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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우! 슬로~~~~ 우! 퀵퀵!“숯불 삼겹살 줄까! 새우 줄까?!”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9-07 00:00

회전구이가 담백하고 맛있는 집 ‘먹자골’

우리가 날마다 먹고, 끼니 때마다 먹고, 사이사이 또 먹는데도 질리지 않는 음식 재료가 있다면, 쌀 그리고 고기가 아닐까. 질렸다 싶어도 양념에 따라 또 불의 세기나 숯의 재료, 구워내는 방법만 바꿔도 전혀 다른 맛을 내는 고기. 시시각각 천차만별로 변덕을 부리는 사람들의 간사한 혀끝 하고는 궁합이 맞아 떨어진다. 온갖 고기와 해물을 긴 쇠꼬챙이에 끼워 벌겋게 달아 오른 숯불 사이에 올려 놓으면, 단박에 지글지글 고기의 기름을 쏙 빼내는 회전숯불 바비큐. 기름기 하나는 기가 막히게 뽑아낸다. 밴쿠버에서 최초로 등장한 ‘먹자골’의 ‘회전숯불 바비큐’는 맛은 물론 다이어트, 건강에 대한 염려는 뚝!  그러나 잊지 말자. 구울 땐 슬로우~~~ 슬로우~~~~ 먹을 땐 퀵!퀵!

■ 상술?

 “아고! 한국 사람들한테는 안 맞어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돌판에 빨리 삼겹살 후다닥 구워서 먹어야 좋아해요.”
그 말은 맞다. 하지만 ‘먹자골’에만 설치되어 있다는 그 회전숯불 바비큐 구이 맛좀 보자고 했더니 주인 김철씨가 대 놓고 거절 비슷한 만류를 한다. “1박2일 동안 익더라도 기다리겠노라” 했지만 손까지 저으며 펄쩍 뛰는 주인. 필시 무슨 거절하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 해서 어깨너머로 슬쩍 주방 안을 훔쳐보았지만 세 사람이나 되는 일손이 그렇게 바빠 보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네’ 쉽게 지나쳐 지질 않는다. 이미 호기심에 불을 당겼으니 끝을 봐야 할 듯. 양념한 고기도 아니고 생고기를 꼬챙이에 끼워 숯불에 구워먹는 것에 다른 특별한 이유가 숨어 있을 턱이 없다.
강력히 반대하는 주인이 있다면 더 끈질긴 손님도 있기 마련. 이겼다. 그렇게까지 해서라도 꼭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건, ‘슬로우 푸드’가 이유라면 그 시간이라도 꼭 확인해보아야만 할 것 같은 의무감 같은 것이 발동해서다. 사람이란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고, 먹지 말라고 하면 더 먹고 싶어 지는 법. 그렇다면 고도의 상술?

■ 천천히->후다닥

괜한 호기심만 키워 맛에 대한 기대치만 하늘을 찌른다. 고기가 빨리 나오지 않아 은근히 허기가 지면서 ‘빨리’나와서 ‘빨리’ 익혀서 ‘빨리’ 먹어보고 싶어진다. 고기보다 먼저 빨갛게 불꽃이 하늘거리는 숯불이 먼저 나왔다. 테이블 중앙 바비큐 기계 두껑을 열자 중앙에 숯불이 놓여지고 양쪽으로 고기를 올려놓을 수 있게 만들어져 있다. 숯불이 올려지고 잠시 후 긴 꼬챙이에 꼬불꼬불 하게 끼워진 삼겹살과 갈비살이 나왔다. 종업원이 꼬챙이를 가로질러 올린 다음 다시 기계 두껑을 덮었다. 중앙에 원으로 동그란 파여진 툴 아래서 빙글빙글 돌아가며 고기가 익는 모습이 보이고, 중앙에 된장 뚝배기가 올려졌다.
“느긋하게 기다려야 됩니다.”
종업원까지 나서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겁을 주는데 도대체 몇 분이나 걸리길래.
“올리고 나면 5분만에 구워지지만, 여러 사람이 올 경우 한꺼번에 올려 구울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어서 판에 구워먹는 삼겹살처럼 한꺼번에 사람들이 나눠 먹을 수 있는 양이 되지 않는 거죠.”
진즉 그렇게 설명을 해주지……
고기는 금세 지글지글 소리 내며 익어가고, 된장찌개는 보글보글 끓기 시작했다. 추천자와 일행 ‘빨리 빨리’를 좋아하는 우리 민족성이 비빔밥을 만들고 고기든 해물이든 무조건 보자기(?)에 싸서 먹는 쌈을 만들어냈다는 둥, 기다리게 해서 ‘시장이 반찬’ 전략인 서울 어느 식당이 갑부가 되었다는 둥 고기보다 잡담이 먼저 무르익고 있었다.

