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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든 얼음 그릇, 과일이 탱탱~!!”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28 00:00

이완숙 주부(랭리 월넛그로브 거주)의 얼음그릇

◇  딸의 성화에도 염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운 하얀 단발머리가 이제는 트레이드 마크가 된 이완숙씨. 살림이라면 어떤 것 하나도 소홀한 구석이 없다.

지난 봄, 하얀 찰떡에 까만 콩이 송송 박힌 따끈따끈하고 쫄깃한 콩찰떡을 순식간에 만들어내던 이완숙씨. 메이플리지 삼순이네는 그 레서피대로 콩찰떡 시도했다가 쪄도 쪄도 떡이 될 생각은 않고, 끝까지 하얀 가루로 버티는 쌀가루와 씨름하다가 끝내 쓰레기통에 버렸다던가.

하지만 버릴 때 버리더라도 한번쯤 전화 걸어서 “아니! 레서피 대로 했는데 어째 떡이 안돼요?” 표독스럽게 쏘아대면, 성깔 까칠해 보이긴 해도 인간성 하나는 솜사탕같은 담당기자 숨도 못 쉬고 레서피 주인에게 전화 연결했을 터. 그렇게 이완숙씨와 연결되었다면, 그녀는 분명 이렇게 말했을 게다.  

“어머! 이를 어째~ 쌀가루는 두 종류가 있는데 예~ 떡 쌀가루는 예~ 냉동 쌀가루로 해야하고 예~ 첨엔 레서피보다 절반의 양으로 연습 떡 해봐야 성공하지 예~~ 첨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딨노~ 아이 참~~”

가짜 학위가 이슈인 요즘, 서울말씨 끝에 ‘예’만 붙인다고 경상도 사투리가 되는 게 아니라고 했건만, 능청스럽게 가짜 사투리 구사해가며 설명해주었을 것. 그래도 가만히 들어보면 독학으로 공부한 그 경상도 사투리가 꽤 매력적이다. 하긴, 서울에서 30년 살아도 서울말 안 되는 경상도 여자 앞에서, 경상도에서 두 시간 이상 체류해 본 적 없다는 서울여자가 독학으로 그 정도의 사투리 구사하는 것만도 대견하다. 하지만 독학 한 티 내지 않으려면 서울말 끝에 ‘예~~’ 소리 붙일 때 “그 콧심은 좀 빼야 경상도스럽심더. 알겠능교!”

이완숙씨. 포트랭리에서 남편과 함께 운영하는 일식집이 휴일인 월요일에 레서피를 하기로 철떡같이 약속해 놓고, 월요일 아침 고명딸 주리의 생일이라 키칠라노 해변을 간단다.

대학생인 딸과 엄마 아빠가 이 집처럼 똘똘 뭉쳐 ‘쏘’다니는 집이 또 있을까. 세 사람의 생일은 물론이고, 밴쿠버조선일보 주말 판에 나오는 레저기사는 몽땅 스크랩 해 휴일이면 달려가고, 부부의 결혼기념일에도 셋이 뭉쳐 외식하고 선물사러 다니는 가족. 그것도 모자라 딸의 겨울 방학에는 가게 문을 아예 닫아버리고 한달씩 해외로 떠난다.

“대학생인 다 큰 딸 생일에 엄마 아빠가 그렇게 끼고 도니까 애인이 없죠.”
목구멍까지 올라 오는 이 말을 꾹 참고, “재미있게 놀다 오세요” 말하고선 화요일 저녁 6시로 미뤘다. 그러나 화요일엔 갑자기 취재약속이 생겨 어쩔 수 없이 금요일로 또 미뤄졌다. 드디어 금요일, 랄라룰루 떠나는 5시에 전화를 걸어 온 그녀. 왜 오지 않느냐고 닥달해댔다. 무슨 말씀!! 약속은 6시라고 기자의 수첩에 딱 메모도 되어 있음은 물론, 40대보다 30대가 기억력이 낫다고 윽박지르기 까지 하면서 밀어붙였다. 그녀가 삐쳤다. 헛~ 삐치려면 이쪽이지 그쪽이 아닌데. 증거를 보여줘야 꼼짝 못할 모양이다.

