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이민자에게 영어는...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24 00:00

이민자에게 영어는 선택이 아니다(2)

대부분의 사람들은, 적절한 대가 없이 무엇인가를 그냥 쉽게 얻으려고 하는 것처럼 영어도 그냥 어떻게 살면서 쉽게 대충되겠지 하는 망상 또는 욕심에 사로 잡혀있는 것 같이 보인다. 영어를 공부해 본 사람은 잘 알겠지만 영어 공부를 별로 안 했는데도 어느 날 갑자기 영어를 잘 구사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 역시 30년 전에 이민와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니 영어를 잘 구사하기 위해서 보통 사람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어려움과 고통을 감수했다. 어렵사리 대학교에 들어가면 모든 고생은 끝이 나고 멋진 대학생활이 시작되는 줄 알았지만 대학생활은 한마디로 “지옥”과 같은 날들이었다.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대학 공부를 한다는 것이었다. 밤낮으로 공부하고 주중과 주말에 밤새도록 공부를 해도 끝이 없었다. 나의 캐네디언 친구들은 단 몇 시간 걸려서 끝낼 수 있는 간단한 리포트도 나는 몇 날 며칠이 걸려야 겨우 끝낼 수 있었고, 시험과 에세이를 준비하는 것은 한마디로 끔직했다. 나의 책들과 노트는 늘 코피로 얼룩져 있었고 가끔 가다가 피로해서 책상 위에서 졸면서 “하나님… 나 그냥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라고 혼자 기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공부하면서 나도 모르게 영어 실력이 자연스럽게 쌓였고 그 후에는 영어를 잘 구사할 수 있게 되었다.

종종 내가 얼마나 피눈물 나게 영어를 공부했는지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영어에 천재적인 소질이 있다고 칭찬하는데 나는 절대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이 정도의 영어 실력을 갖고 살아온 것은 첫째로 하나님의 은혜고, 둘째는 30년 이상의 피눈물나는 노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도 나는 영어를 열심히 공부한다. 예를 들면 길가다가 모르는 단어나 문장이 나오면 손바닥에 써보거나 그것도 여의치 않으면 통째로 외워버린다. 지난 주에 한국에서 오는 손님을 공항에서 기다리는데 생각보다 한 시간 이상 더 걸렸다. 그때 나는 공항 간판에 써있는 잘 모르는 단어와 문장 5개를 열심히 외우고 있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전혀 눈치 못 채도록 손가락으로 유리창에 대고 쓰면서 입으로 열심히 읽고 또 읽고 완전히 외울 때까지 했다.

강물에 빠져 위험한 순간에 911에 다섯 번이나 전화하여 “Water… Help”라고 하면서 돌아가신 그 분은 어떤 생각을 하였을까…그리고 영어로 자신의 위치와 상황을 설명할 수 없어서 죽어가는 그 순간에 그분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 자신이 영어를 잘 구사하지 못해서 자신만을 평생믿고 살아온 부인이 물에 빠져 죽어가는 그 순간, 그분은 어떤 느낌을 갖고 있었을까? 아마도 “왜 내가 평소에 영어를 잘 배워 놓지 않아서 이런 비극적인 삶을 맞을까?”라고 죽어가는 순간에 후회하지 않았을까 추측해 볼 수가 있다. 만일 그분이 캐나다와 미국에 살고 있는 이민자들에게 꼭 한마디 한다면 “여러분 제발 영어 못해서 나와 같은 비극적인 삶을 살지 마세요…”라고 유언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어를 잘 구사해야 행복하게 잘 살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지난 번 2006년 캐나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영어를 잘 구사하는 이민자와 못하는 이민자들의 삶에 많은 차이가 있다고 했다. 경제적인 면에서 현격한 차이가 있을 뿐 아니라,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 자녀의 미래까지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고 말하고 있다. 캐나다에 이민 온 이유가 무엇인가. 그리고 아직까지도 영어를 잘 구사하지 않아도 “행복”하게 잘 살 수 있다고, 건강하고 행복한 자녀의 미래를 과연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 혹시 우리들의 “게으른” 생각과 삶이 우리를 이 사회에서 영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삼류 이민자로 살아갈 수 밖에 없도록 만들어 간다면, 또한 그래서 우리의 생명보다 귀한 자녀들이 캐나다에서 온갖 불이익이나 무시를 당하는 낙오자가 된다면 과연 우리는 어떤 무엇 때문에 이민을 왔는가?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