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친구! 기억 하나? 국민학교시절 노란색 양은 ‘벤또’"-단성사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8-13 00:00

단성사. 한국 최초의 상설 영화관 이름을 음식점 간판으로 내건 집. 밴쿠버 다운타운 뷰트거리에서 잉글리쉬 베이를 향해 걷다 보면, 왼쪽에 새까만 간판 하나가 보인다. 단성사다. 밥 집인가 해서 메뉴를 골라 시키려고 고개를 들면 나 술집! 시위하듯 여기 저기서 술잔을 기울이는 손님들이 눈 앞을 가로막고, 술집인가 해서 다시 안주를 고르고 나면 나 카페!라고 불쑥 나서는 분위기가 있다.  도무지 이거다 아니 저거다 딱 꼬집어 말할 마땅한 단어가 없다. 교실 칠판에 쓰인 떠든 사람 이름에 나무 책걸상을 본뜬 테이블, 기본 컨셉은 추억이다.

◆ 술집이야? 밥집이야?

추천인은 손때 묻은 나무책상에 양은 도시락 ‘밴또’를 까먹고 싶은 난로와 백묵으로 낙서 할 수 있는 칠판, 껍질 귀퉁이가 솜털 보송보송 해진 고전 LP레코드 판, 옛 추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추억’이 컨셉인 한국음식점이라고 했다. 그러나 씩씩하게 앞장서서 기자를 데리고 찾아 간 단성사는, 오래 된 레코드 판도 보이질 않고 어째 썰렁한 분위기다. ‘어! 이게 아닌데’ 하는 표정이 역력해진 추천인, 성질도 급해서 연신 주인을 찾았지만 “좀만 조금만 더 기다리라”는 대답만 돌아오고, 기다리는 사이 이곳 저곳 기웃거렸다.
실내는 한층을 두 개로 나눈 복층 형태로 오밀 조밀하게 나누어진 공간이 여럿 보이고, 개별적인 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 방은 확실히 예전 초등학교 교실이 컨셉인 듯, 태극기와 급훈이 앙증맞게 걸려 있다. 그 아래 칠판에는 하얀 분필로 ‘떠든 사람’ 이름이 적혀 있고, 어릴 적 수업이 끝나면 선생님이 사용하던 자투리 꼬마 백묵으로 칠판에 신나게 낙서하던 추억이 떠올라 슬며시 웃음짓게 한다. 

◆ 밴쿠버에서 가장 예쁜 음식점 주인

‘좀’ 기다리면 나온다던 ‘사장님’은 한 시간이 지날 즈음 드디어 왔다. 그러나 입구를 둘러봐도 ‘사장’스러운 사람은 보이질 않고, 힙합 바지에 모자를 푹 눌러쓴 주인의 막내딸만 서 있다. ‘누굴 놀리나’ 슬며시 짜증 모드로 돌입할 즈음 그 딸이 급히 나섰다.
허어, 아무리 작은 음식점이라고 해도 주인 딸까지 ‘주인행세’ 하면 심하다 싶은데, 다시  ‘제가 주인’이라고 나섰다. 유학 와서 몇 년간 단성사의 단골이었다가 올해 7월에 아예 이 집을 인수하고 경영자로 나섰다는 것. 임미소씨 였다. 이제 스물XX, 밴쿠버 음식점 주인 가운데 최연소일 듯.
메뉴판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간 그녀가 주방장을 대동하고 다시 나타났다. 이 주방장 얼굴이 또 어디선가 본 듯, 본 듯…. 그랬다. 8년 전 다운타운에 ‘고추사랑’을 처음 오픈했고, 얼마 전 ‘신포우리만두’ 취재를 하며 만났던 그 주방장이다. 

◇ 서울 인사동 ‘학교종이 땡땡땡’의 옛 추억 컨셉을 그대로 따라 해 놓은 ‘단성사’는 벽이나 의자에 손님들의 낙서가 편안함을 준다. 통두부 튀김과 두부조개탕, 회무침, 낙지소면 등의 메뉴가 추천 메뉴. 그러나 잉글리쉬베이를 다녀오는 길에 들러 서울 인사동 분위기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

◆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신포우리만두’ 음식들이 대체로 깔끔하고 담백하면서 맛있던 것을 감안하면, 단성사 음식이 최소 ‘악’소리 나는 맛은 아니란 것이 입증된 셈. 어느 날 갑자기 마법에 걸려 황금 손으로 변한 마이더스가 아니라면, 사람 손맛은 크게 변하지 않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제 ‘단성사’는 큰일 났다. 주방장의 전 근무지를 공개해버렸으니 독자들은 양단간 결정을 할 것이다. 다운타운 ‘신포우리만두’ 음식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있는 사람이라면 독자들은 여기서 덮어버릴 것이고, 반대로 기자처럼 맛있던 기억이 전부였던 독자는 구구한 설명을 생략해도 안심하고 찾아 올 것. 제발 후자 이길 바라는 고사라도 지내야 하지 않을까. 하지만 비록 후자라 해도 손맛 재 검증은 피해갈 수 없다. 메뉴판에서 다른 음식점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름이 혹시 있는가 기말시험지 보듯 꼼꼼히 살폈다. 