집 앞까지 나와서 하얀 단발머리를 단정하게 뒤로 묶은 그녀가 손을 흔들며 반긴다. 인사 대신 수첩부터 코 앞에 들이밀었다. 

“봐요~…… 봐……”  어! 누가 언제 남의 수첩 스케줄을 제 멋대로 고쳤을까. 4시! 자필로 선명하게 쓰여있다. 말문이 딱 막힌다. 

“저기……가서…… 꿇어 앉을까요?”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그녀. 무척이나 억울했다며 마치 누명 쓰고 갇힌 옥중에서, 서방님 만나 풀려 난 춘향이 마냥 즐거워한다. 이때부터 집안을 또 거덜내기 시작했다. 냉장고에 있는 먹을 거리란 먹을 거리 죄다 꺼내 놓더니, 더 이상 꺼낼 게 없을 즈음 김치냉장고를 뒤져 오이지를 비닐에 담아 건네준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먹을 간식까지 챙겨 쥐어주는 그녀. 식당운영도 바쁘고 힘 들 텐데 그새 또 아기자기한 부엌 살림이 늘어나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알뜰하고 부지런한 것 하나는 정말 당할 자가 없어 보인다. 그러게 그녀를 추천한 사람이 ‘저 여편네는 당할 수가 없다’고 했을까.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과일 얼음그릇]

■ 재료
크기가 다른 법랑그릇 2개(플라스틱이나 스테인리스 용기도 가능), 블루베리 or 크렌베리, 모양이 예쁜 오렌지, 약 800g 돌 2개, 500g 돌 1개(±10g).

■ 조리 포인트
무게가 800g짜리 돌과 작은 돌을 함께 준비하면 그릇과 그릇의 공간 조절이 쉽다.

■ Cooking Tip
① 평소에 알이 작아 먹기 곤란한 블루베리와 크렌베리를 냉동해 두었다가 이용하면 좋다.
② 과일은 색깔이 예쁜 것으로 조합하면 여러 가지 과일 얼음 그릇을 만들 수 있다.
③ 얼음그릇은 사용하기 전 꺼내두고 잠시 기다리면 투명해져 더 예쁜 그릇이 된다.
④ 좋아하는 과일을 이용해서 과일을 먹은 뒤 얼음 그릇 속의 과일을 꺼내먹어도 재미있다.

■ 만드는 법

① 오렌지는 똑 같은 두께로 예쁘게 썰고, 블루베리나 크렌베리를 씻어 둔다.
② 큰 그릇을 놓고, 오렌지를 일정한 간격으로 깔아 준다.
③ 큰 그릇 위에 작은 그릇을 놓고, 그릇과 그릇 사이에 크렌베리나 블루베리를 넣는다.
④ 두 개의 그릇 위에 약 800g 무게의 돌을 얹는다.
⑤ 그릇과 그릇 사이 공간에 물을 부어 작은그릇이 살짝 떠오르게 한다. (작은 그릇이 많이 뜰 경우 완성된 얼음 그릇의 아래 두께가 너무 두꺼워지므로, 작은 그릇과 큰 그릇의 높이를 맞추면 적절한 두께)
⑥ 작은 그릇이 큰 그릇 높이를 넘지 않도록 작은 돌을 하나씩 추가해서 높이를 맞춘다.
⑦ 냉동실에 넣어서 3일 이상 두면 단단한 냉동그릇으로 완성. 여름철 과일과 수박 화채 그릇으로 안성맞춤이다.

[초 간편 검은콩국수 만드는 법]

■ 재료
검은 콩, 땅콩, 소금

■ 조리 포인트
불린 콩은 5분 이상 삶으면 고소하고 깔끔한 맛이 사라진다.

■ Cooking Tip
콩을 갈 때 땅콩이나 호두, 검은 깨, 잣을 함께 갈면 고소함이 색다르다.

■ 만드는 법

① 콩은 하룻밤 불린 후, 냄비에 정확히 5분간 삶는다.
② 콩을 믹서에 넣고, 소금과 땅콩, 검은 깨를 함께 갈아 준다.
③ 면을 삶아 예쁘게 담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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