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화려한 포장(1)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31 00:00

황우석 박사 논문 사기극 이후에 또 다시 세상 사람들이 웃지못할 희극이 신정아 가짜 박사학위 파문을 통해 일어났다. 이 사건을 다룬 신문들은 그녀의 “화려한 포장술에 당했다”라고 대문짝만하게 보도했다. 그리고 정말 황당한 것은 신정아씨가 갖고 있는 예일대학 박사학위만 가짜가 아니라 학사, 석사 학위도 다 가짜라는 것이 드러났다는 사실이다. 나같이 한국에서 별로 알아 주지 않는 워터루 대학(학사)과 토론토 대학(대학원)을 ‘쌍 코피’흘리면서 졸업하고 밴쿠버에서 학원장으로 영어를 가르치는 사람은 신씨의 ‘화려한 변신술 또는 화장술’이 ‘부럽기’까지 한 것은 웬일인가?

어쩌다가 오래 전에 같이 공부하던 친구 교수들을 만나면 그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모른다.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인지 아니면 박사 학위를 마치지 못한 한이 맺혀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가끔가다가 박사 논문 준비하는 꿈을 꾼다. 한국에서 선교사로 8년간을 봉사할 때 많은 목사, 선교사, 대학교수들과 같이 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리고 혹시나 어떤 사람들이 컨퍼런스나 회의 장소에서 나를 다른 사람들에게 ‘김두제 박사’라고 소개하면 반드시 나는“저는 아직 학위는 받지는 못했으니까 김두제 박사는 아닙니다”라고 멋쩍게 웃으면서 정정해준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수군거린다.

필자는 대학과 대학원에서 20년간을 온갖 학사· 대학원 과정 공부를 마치고 한국에서 선교사로 대학에서 “선교영어”과목을 강의하면서, 지난날의 삶이 고달프고 힘들고 어려웠어도 조금만 더 참고 박사학위를 끝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얼마나 바보같은 후회를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는 가짜 엉터리 박사학위를 갖고 지금도 내로라하는 국공립·사립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는 사람들이 생각 밖으로 아주 많다는 것이다. 지금도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유럽의 유수한 대학을 졸업했다고 하면서 가짜 내지는 엉터리 박사·교수가 얼마나 판치는지 모른다.

토론토에서 나와 함께 한때 친했던 한국의 어느 유명한 의과 대학 교수는 자신이 받은 박사학위는 사실 자신이 공부해서 얻은 것이 아니라 교수를 하기 위해서 박사학위가 필요하기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조교들을 통해서 대충 리서치해놓고 외국 논문 여기저기 베껴서 짜깁기한 것이기 때문에 외국에 내놓을 만한 논문도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사실 외국에서 정말 고생해서 박사학위를 얻은 사람들을 볼 때 기독교인으로서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래도 자신의 명함에 찍혀있는 K 대학교 박사학위를 “엉터리”박사학위라고 고백할 수 있는 그 교수가 고맙고 얼마나 자랑스러웠는지 모른다. 영어 대화 실력이 좀 부족해서 그렇지 내가 보기에는 정말 실력있고 어느 누구보다도 공부를 많이 하는 능력있는 교수라고 본다. <계속>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