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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름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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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07-09-20 00:00

探上婆訶山有懷
Valhalla Mt.에 올라 소회가 있어

浮雲世事吾無預 부질없는 세상일에 관심이 없어선지
隨時足携細竹藜 틈만 나면 대지팡이 집 나서면 그만이네
石路依微森林間 울창한 숲 사이의 돌길에 의지하면
萬樹遮日谷風洗 해를 가린 밀림이라 골바람에 씻기우네
群山爽氣滌客愁 온묏부리 상쾌한 기 이내 시름 씻어갈 때
幽逕狗花春方始 깊은 산길 개나무꽃 봄을 이제 시작했네
暫歇林下聽泉聲 그늘아래 잠간 쉬며 샘물 졸졸 들리나니
世少知音何有忌 알아주는 이 없어도 거리낄 것 무엇인가

丁亥陽六月二十八日與二人登小婆訶山途中暫歇林下有懷梅軒偶吟
6월28일 두 사람과 함께 Little Valhalla 봉을 오르는 도중 그늘에 잠간 쉬면서 소회가 있어 매헌은 우연히 읊다.

확실히 밴쿠버 주변의 수많은 산들은 한국의 산들과는 판이하게 다르다. 산세가 웅장하고 험준한데다 만년설이 항상 덮여있는 해발 2500m 이상의 백두산급 산들이 태평양 연안에 무수히 포진한 이곳 산들과 야트막한 산들이 옹기종기 모여 골짜기와 전답을 끼고 돌며 '아리랑' 곡선미를 자랑하는 한반도의 산들은 그 정서를 달리한다.

밴쿠버 주변산을 오르면 무뚝뚝하고 무정한 야성만이 묻어 나오지만 한국의 산들을 오르면 숭늉같이 구수한 인정 같은 걸 의식하게 되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천지창조의 현장감이 배어 있는 록키산맥의 하늘을 찌를 듯 솟아있는 장엄함에서 우리 인간은 초라한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기 십상이라 주눅이 들게 마련이지만 어머니 젖가슴같이 아늑한 한국산들의 품 속에 안기면 그만큼 친근감을 느끼기에 하는 말이다. 따라서 밴프나 자스퍼 국립공원을 자동차로 여행할 때는 반드시 베토벤 5번 교향곡 같은 것을 틀어야 제격이요, 한국의 설악산이나 지리산을 들어간다면 이미자의 ‘뽕짝’을 듣는 것이 정서에 맞다는 생각을 필자는 늘 피력해 왔고 주변의 수긍까지 얻은 바 있다.

우리 한국인들은 예민한 감수성의 소유자들이다. 다른 민족이 듣지 못하는 것을 듣고,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으며, 느끼지 못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감성이 풍부한 것도 산과 무관하지 않다. 끝없이 펼쳐진 황량한 평야의 만주벌판이나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사막에 사는 사람들이 활달한 기상과 진취적 대륙기질의 원천을 삼을 것이지만, 배산임수(背山臨水)하여 5000년 이상을 옹기 종기 살아 왔던 우리네 정서는 산이 무한한 영감의 원천과 발복의 근원이 될 수 밖에 없었다. 양지 바른 언덕에 집터를 잡는 것도, 이 땅을 살다가 묻힐 유택을 점지하는 것도, 산세의 흐름이 맺힌 혈에 고집하는 풍수학에 의존하였으니 산을 껴안고 살아가는 우리의 집단무의식이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러다 보니 한국은 아무리 작은 봉우리, 작은 산, 후미진 골짜기 하나까지 이름이 붙어 있고 거기에 얽혀 내려오는 애틋한 전설 하나쯤은 필수로 달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어떠한가. 한국에 비해 면적이 수십 배가 넘는 BC주에 있는 모든 산들이 이름을 가진 산은 별로 없다. 그것도 사람들의 발길이 닿은 곳만 이런 저런 사연으로 명명된 이름이 있을 뿐 나머지는 이름없는 등고선만 존재할 뿐이고, 사람의 발자국이 단 한번도 찍혀지지 않은 산들이다 보니 서먹서먹함이 절로 묻어나는 것이다. 그것도 산 이름이 몇 개를 제외하곤 죄다 외국어로 표시된 인명이다. 대개는 서부개척 시절 이곳을 발견한 항해사들이나 정치인들 이름이 대부분이며 인디언 원주민들이 붙여준 이름이 그나마 친근감을 더하고 있을 뿐이라 필자는 늘 산에 오를 때마다 이것이 유감이다.

어디 한국의 산 이름이, 아니 중국의 산 이름이 사람 이름을 딸 수 있던가. 동양은 산에서 받은 무한한 시적 영감이 있기에 감히 사람의 실명을 쓰지 않았다. 이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다. 우리가 잘아는 금강산이 계절을 따라 봉래(逢來), 풍악(楓岳), 개골(皆骨) 등으로 불린 것이 바로 시적 영감이요, 도솔산, 가야산, 오대산과 같은 이름은 득도의 경지에서 명명된 산이었으니, 이곳에서 사람 이름이 산 이름으로 회자되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문화의 천박성을 대변하는 것이며 제국주의의 식민주의적 잔재를 투영하는 것이다.

나도 중국인들처럼 라이언즈 마운틴을 사자산으로 부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그리고 그 옆의 Harvey Mt.을 음을 빌리긴 했지만 의미심장한 학비산(鶴飛山)으로 바꿔 한시의 제목으로 삼아보니 훨씬 친근감이 있었다. 그 밑의 Grouse Mt.은 'Grouse'가 산닭을 의미하며, 한문으로는 솔닭이란 뜻인 송계(松鷄)로 풀이되니, 솔닭산 또는 송계산으로 부르길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위의 Dam Mt.을 '제방산'으로, 그 너머 있는 Little Goat Mt.을 '소령산'(小羚山)으로 명명하여 사용하고 보니 훨씬 멋스럽고 친근감이 다가왔다. 산은 나의 영원한 친구라고 느껴져 7년 이상을 산행한 사람으로서 한번 부려본 객기지만, 눈에 거슬리지 않는 파격(破格)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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