 잊은 채 벨을 눌렀다가, 자다가 문을 연 사람이 마구 화를 냈다는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이쯤 되면 ‘불치병’ 확실하다. 그러나 이럴 때마다 태연한 그녀의 항변은.

“외국서 살면서 그런 낙도 없으면 어찌 사누……”
이제 식품점까지 하고 있으니 널려 있는 게 야채에 음식 재료. 게다가 그이의 병을 자극하는 입덧하는 새댁, 갓 이민 온 기러기 엄마, 혼자 사는 총각, 유학생…… 주고 싶은 사람도 구색 맞춰 대기중이니 그녀 바람났다. 앗! 오타, 그녀 신바람 났다.

그이의 이런 ‘짓’은 인종불문, 국적불문, 국경을 넘나든다. 언젠가 그이에게 비지찜, 깻잎…… 얻어 먹으며 입덧 극복한 어느 새댁이, 친정엄마 친구들 앞에서 밴쿠버에서 살아남은 스토리를 들려주다가 생긴 에피소드가 있다. 급히 새댁의 말을 가로막은 좌중 가운데 한 사람이 “혹시 그 사람 불광동 동필이 엄마 아냐?” 물었다. 동필이는 92년도 미스코리아 진 유하영씨와 결혼해 토론토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그이의 큰 아들.

“하이고, 그 여자 젊을 때도 그러더니 나이 먹어서 지금까지 그 짓 하냐?” 했던 것.
그 짓! 조금만 몸이 아픈 척하는 사람을 만나면, 살짝 한국이 그리운 척만 하면 바로 발병한다. 이 사람 저 사람 손에 김치니 야채니 쥐어주다가 종업원에게 들키면 “아니야~ 저 이는 아까 돈 냈어~” 둘러대면서도, 딸에게 며느리 몰래 꼬깃꼬깃 모아 둔 쌈지 돈 쥐어주는 친정엄마처럼 ‘그 짓’을 멈추지 못한다.

이것이 또 한국인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냐. 그것도 아니다. 언젠가 문신의 상처가 벌겋게 부어 오른 외국아이들에게 상처가 나을 때까지 밥 해서 콩자반과 두부를 먹으라고 공짜로 싸준 일이 지역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실렸다. 이런 일이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한 두 번도 아니다. 그러니 근처 외국인들 사이에서 킴스 마트 ‘조그만 코리안 여자’는 유명인사다.

4대독자 집안 셋째딸인 그녀. 그 천덕이야 오죽했을까. 이름도 없는 걸 딱하게 여긴 동사무소 직원이 오래 살라고 ‘뿌리 근(根)’자를 넣어 ‘근녀’라 이름을 지어 주었단다. 이름이 좋았던지 친정어머니 손으로 살림 차려 준 씨받이와 같은 달에 이쪽에서는 아들을 낳고 그쪽에서는 딸을 낳고 자취를 감춘 뒤, 내리 다섯 아들을 낳은 친정어머니 이야기가 또 소설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흥미진진한 스토리는 다음 기회에……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손두부, 팽이·느타리·새송이·자연산 송이·흰송이·록키야생 버섯 등, 다시마, 무, 양파, 파, 당근, 마늘

■만드는 법
① 큰 냄비에 다시마와 무를 먼저 넣고 끓인다.
② 무, 양파, 당근, 파는 썰고 버섯은 먹기 좋은 크기로 찢거나 썰어 둔다.
③ 두부는 납작하게 썰어 노릇하게 구워낸다.
④ 1의 다시마와 무를 건져내고 소금과 마늘로 간을 맞춘 다음, 2의 야채를 보기 좋게 넣고, 두부를 한 켠에 넣는다.
⑤ 4의 재료 위에 버섯을 올리고 한소끔 끓인다.
⑥ 바글바글 끓어 오르면 마지막으로 송이버섯을 올려 바로 상에 올린다.

■ Cooking Point
① 두부는 노릇하게 지져서 요리하면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고 고소합니다. 두부조림도 마찬가지 입니다.
② 다시마 무 육수에 버섯과 두부, 야채로만 끓여야 진한 버섯 향과 깔끔한 맛이 납니다.
③ 육수에 미리 통마늘을 넣어 우린 다음 건져내도 국물이 깔끔합니다.

■ Cooking Tip
① 두부는 아침에 만든 손두부로 만들어야 더 고소합니다.
② 육수를 끓일 때 다시마는 듬뿍 넣습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