◇ 회전숯불구이가 무조건 0순위. 조금 기다릴 각오는 필수. 깐풍기는 말린 고추 썰어 넣어 매콤하고 깔끔한 깐풍기가 다른 집들과 차별화  된 맛을 낸다. 밴쿠버에서 원조라는 감자탕도 구수하고 은은한 맛으로 시골스러운 특별한 맛이 담겨있다.

■ 짜잔~~~ !! 드디어 노릇한 삼겹살이……

쨔잔~! 드디어 종업원이 중앙에 올려진 된장 뚝배기를 내리더니 두껑을 열었다. 바비큐 기계 아래 열을 식히기 위해 부어 둔 물 위는 기름기로 ‘물 반, 기름 반’이다.
새로운 꼬치를 올려놓고 다시 두껑이 닫히고 구워진 고기가 불 판 위에 놓여 졌다. 기름기 쏘옥 빠진 삼겹살. 기름이 많은 부위를 집어 기름 장에 찍지 않고 귀퉁이를 살짝 깨물어 질감을 느껴보았다. 예전 어릴 때 신나게 먹던 불량식품 ‘쫀드기’처럼 쫄깃 거리는게 두께까지 얇아 입안에서 살살 돌아다닌다. 타지도 않았으면서도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고기가 고소하다.
굳이 쌈이나 파채, 무 보자기(무 쌈)따위는 별로 생각나지 않는 고소함과 담백함. 삼겹살이 담백하다고 하면 썩 믿기지 않을 테지만 정말 담백하다고 표현해도 불만 없을 듯 그런 맛이다. 한참을 그렇게 삼겹살에 빠져 있으려니 중앙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찌개에 눈이 간다.
멀건해 보여 맛에 대한 썩 기대치가 없었던 이 된장찌개 참 희한하다. 된장은 된장인데 순두부가 통째로 들어 있어서 ‘순두부된장찌개’라고 해야 할 이 된장 맛이 또 고기 맛을 압도한다.
된장과 순두부를 함께 끓이면 두 가지 재료의 궁합이 맞느니 안 맞느니 시비는 마시길! 손 없는 날 잡아 끓인 것도 아니고 어느 날 갑자기 찾아가 시킨 찌개인 만큼, 특별한 비법 가미한 것도 아닐 터. 그 깨끗하고 개운한 맛에 고기 맛, 살 맛 난다. 

■ 120여가지 메뉴, 그 가운데 진짜 맛은?

한식당 ’먹자골’ 메뉴는 무려 120가지? 만약 메뉴판 끝자리 숫자까지 몽땅 주문이 가능하다면 무려 120가지의 메뉴가 줄지어 서 있다. 이렇게 많은 메뉴 가운데 맛을 보증할 수 있는 진짜 ‘맛’을 찾아내기란, 해변에서 잃어버린 반지 찾기와 별 다르지 않다. 
한식당마다 그 집만의 맛있는 메뉴를 찾아내어 전달하기 위해 찾아 나선지 1년. 내가 선택한 모든 메뉴가 다 맛있기를 간절히 소망하지만 그건 대체로 욕심이란 걸 독자도 기자도 이젠 알고 있는 사실. 두 세가지 확실한 맛만 건지면 대성공!! 물론 기사가 나간 후 그 마저 점점 후퇴하는 맛으로 실망시킨 집도 개중엔 분명 있었던 슬픈 과거사를 떠올리면 더욱 ‘다부진 검증’을 하고 말리라 긴장하고 받아 든 먹자골의 음식들. ‘먹자골’에서도 세가지를 건졌다.
기다림이 다소 지루할 지라도 회전숯불 바비큐는 ‘0’순위. 그리고 감자탕, 깐풍기, 손칼국수다.  돼지껍데기는 미리 주문해야 사전 제작이 가능한 메뉴.

*영업시간  
    11:00 am ~ 12:00 am (연중무휴)
*주소   4992 Newton St. Burnaby
*문의   604-436-5005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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