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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활의 필수 양념 ‘기숙사 생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20 00:00

대학교 기숙사 24시 다양한 친구 사귈 수 있는 열린 공간

SFU 기숙사 주방에 모인 같은 층 학생들.

‘멀티컬쳐(Multiculture)’는 캐나다에 사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단어.  그러나 부모님과 함께 사는 1.5세, 2세 학생들이나 한국 문화 방식으로 사는 유학생들에게는 진정한 멀티컬쳐를 경험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하지만, 대학생활 중 멀티컬쳐의 맛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장소가 있으니, 그곳은 바로 대학 기숙사이다.

캐나다 대학 기숙사의 시스템과 시설은 학교에 따라 많이 다르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캐나다 기숙사는 보통 1인 1실로 배정이 되므로 개인의 프라이버시나 생활 습관이 존중되고 식당 혹은 부엌,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공유하면서 공동체 생활도 경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학교 안에 산다는 건 학교 밖에 살 때와는 다른 안정감이 있다. 함께 사는 “우리 모두가 학생” 이라는 사실은 서로에게 큰 위안이 된다.
학교 수업이 아직 끝나지 않은 오후 SFU 기숙사 내부. 벌써 개강한지 3주째에 접어들면서  숙제량이 부쩍 많아져 걱정을 하며 걸어가고 있는데 내 발소리를 듣고 열려있는 문밖으로 같은 층 친구들이 인사를 한다. 저녁에는 보통 모두들 문을 닫고 생활하지만, 낮에는 이렇게 활짝 문을 열어놓는 사람들이 많다. 학교생활에 대한 푸념, 교수님에 대한 평가, 요즘 듣는 노래들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 또 다른 한 친구가 우리 대화에 끼어들면서 그렇게 이야기꽃이 핀다. 한 층에서 산다는 것만으로도 동질감이 느껴지고, 그 느낌은 기숙사를 편안한 장소로 만들어 준다. 잠깐 쉬는 시간에도 방에 들어와 편안하게 책을 읽고 숙제를 할 수 있어 좋다. 학교에서 산다는 게 왜 좋은지 가장 많이 느낄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복도 사이를 좀 더 걸어가다 보니 각자 방문에 붙여 놓은 자기소개서들이 보인다.  학기가 시작되는 첫 주에 층별 미팅을 하며 적어냈던 자기소개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지나가다 보면,  몽고에서 온 유학생,  노르웨이에서 온 교환학생,  중국에서 온 대학원생 등 그 출신배경이 정말 다양하다. 내가 사는 곳은 코 에드(co-ed)층이라 남자 여자가 함께 층을 공유하고 있어 방문에 적어 놓은 학생들의 취미생활도 스케이트 보딩부터 퀼트까지 각양 각색이다. 전공 또한 수학, 철학, 영문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층에 모여 서로를 알아가며 산다는 것이 얼마나 훌륭한 기회인지 새삼 느낀다.

저녁 5시 즈음.  부엌에 들어가 보니 너도 나도 요리를 하느라 바쁘다. 비슷한 재료들, 버섯, 양파, 소고기를 가지고도 정말 다양한 요리가 탄생된다. 다이닝 홀에서 먹는 샌드위치나 파스타 저녁이 불편한 한국 학생들에게 권장할만한 부엌이 딸린 기숙사. 부엌이 딸린 기숙사에서는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요리할 수 있기에 돈을 절약할 수도 있고, 요리 실력도 늘릴 수 있다. 테이블을 보니 다른 문화의 향이 어우러져 사람들이 대화를 한다. 여행계획, 자동차 이야기, 쇼핑 이야기… 정말 대화의 주제가 다양하다. 하지만 그렇게 다른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어떻게 함께 생각과 느낌을 나누고 즐거울 수 있는지….

복도 벽면에는 외로운 사람들을 위해서 언제나 전화를 하면 누군가와 대화 할 수 있게 만들어진 “나이트라인” 포스터가 보인다. 학교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외로운 사람들이나 공부하면서 스트레스를 받는 학생들을 위한 배려다.  또 다른 창문에는 이번 주말 함께 축구를 보러가자는 큰 사인 업 종이가 붙어있다. 층마다 추구하는 것이 다르니 보통 층별로 활동하지만, 어떤 때는 다른 층의 사람들과 함께 볼링대항전 같은 이벤트를 갖기도 한다. 그리고 한주에 한번 정도 벌어지는 소규모 운동회는 기숙사 학생들이 모두 학교 체육관(Gym)에 모여 겨루는 각 층, 각 동의 자존심 대결이 되기도 한다.

하나둘씩 사람들이 잠자기 시작하는 밤 10시. 이제는 복도에서 떠들면 안 되는 콰이어트 아워(Quiet Hour)다. 화장실에 가니 비누칠한 얼굴을 수도 없이 마주친다. 한 층에는 남녀 공용 화장실과 아닌 곳이 있는데, 화장실을 깨끗이 써야한다는 문구가 군데군데 붙어있다. 우리의 층 대장인 시에이(C.A.:Community Advisor)가 한 달에 한번 있는 층 미팅 때마다 강조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서로 잘 자라는 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와 숙제를 한다. 그렇게 캠퍼스의 밤은 깊어가고, 환하게 켜진 기숙사 불빛을 보면 가끔 무엇이 젊음의 빛인지를 알 수 있는 것 같다.

삐걱거리는 책상과 불편한 침대를 사용해야 하는 기숙사. 하지만 그곳은 충분히 경험해 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이미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는 한국 학생들이라면, 마음의 문과 함께 방문을 활짝 열어 친구들을 맞이하는 것이 어떨까? 그리고 부모님이 해주신 따뜻한 밥과 깨끗한 집에서의 생활에 익숙한 한국 학생들도, 홀로 많은걸 해야 하지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숙사를 경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기숙사에 살 수 있다는 건 대학생으로서 누릴 수 있는 즐거운 권리요, 특권이기 때문이다. 

김윤하 인턴기자 (SFU 신방과 4년) yka22@sfu.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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