◆ 똑 소리 나는 주인의 소신을 믿어보자

닭발이 없는 게 아쉽지만 닭똥집+소주에서 소주 빼고 닭똥집, 회 무침, 멍게, 두부 조개탕, 통 두부튀김. 주인 임미소씨가 단골손님일 때 즐겨 먹었다는 흑염소탕은 다음기회로 미루고 보기 드문 이름만 찍어서 시켰다. 
요즘은 손님을 감동시키는 시대가 아니라 ‘뻑’가게 해야 하는 ‘황홀시대’라는 예쁜 주인은 어려보이는 겉모습과 달리 주인으로서 그 각오는 무섭기까지 하다. 음식은 푸짐하기만 해서 먼저 질리게 하는 것 보다, 기분 좋게 먹을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맛이 절로 난다는 소신이 칼칼하다. 똑 소리 나는 주인의 소신을 믿고 일단 다양하게 시켰다. 예산은 둘이서 30달러 내외.

◆ 닭똥집, 회 무침, 통 두부튀김, 멍게!

닭똥집 볶음부터 나왔다. 양파와 대파를 섞어 익어도 입안에서 사각사각 씹히는 맛이 살아있어야 하는 닭똥집. 보통은 안주로 시키지만 한국 전철역 앞 포장마차가 몹시 그리울 땐 밥을 시켜 두부조개탕 국물에 먹어도 또 별미다. 국물이 맑고 깊은 맛을 내는 두부 조개탕은 뽀오얀 국물이 속을 시원하게 한다. 둘이서 한 그릇만 시켜도 서로 눈치 보느라 조개껍질 집적거리며 헛 수저질 하지 않아도 될 만큼 푸짐하게 들어있다.

◆ 단성사 추천메뉴

단성사의 별미를 꼽으라면 무엇보다 ‘통 두부튀김’을 가장 위에 올릴 수 있겠다. 두부 한 모 중앙에 큰 칼집을 낸 다음 노릇노릇하게 사방을 지진 다음, 참기름 깨소금 양념장 끼얹어 나오는 통 두부. 단순한 조리법에 ‘이게 뭔 요리야?’ 퉁명스런 눈길로 한 입 먹고 나면 그 눈길 민망스럽게 만든다. 고소하고 부드러우면서 가격도 저렴하니 더 ‘착하게’ 느껴진다. 얼핏 두부만 있으면 집에서 쉽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하기 쉽지만, 집에서 절대 흉내 불가한 독특한 맛이 있다. 아마도 고온에서 순간에 튀겨내는 온도 때문 아닐까 싶다.        
또 하나의 추천 메뉴는 회무침과 멍게다. 새콤달콤한 참치회 무침은 사각 대며 씹히는 오이와 양념 맛이 골뱅이와 비슷하지만 생각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이는 상큼함이 있다. 그런가 하면 향긋한 향이 목 줄기까지 짜릿하게 만드는 멍게는 가끔 물이 좋지 않을 때는 품절될 때도 있지만 이색적인 메뉴다.

