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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빙수“수은주랑 힘겨루기 하는 너! 더위! 한판 붙자”

밴쿠버 조선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07-07-20 00:00

‘보란 드시’ 카페

거짓말쟁이들이야! 밴쿠버는 뭐 한여름에도 25도를 넘지 않는다구?  지난 주 37도 폭염은 웬일이야? 10년 만에 처음 찾아 온 이상기후라고도 말 하지 마. 못 믿겠어. 근데……그렇게 숨막히는 더위가 괴롭히는 여름철에 생각나는 거 없어? 그래 그거! 팥빙수!!! 맘씨 좋은 주인은 유리그릇에 소복하게 쌓인 눈가루를 손바닥으로 한번 콕 주저앉혀 덤으로 얼음 2배 주던 팥빙수. 팥 듬뿍 얹어 노란 연유, 우유, 빨강 파랑 노랑 색소물 찍 뿌려서 미숫가루 솔솔 뿌려 나오던 그거. 수저로 살살 뒤져보면 쫀득한 찰떡 조각에 말랑 말랑한 젤리도 들어 있었지?”

■ 빙수의 원조 팥빙수!

예전 학교 앞 구멍가게에는 여름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해서, 여름철이면 ‘배탈 난다’며 못 먹게 하는 엄마를 조르다가 매를 벌어주던 기계. 군데 군데 벗겨진 파란 페인트 칠한 기계 위에 사각 얼음덩이 올려 놓고 손잡이를 사정없이 돌리면, 드르륵~~ 소릴 내며 눈꽃 같은 얼음 가루를 소복하게 떨어뜨려 금세 그릇에 볼록하게 쌓였다. 사달라고 조를 때마다 엄마는 대장균 벌레(?)가 우글댄다고 했지만, 벌레를 본 적이 없어 유독 팥빙수만 ‘불량식품’으로 낙인 찍은 엄마가 미웠다.
그래도 잔꾀를 부리면 먹을 수는 있었다. 집에 손님이 오는 날을 기다렸다가 손님이 가고 나면 종아리 몇 대 맞을 각오를 하고, 울며 불며 ‘쌩쇼’를 하면 사줄까 말까 그랬다. 운 좋게 팥빙수를 얻고 나면, 입술을 오므렸다 늘렸다 할 때마다 입술이 쩍쩍 들러 붙으며 달달한 뒷맛이 느껴졌다. 요즘처럼 예쁘게 치장한 모양도 아니고 생 딸기나 아이스크림도 없었지만, 한 그릇 비우고 나면 머리 끝이 쭈볏쭈볏하게 곤두서는 시원함에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았다.

■ 저 카페는 뭘 먹고 살지?

평일에도 저녁시간이면 손님들로 가득 차는 이곳은 평일과 낮 시간에는 텅텅 비어 있는 편이다. 그래서 이 집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저 카페는 뭘 먹고 살지?” 걱정하는 사람과 “저 집은 맨날 손님이 북적거리네?” 라고 생각하는 두 부류로 나뉜다.
“진짜 뭐 먹고 살아요?” 물었더니, 총각 주인 이윤석씨가 피식 웃더니 “낮에만 이 앞을 다니시죠?” 되묻는다. ‘손님 없어 걱정된단 말이죠?’ 하는 뉘앙스다. 감췄다고 생각했던 본심을 쉽게 들키고 살짝 미안해 진다.
카페 안은 제법 넓다. 게다가 시선을 차단하는 장식하나 없이, 일정한 높이로 맞춘 의자 등받이와 나뭇결을 살린 큼직한 테이블까지 심플하고 시원하게 탁 트였다. 시선을 분산하지 않고 게임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로 꾸며져 있다.
차를 마시려면 게임 하는 학생들이 많이 찾는 저녁시간을 피하 는 게 좋다. 젊은 손님들이 질러대는 응원과 탄식으로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영 마뜩찮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인 불러서 “조용히 시켜달라” 요구하고픈 충동이 회오리처럼 일더라도 꾹 참자. 차라리 그 분위기를 즐기며 한 10년 젊은 기분을 느껴보는 것도 젊어지는 비결이다.

