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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슨 사막을 지나면서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23 00:00

過土蕪遜草原有懷
톰슨 사막 초원을 지나며

漠北蕭條行路難 황량한 사막북쪽 길은 멀고 험한데
馳輪登眺渺茫間 차를 몰아 바라보니 온 사방이 아득하네
萬頃蓬草炎日灼 쑥대풀 만이랑이 태양은 작열하고
一條塵路透荒原 황톳길 외길 하나 거친 황야 뚫고 가네
極目溫城何處是 밴쿠버는 어디메뇨 눈을 들어 응시하니
蒼天砂丘大江連 푸른 하늘 사막언덕 큰강으로 이어졌네
方是浩氣無滯碍 지금 나의 호연지기 거칠 것이 없지마는
廻望西南雲更遠 서남쪽을 둘러보니 구름은 더욱 멀어

丁亥陽六月三日與金君過土蕪遜草原而有懷 梅軒作詩
정해년 6월 3일 김군과 함께 톰슨 사막 초원지대를 지나며 소회가 있어 매헌은 시를 짓다.

필자는 자동차 여행을 좋아한다. 북미지역은 비행기로 날아가 둘러보는 것보다 아예 집에서부터 자동차를 몰고 몇 날 며칠 엉덩이가 뻐근해지도록 운전하며 목적지에 도착하는 편이 진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2박3일이나 3박4일형 관광 패키지 여행은 단체행동을 해야 하니 자유나 프라이버시가 없을뿐더러 구경이라는 것도 한꺼번에 많은 것을 보려니 '눈도장 찍기' 관광에 다름없으니 하는 말이다.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장거리를 이동하는 휘발유 비용이나 숙식비가 단체여행보다 결코 저렴할 수 없어도 그냥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은 충동이나, 타고난 집시(gypsy) 기질은 식간과 돈이라는 경제원칙을 거부하기 때문이다.

여행은 집을 나서는 순간부터 시작된다. 지도를 보며 미지의 땅을 향하기가 무섭게 사방으로 시원하게 전개되는 풍광 속으로 내가 빨려 들어갔다가 다시금 새롭게 전개되는 풍경 밖으로 빠져 나오는 듯한 느낌의 끝없는 기복이 바로 자동차 여행의 백미인 것이다. 마치 흥미진진한 70mm 총천연색 시네마스코프 개봉 영화를 하루 종일 즐기는 것과 진배없으니 장거리 운전의 피로나 졸음이 발붙일 틈이 없는 것이다. 좀 쓸만한 자동차라면 승차감이 쾌적하기 이를 데 없고 손가락 하나로 온갖 기능의 조작이 가능하다. 운전대에 가만히 앉아 있으면 자동차가 하루 종일 운전자를 제왕처럼 모시는 착각이 들 정도이니 솔직히 말해 차에게 미안한 느낌도 없잖아 있는 것이다. 이민 32년 동안 나의 손을 거쳐간 자동차의 수가 벌써 8대에 이르고 거의 수명을 다할 때까지 뛰었으니 장거리 여행 등으로 혹사를 시킨 주행거리가 대당 평균 20만 km를 상회했던 계산이 나오니 여행으로 소모한 주행거리가 족히 100만 km는 넘었을 것이다. 토론토 시절의 장거리 여행은 차치하고, 87년 토론토에서 밴쿠버로 전 가족이 이사올 때 나는 비행기 대신 이제 태어난 지 7일밖에 안된 우리 막내를 포함한 다섯 가족을 회유하여 대륙횡단 자동차 여행을 택한 것도 나의 역마살과 무관하지 않다. 그 이후 그랜드 캐년이나 로스앤젤레스, 샌프란시스코, 멀리는 멕시코 국경까지는 물론이요, 옐로우 스톤을 포함한 중부내륙까지 나는 자동차 바퀴자국을 남겼고, 94년도 여름엔 백야(白야)와 극광을 보기위해 2주일이 걸리는 알래스카 하이웨이를 주행하여 주도 앵커리지까지 가족여행을 다녀왔으니 이런 것도 관록이라면 관록일 것이다.

끝없는 삼림지대와 호수 그리고 빙하산으로 이어지는 서부캐나다의 전형적인 풍광도 볼만하지만 정말 해볼만한 여행이 있다면 사막지역 자동차 여행이다. 사막은 무의 세계이며 절대 고독의 세계이다. 나무하나 풀 한 포기 자라지 못하는 불모의 모래언덕과 하늘 그리고 작열하는 태양만이 존재하는 그 총체적 황량함(total bleakness)은 녹색의 풍요(rich greenness)만 선호하는 인간이 한번쯤은 체험해야 할 과제상황이라 할만하다. 사막은 죽음의 세계이며 녹지는 생명의 현장이다. 전자는 수직적 무한이요, 후자는 곡선적 유한이다. 죽음만이 있는 것 같고 절대적 고독만이 존재하는 사막에 단 1분만 서있어도 누구를 막론하고 절대자를 찾게 되고 의식하게 된다. 유대광야에서 40일간을 방황한 인간예수도 사막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 중동지역의 사막문명이 유일신 사상을 갖게 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반면에 눈만 뜨면 온갖 생명이 약동하는 푸른 들판, 푸른 산, 푸른 나무만 대하는 사람들은 계절의 어김없는 순환을 통해 시간을 의식하니 온갖 생명을 가능케 한 뿌리의식이 강할 수 밖에 없어 쌀농사를 짓는 동아시아 문명의 조상숭배적 유교사상이 정착된 것은 아닐까.

사막문명이 초월적 미래를 지향한다면 유교문명은 합리적 현실을 추구한다. 우리는 결국 눈에 보이는 현실만이 지고의 가치로 믿고 살 수밖에 없는 동물인지도 모른다. 교회나 사찰이 존재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일깨우기 위함이다. 우리가 보이지 않는 세계의 존재를 인정하고 미래지향적이 되기 위해서는 가끔은 사막의 고독을 되씹을 수 있는 자아를 의식하는 일이다. 그 물리적 사막이 밴쿠버에서 네 시간 정도만 달리면 나온다. 한 번쯤 사막여행을 다녀오면 무언가를 느끼고 돌아오기 마련이다.

나는 2박 3일에 걸쳐 카누를 내 트럭에 탑재하고 후배 한 사람과 함께 낚시 여행차 사막을 종횡무진하며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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