*영업시간  
    4:30 pm ~ 2:00 am (월요일 휴무)
*주소   1221 THURLOW ST.
*문의   604-609-7095
             604-306-5267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버나비 디어 레이크 밤낚시
이견이 많겠지만 고국의 낚시인들은 낚시방법 중에서 대낚시를 사용한 붕어낚시를 가장 고상한
캐나다 부동산 경기와 금융위기(하)
캐나다 6대 은행 중 하나인 캐나다은행(National Bank of Canada)이 이번 서브프라임 사태로 불량채권이 된 20억달러어치의 비금융권 보증 채권(non-bank asset backed commercial paper)을 자사 자산으로 구매를 했다. 캐나다은행이 고객의 돈을 이 금융상품에 넣었는데 이...
라이온스클럽 봉사상 받은 이영은양
유학생활하며 봉사 활동…올 가을 유펜 진학 밴쿠버에서 오랜 유학생활을 마치고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유펜)에 입학하게 된 이영은(영어이름 루이스 리)양은 국제라이온스 클럽이 청소년들에게 수여하는 멜빈 존스 펠로우상을 받고 올해의 회원(Leo of the year)에...
한인사회 주역 될 ‘86년생’의 과거와 미래
창간 21주년을 맞은 밴쿠버 조선일보와 함께 태어나고 자라 온 1986년생들. 이들이 거쳐 온 사회상을 되짚어보고, 미래의 주역이 될 이들의 고민과 바램은 무엇인지 진단해본다.
베스트셀러 소설 영화로 만든 ‘내니 다이어리’
스칼렛 요한슨 주연의 새 영화 ‘내니 다이어리(The Nanny Diaries)’는 20, 30대 여성들을 타깃으로 하는 ‘칙-릿(Chick-lit)’ 영화다. 지난 해 개봉된 비슷한 성격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워낙 폭발적인 흥행 성공을 거뒀기 때문에 ‘내니 다이어리’가...
BC주정부가 마련하고 있는 보안강화 운전면허증(Enhanced Driver’s Licence) 제작은 재검토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글로브 앤 메일은 사설 ‘A licence to complicate’에서 “미국 국경을 넘기 위해 여권을 소지하는 것은 번거로운 일이지만 BC주정부가 추진하는 대안도...
BC자유당“유례없는 호황” 경제 성과 강조 BC신민당“분배 이뤄져야…최저임금 10달러로”
주 4일 근무제이면서 한 달에 한 주는 쉬는 직장. 학생도 아니면서 6월부터 9월까지는 공식일정이 없는 직장. 바로 BC주의회다. 올해 5월 31일 휴회에 들어간 BC주의회는 10월1일 개회해 11월 29일까지 올해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고 1월 30일부터 내년 2월 중순까지 또...
수속기간은 2년 이상 걸려
캐나다 전문인력이민의 추세가 ‘선취업 후이민’ 형태로 변하고 있다. 최주찬 웨스트캔 이민컨설팅 대표는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1년간 주한 캐나다 대사관을 통해 모두 503건의 전문인력이민 신청서가 심사됐다”면서 “약 76%인 386건이 승인되고 117건은...
한국인들이 반한 생갈비 맛 ‘로얄 서울관’
예로부터 신선로와 탕류, 너비아니 구이와 같은 고급 일품요리에 길들여지며 지순한 세월을 살아 온 우리 한국인들의 입맛을 따라 올 민족이 또 있을까. 쇠고기를 단순히 소금 후추 등 밑간 해서 소스에 찍어 먹는 서양사람들이 아무런 재료 가미하지 않고...
PNE(Pacific National Exhibition) 축제 1
8월 18일부터 9월3일까지 열리는 PNE(Pacific National Exhibition)축제는 조용한 밴쿠버에서 보기 드물게 ‘보고 즐기고 놀 거리’가 풍성한 대표적인 행사다.  밴쿠버시는 이 행사를 위해 400만달러를 투입했다. 1년에 한 차례 열리는 밴쿠버시의 가장 큰 가족놀이...
북미 정상회담장 시위 관련 노조 대표 주장
퀘벡주 경찰이 폭력시위를 조장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물의를 빚고 있다. 20일 퀘벡주 몽테벨로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장 앞에서 벌어진 시위와 관련해 시위를 주도한 통신·에너지·제지 노조는 당시 시위대 앞에 서서 검은 옷을 입고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채...
밴쿠버 시청은 23일 “내근직 공무원을 대표하는 캐나다공무원노조(CUPE) 15지부에 5년 계약에 봉급 17.5% 인상 협상안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15지부는 시청이 제시한 협상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며 “협상을 통해 최종 합의가 이뤄지길...
이미현 주부 (밴쿠버 웨스트 거주)
처녀시절 결혼하면 “하다가 하다가 정말 먹고...
필자는 자동차 여행을 좋아한다. 북미지역은 비행기로 날아가 둘러보는 것보다 아예 집에서부터
◆한국무용 춤사위에 빠져 시작 강렬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텅 빈 듯 조용한 공간에 음악이 흘러나오고, ‘찰그랑 챙챙’ 검이 부딪치는 날카로운 쇳소리에 음악이 흡수되며 쌍검을 휘두르는 무용수들의 손끝에서 쌍검무의 화려함이 살아난다. 소리와 울림,...
‘Back To School’ 이렇게 준비하자
개학을 2주 앞에 둔 현재, 이제 학교에 가야 할 준비를 시작해야 한다. 교육관계자들과 청소년 전문가들의
각양각색 자원봉사, 목적 따라 선택 가능
여름방학도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캠퍼스로 돌아가기 위한 새 학기 준비가 한창이다. 이번 학기에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다짐으로 충만하다면, 공부만이 아닌 더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는 것은 어떨까? 희망하는 직업에 대한 정보도 미리 얻고 잊지 못할...
한국에 있는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며 수년간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한 미국인 교수가 최근 “한국이 아시아의 중심이 아닌 이유”라는 제목의 칼럼을 한 영자신문에 기고했다. 그는 자신이 은행에서 외국인으로서 차별 받았던 일화를 이야기하며 한국은...
BC아동병원, 비만치료 프로그램 제공
최근 20년간 3배 가까이 늘어난 비만아동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캐나다 연방정부가 운동 프로그램에 대한 세금 공제 제도를 내놓으며 아동 비만에 대한 문제를 사회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2005년에 나온 캐나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캐나다 어린이 3명 중 1명이...
英 이코노미스트지 선정…토론토 5위
밴쿠버가 영국 이코노미스트(Economist)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world’s most liveable city) 1위에 올랐다. 토론토는 5위로 평가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전세계 132개 도시가 조사대상이 된 이번 리포트에서 밴쿠버가 범죄율과 테러 위험이 낮으며 교통 및...
 1431  1432  1433  1434  1435  1436  1437  1438  1439  1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