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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암선생 도자기! 막걸리를 품다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28 00:00

북치고 장구치고 "넘치는 정 ‘술~술~’ 술 넘어가네!"

"넘치는 정 ‘술~술~’ 술 넘어가네

얼큰한 것은 가끔이면 된다. 화끈한 맛도 가끔 그립다. 그러나 ‘훅’하며 코끝을 찌르는 시큼시큼한 누룩 향내가 가슴까지 짜릿하게 파고드는 우리네 막걸리 맛에 한번 빠지면 첫사랑에 달뜬 노총각마냥 날마다 그립다. 술은 술이되 막걸리는 그저 ‘막 술’이 아니다. 386세대들에겐 친구였고, 50대들에게는 그리움이며, 60대 어른들에겐 가난한 시절의 아픔이 소릇이 배어있다. 그런가 하면 30대들에겐 대학시절 선배 후배, 어중이 떠중이 다 모여 국가와 민족에 보탬되지 않는 인물들 안주 삼아, ‘맛’도 모르고 술잔 돌리던 청춘이 곰삭아 있다. 그래서 막걸리는 모두에게 짠한 ‘그리움’ 같은 거다.

▶‘북치고 장구치고’
지난 7월부터 머릿고기와 순대가 맛있다고 추천한 이는 세 사람. 이름도 초상권이라 하여 활자화 되는 즉시 소송 건다 협박해대는 이모 선생이 계셔서 생략하기로 하고, ‘손 없는 날’로 택일한 것이 마침 2007년 추석전야. 
“처음 추구한 대로 손님 맞을 준비가 시원치 않다”며 허락과 거절 사이 어중간하게 자리잡은 대답 한 마디 덜렁 던지고 잠잠한 주인. 그 허락 받은 다음 가려면 해를 넘길 폼이다.
막걸리 집 ‘때 빼고, 광내고, 치장’ 해 봤자 오색 불빛 반짝이는 ‘사이키’ 조명 설치 할 것도 아니고, 사방 거울 설치해 고객들끼리 ‘물 관리’ 할 일도 없을 터.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아쉬우면 아쉬운 대로 쪽 의자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어쩌다 어깨 부딪치면 그것도 인연이라 우기며 술잔 그득 넘치게 따른 술 한잔 권하는 게 막걸리 집 인심. 설마 들어 온 손님 밀어내기야 하랴 싶어 쳐들어 갔다.
캬~ 좋다. 이 사람 저 사람 등판에 시달려 절로 생긴 사람모양 흉터난 벽지는 없지만, 큼직하게 써 붙인 ‘왕대포’가 반갑다. 다닥다닥한 나무의자에 걸치고 앉아, 엉덩이 부딪쳐 ‘공짜 술’ 한잔 얻어 먹을 그런 분위기가 아닌 것이 아쉽긴 하지만 한지에 새겨진 ‘짝퉁’ 훈민정음 벽지만으로도 고맙다.
손님들과 주모(주방)가 소통할 수 있도록 홀과 주방 사이를 ‘뻥’ 뚫어 유리니 커튼이니 없애버린 창구도 속 시원하다. 음식점에서 손님이 주인을, 주인이 손님을 반기며 빈말이라도 ‘고기 듬뿍 주세요~’ 인사 나눌 수 있어야 사람사는 맛이 나는 법. 안쪽 조리실까지 훤히 들여다 보이는 이 집에서는 일단 ‘청결’ 그 한가지는 자신만만해 보인다.

◇ 도자기 항아리에 나오는 막걸리맛과 양은 주전자에 송글송글 이슬 머금고 나오는 막걸리 맛이 다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날 기분, 그리고 누구와 먹는냐에 따라 도자기  술 맛과  양은주전자에 담긴 술 맛이 달라진다.  

▶막걸리와 어울리는 안주
누군가는 “항아리에서 잘 익은 술을 대나무 채에 걸러낸 노리짱한 막걸리를 먹어 본 적이 없는 한국 남자들은, 대한민국에서 누릴 수 있는 풍류 하나를 놓쳤다”고 했다.
쌀로 빚은 막걸리에 돼지머리고기, 모듬전에 빈대떡, 양념두부, 사골우거지 국밥, 순대국…….
태생이 경상북도 저기 산골 출신이어서 그런가, 입맛이 영 촌스럽다고 흉봐도 할 수 없다. 토속적이다 못해 ‘컨추리 꼬꼬’인 입맛에는 먹고 싶은 것 투성이다. 쓸쓸히 추석명절을 보내는가 했던  위장에서는 다대기 풀어 얼큰한 순대국밥 한 그릇 먹고 싶다고 아우성이다. 이래서 우리는 고추장에 고추 찍어 먹는, 어쩔 수 없는 한국인이다.  
맛있는 음식 시켜놓고 기다리는 시간은 길기만 하다. 세상에서 제일 치사한 인간이 ‘남이 먹는 거 쳐다보며 침 흘리는 사람’이라는데 이를 어쩌랴. 옆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머릿고기 속에 하얀 오들뼈가 사람 참 치사하게 만든다. 그 맛이야 어떻든 짭조름한 새우젓에 살짝 찍어 오들오들 씹혀 들 머릿고기 생각만해도, 침이 ‘꿀꺼덕’ 넘어가게 만드는 때깔이 인격이고 뭐고 다 내팽개치고 싶다.  

