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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안 먹는 아이들에게 최고랍니다”-야채해물라이스 부침개 & 피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10 00:00

강 진 씨 (뉴웨스트민스터)

◇  남편 직장따라 밴쿠버 입성한지 2달 남짓, 따끈따끈한 이민자 강진씨 가족. 그녀의 레서피 원고를 다 써 놓고 사진 설명을 쓰려고 보는데 그녀가 딱 전화를 걸었다. 울먹울먹하는 목소리로 “좀 더 멋진 레서피 다시 할께요”한다. 숨김없고 솔직한 그녀, 그래서 조금은 살쪄도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 여자가 있는 법이다.

외국에서 살아가면서 꼭 로또 터지지 않아도 즐겁고 신나게 살면 그게 ‘대박’이다. 밴쿠버 입성한 지 두 달 남짓 한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인생 뭐 별거 있으~” 싶다.

누군 외로워서 눈물 찔끔거리며 이 집 저 집 살림살이 얻고 주워 모양새 갖추는 데만 1년 걸리더만, 부지런하고 뜀박질 잘하는 만능 스포츠 우먼 그녀. 벌써 세간살이에 구색까지 맞춰 놓은 걸 보니 참 신통 방통하다. 게다가 교회 성가대 지휘자로, 또 아줌마들의 뱃살, 허벅지 살을 책임지겠노라며 댄스체조교실을 열고, 이민생활 힘들다고 어지간히 겁을 줘봐도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깔깔대는 그녀. 간, 쓸개, 외로움…… 이민자에게 영양가 없을 모든 ‘우울 재료’는 몽땅 한국에 두고 온 게 분명하다.

그녀를 만나면 주변부터 살피게 된다. 시선 상관없이 까르르 웃어제끼는 웃음소리에 학생들 가르치던 칼칼한 목소리가 시끄럽다고 돌 날아 올듯 해서다.

어디 그녀의 쾌조가 그뿐이랴. 평생 단 한번만으로 가문의 영광(?)인 밴쿠버 조선일보 지면에 벌써 두 번씩이나 이름을 올렸으니 이만하면 밴쿠버 이민, 참 잘 왔다. 성공이다.

But~ 대박 난 그녀가 내 놓은 레서피. 어째 쪽박에 가깝다.

“너무 간단해서 그냥 오늘 뭐 해먹을까 고민하다가 찬밥 남은 걸로 금세 만들어 먹을 수 있는 반짝 ‘아이디어’를 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안될까요? 아니다! 밥 안 먹는 애들한테 밥, 야채, 해물 한꺼번에 몽땅 먹일 수 있는 좋은 아이디어죠?”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늘 이런 식이다. 그래서 유쾌하다. 멍석 깔아 놓고 가만가만 다루어야 하는 한 떨기 코스모스 같은 여자들보다 훨씬 쿨~ 하다. 그래서 또 ‘쪼까’ 빤빤스럽기도 하다는 것. 말을 꾸미거나 둘러대지도 못하니까 혼자 이랬다가 취소하고 번복하고 …… 이런 게 그녀의 매력이다.

아무튼 그녀! ‘나만의 레서피’ 사상 최악의 토막 레서피 하나 달랑 내 놓고, 사상 최초로 일가족이 지면 하나 차지한 기록적인 레서피 주인공이다. 양심은 있으니 미안해 하는 그녀를 보며 ‘괜찮아요.’ 이런 위로는 절대 하지 않았다. 실컷 미안하도록 방치했지만 그래도 절대 타격 받지 않을 튼실한 자존심 풀어헤치고 금방이라도 ‘맞아 맞아’하면서 깔깔 웃어 젖힐 것만 같다.

해서 입술을 깨물고 허벅지를 꼬집으며 모른 척 했더니 기분 나쁘게 성격 좋은 그녀. 정말 어느새 미안함 홀랑 까먹어버리고 앨범 꺼내와서 코앞에 들이댄다. 태어나서 가장 예뻤던 순간을 자랑하며 현재 ‘이기적인 몸매’의 무너진 자존심을 어떻게든 회복해 보고 싶은 뻔한 제스처지만 봐주기로 했다. 요즘 개 자랑, 손주 자랑하려면 돈 내야 한다는데 아줌마들 처녀적 몸매자랑엔 ‘더블더블’ 받으면 무지 수지 맞을 텐데.