◇ 작은 사진 액자와 손님들의 사진으로 장식한 인테리어가 전부인 카페 보란드시는 노스로드 선상에 있다. 총각 사장 이윤석씨가 3년째 운영하고 있는 이 집은 갖가지 빙수와 리조또, 미국에서 배웠다는 맛있는 녹차 버블티가 있다.

■ 빙수 빙수 빙수. 가슴속까지 시원하다

메뉴는 간단하다. 팥빙수, 과일빙수, 녹차빙수, 수박빙수, 녹차과일빙수. 빙수라 이름 붙은 것들만 집합! 일렬횡대로 줄을 세웠다. 빨간 수박에 노란 후르츠를 흠뻑 올리고 갖가지 멋을 낸 과일빙수와 팥 앙금이 듬뿍 올려진 팥빙수, 시원한 수박이 그득한 수박빙수…. 형형색색 저마다 맛과 시원함을 뽐내지만 아무래도 빙수의 지존은 팥빙수다. 그러나 연둣빛 고운 색깔로 사람을 살살 유혹하는 건 녹차빙수다. 
고운 녹차가루가 올려진 빙수 어디에 숟가락을 꽂아야 할지, 높게 치솟은 얼음 산을 살살 달래듯 저었더니, 연둣빛 녹차 아이스크림이 얌전하게 가라앉는다. 모양새가 다소곳한 색시마냥 곱다. 한 숟갈 퍼 올린 수저 가득 팥 앙금에 까만 색 버블, 펄이 찹쌀떡과 함께 담겨있다. 집에서 직접 만든다는 찹쌀떡은 차가운 얼음 속에서 잔뜩 움츠려 들어 쫀득쫀득하게 씹힌다. 녹차빙수가 어느새 아이스크림까지 녹아내려, 이것저것 내용물 뒤져가며 먹느라 정신이 없다. 그 ‘고비’만 넘기면 녹차아이스크림의 달콤함과 녹차 향이 그대로 얼음 속에 깔려 있어 다 먹을 때까지 행복하다.   

■ 팥, 찹쌀떡 집에서 직접 만들어

이 카페에서 빙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다. 첫째 순수한 팥빙수를 시킬 것. 그리고 찰떡은 콕콕 눌러 빙수 바닥으로 다이빙 시켜두었다가 떡이 쫀쫀해 지면 건져 먹을 것. 셋째 팥을 추가로 시켜 듬뿍 올린 다음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총각~ 엄마가 만드신 떡이 그렇게 맛있다면서요? ”
한마디면 꼼짝없이 가져다 줄 것. 
 
■ 미안합니다…

“아줌마 24명이 와서 빙수 4개 시켜놓고, 덜어 먹을 그릇 달래서 숫자대로 드렸더니 물 12잔을 달래요. 물 12잔 드렸더니 그 중에 8분이 또 더운물로 달래요. 어른들 제발 들어오시는 숫자대로 좀 시켜주세요.”
ㅋㅋ. 듣는 족족 이 아줌마 가슴에 비수를 꽂는다.
“그리고 툭하면 ‘팥이 왜 이래 적어?’ 하시면서 사람 마음을 먼저 상하게 만들어요. 그러시지 말고 ‘팥 넉넉히 주세요’ 한마디면 되잖아요. 또 드시다가 모자라면 더 달라고 해도 되는데,  무조건 미리 더 달라고 해 놓고 남기시는 분들도 있어요. 학생들은 정확하게 말하기 때문에 빨리 알아들을 수 있는데, 어른들은 무작정 그러시니까 혼나는 느낌만 들고 멍해 질 때가 있어요. ”
카페를 경영하는 주인이 어른이었다면 같은 아줌마 앞에서 차마 말하지 못했을 이야기를, 솔직하게 털어 놓는 총각 사장 이윤석씨. 말 나온 김에 몽땅 고해성사하고 털어버리라고 부추겼다.
“요구할 것이 있으면, 주인 불러서 먼저 혼부터 내시면서 싸우는 듯 큰소리 내지 말고 좋게 말씀 하시면, 무엇이든 ‘네’하고 달려가 해결 해 드리겠습니다.”

*영업시간  
    12:00 noon ~ 2:00 am (연중무휴)
*주소   4035 North Road
*문의   604-444-4263

이재연 기자 jy@v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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