▶도암 김정홍 선생의 도자기가 막걸리를 품다
차가운 이슬 방울 송글송글 맺힌 양은 주전자에 나오리라 생각했던 막걸리가 도암 선생이 정성 들여 구운 도자기에 찰랑찰랑 담겨 나왔다. 추석날에 맞춰 이 도자기에 담아 마시고 싶은 주인 등살에, 1200도 가마에서 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끌려 나온 도자기가 품고 나온 막걸리. 홀로 먹기엔 눈가에 어른어른 떠오르는 이들에게 미안하고 아무에게나 선뜻 내 놓기엔 아까운 맛이다. 막걸리 텁텁하다고 괄시하는 사람들. 어쩌다 한번 병아리 물 쪼아먹듯 마시고서 그렇게 평가했다면 섭섭한 일이다.
아, 이런 맛을 가진 막걸리를 두고 비타민이니 단백질이니 무기질이니 영양가 따위는 논하지 말자. 오다가다 마주쳐도 반갑고 좋은 사람들과 마주 앉아 한 잔 두 잔 몇 순배 돌리면, 그게 비타민이고 보약이다. 

◇ 퀴즈! 술잔을 든 저 손은 누구 손일까? 김밥 만들던 손, 도자기 만들던 손, 막걸리 만들던 손이다. 정답을 아시는 분은 ‘북치고 장구치고’ 주모께 말씀하시면 특별한 서비스가 있지 않을까?

▶청포묵, 모듬전, 순대국밥
도자기에 감탄하고 도자기가 품은 막걸리 맛에 취기가 오를 즈음, 드디어 청포묵에 모듬전이 나왔다. 뽀얀 속살을 드러낸 청포묵은 작은 간장소스를 동반하고 있다. 간장에 설탕, 마늘, 양파 넣고 끓여 달근달근한 맛이 나는 소스를 끼얹어, 청포묵 한 점을 입안에 넣고 보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풍기며 탱글탱글 씹힌다.
여기에 생선, 호박, 고기전이 소담스럽게 올려져 나온 모듬전. 무쇠 솥뚜껑 엎어 지푸라기 뭉쳐 기름발라 구워낸 시골 잔칫집 전 마냥 노릇노릇 맛깔스럽게도 익었다. 어떻게 뺐을까. 따끈한데도 번들거리는 기름기 하나 없다. 7월에 문을 열고 3개월 남짓한 시간에 이 집 안주인 갑자기 일취월장했을 리는 만무하고 워낙 솜씨가 있었던가 보다. 이런 솜씨로 곧 ‘홍어삼합’도 손님 상에 올릴 계획이라니 빌어마지 않는다.
“비나이다 비나이다! 부디 홍어 삭힐 ‘지푸라기’가 금값이 되지 않기를”.

▶‘북치고 장구치고’의 명품 ‘돼지머리고기’
돼지머리를 푹 삶아 뜨거울 때 살만 발라낸 다음, 식기 전에 재빨리 삼베보자기에 싸서 다듬이 돌이나 맷돌로 눌러 식혀 만드는 돼지머리고기. 이 돼지머리고기의 진미는 기름기 쏙 빠진 살 속에 오들오들 씹히는 오돌뼈가 나뭇잎처럼 쫀쫀하게 뻗어 육질이 단단한데 있다.
어쩌다 돼지 귀에 덜 뽑힌 돼지 털이 보송보송 그대로 있긴 해도 그게 또 이 머리고기를 먹는 ‘맛’이다. 특히 지방질 없이 얇은 껍질에 연골이 살겅살겅 씹히는 귀 부분이 압권이다.
전통방식대로 만든 것은 아니지만 ‘고기는 먹고 싶은데 돼지비계가 문제다’하는 사람들에겐 탁월한 선택.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고 끝없이 지갑만 거덜 낼 때, 속태울 것 없이 순대국밥 한 그릇을 시키면 그만이다. 뼈를 고아 구수해진 국물에 우거지 넣고 순대 듬뿍 넣어 파 송송 썰어 올려 나오는 순대국. 고향 생각나서 그 마음 달래려고 먹고나면, 고향생각이 더 간절해 진다. 가게 앞에 큰 솥 걸어놓고 부글부글 끓여대고 있을 순대국밥, 바로 그 맛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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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도자기 '나만의 술잔'

작은 술잔에 좋아하는 글귀나 이름을 써 놓고 가면, 며칠 후 세상에서 하나뿐인 나만의 막걸리 잔으로 변신해 있다. 진짜 도자기다. 벌써 개성 가득한 수십 개의 술잔이 장식장에 일렬로 줄 서 있다.5달러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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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시간  
    12:00 am~ 12:00 pm (연중무휴)
*주소   unit c-341 North Road
*문의   604-931-7400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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