앗! 그런데 앨범 속 그녀, 가관이 아니다. 보통은 결혼 전 날씬했던 사진 보여주면서 “아~ 옛날이여!” 옛 시절 타령에 빠지는 게 상식이건만, 이 아줌마는 못생긴 사진들만 골라서 상대가 놀랄수록, 실망할수록 즐거워 꼴깍 숨이 넘어간다. 아이 둘 낳고 무려 30kg 늘어난 몸무게가 한때 80을 넘어섰단다. 터질듯한 뺨에 팔뚝 하나가 웬만한 건축현장 아저씨들 팔 두께와 맞먹는 사진, 뜀박질로 몇 달 만에 수십kg을 뺐다고 하지만 지금도 그리 날씬하진 않다. 그녀와 기자가 만나게 된 이야기가 또 베스트 감이다.

“저… 이민 온 지 한 달도 안되어서 아무것도 몰라서…… 친구도 음꼬, 갑갑해서 전화 걸었는데……”

원고마감에 쫓겨 숨 넘어가는 금요일 오전, 밴조선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는 그녀. 너무 바쁜 나머지 신분을 밝힐 시간적인 여유도 없고, 설명할 겨를도 없는 탓에 무조건 다음날 만나자고 약속 해 놓고 끊었다. 훗날 그녀 이런 고백을 했다.

“저…… 사실은 약속하고 밤새 한잠도 못 잤어요. 남편도 누군 줄 알고 나가냐고…… 어디 데리고 가서 납치되는 거 아니냐고…… 해서 혹시 내가 2시간 이상 연락 없음, 찾아 나서라고 했었어요.”
푸~ 착각은 공짜라더니, 아니 납치범들이라고 생각 없고 눈도 없을까. 끌고 가기도 힘들고 밥만 많이 축낼 덩치 큰 아줌마를 어디에 쓸라고 데려간대? 면박을 주었더니 모기소리만하게 다시 하는 말.

“혹시 양파까거나 오이지 댓돌로 쓸라구 데려갈지…… 우째 알아요.”

차라리 돌을 쓰고 말겠지!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 재료
찬밥 1공기, 샐러리 다진 것, 날치알, 냉동 모듬 해물, 밀가루, 달걀2개, 소금 후추 외 냉장고에 남은 모든 야채

■ 만드는 법
① 해물은 깨끗이 씻어 물기를 제거하고 약간의 분량만 잘게 다져놓고, 김치도 다진다.
② 밀가루에 계란과 물, 다진 해물을 먼저 넣어 해물향이 밀가루와 섞이도록 반죽한다.
③ 2에 날치알과 나머지 해물, 김치를 넣고 살살 뒤집듯 반죽을 한다.
④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손바닥을 펴 보았을 때 따끈한 기운이 올라오면 적절하다.
⑤ 프라이팬 위에 먹기 좋은 크기로 반죽을 떠놓고 밥알이 빠지지 않도록 꼭꼭 눌러주면서 윗 부분에 물기가 꾸덕 해지면 뒤집는다.

강 진 주부의 한마디!

■ 조리 포인트
밀가루 반죽을 할 때 처음 해물을 약간 다져서 넣으면 훨씬 강한 해물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 Cooking Tip
① 완성된 부침개에 살짝 스파게티 소스나 케첩을 발라 피자 치즈를 얹고, 전자레인지에 한번 돌리면 아이들이 아주 좋아하는 피자 맛도 즐길 수 있어요.
② 찬 밥이 있으면 냉장고에 남은 야채와 해물 등 모든 재료를 넣고 응용해도 좋아요.
③ 밥을 싫어하는 아이들에게 밥과 야채를 모두 먹일 수 있어 편식하는 아이들 간식으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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