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흥미로운 영화로 빽빽한 올 여름이지만, 온 가족이 각각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영화를 하나만 고르라면 서슴없이 이 영화를 추천하겠다. 픽사(Pixar)의 여덟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 ‘라따뚜이’(Ratatouille).
단순히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가족 영화라는 뜻이 아니다. 파리 최고의 요리사로 등극하는 생쥐와 인간 콤비의 성장 드라마로 요약될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가‘최고의 영화’로 동의하는 작품들이 지닌 미덕을 예외 없이 갖추고 있다. 쉽고 명쾌한 드라마이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몇 번의 반전으로 2시간 동안 객석을 들었다 놓더니,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부터는 다양한 성찰을 시작하게 만든다. 미천한 신분이었던 요리사 콤비의 성공에 스스로를 겹쳐놓으며 느꼈던 스크린에서의 대리만족은, 점차 현실에서의 자신의 삶에 대한 각성과 교훈으로 편안하게 옮아간다.
‘라따뚜이’는 원래 프랑스 남부 시골마을 사람들이 먹는 소박한 채소 스튜의 이름. 하지만 쥐(rat)와 휘젓다(touille)의 합성어로 상상력을 확장한다면, ‘요리하는 쥐’인 주인공 레미가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중의적 제목이다.
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버려진 쓰레기 음식이나 훔쳐 먹으며 살고 있는 가족들과 달리 레미는 “내가 먹는 음식이 나라는 존재를 규정한다”고 믿는 오만한 자부심의 소유자. 냄새만으로 쥐약 탄 음식을 골라내는, 놀라운 후각과 미각을 지녔다. 당연히 그의 존경 대상은 “누구나 요리사가 될 수 있다”고 말하는 전설의 요리사 고(故) 구스토. 쥐로 태어난 주제에 넘볼 것을 넘보라는 아버지와 동생의 충고를 뒤로 하고, 레미는 구스토의 숨겨진 아들 링귀니를 만난다. 여드름투성이의 이 청년은 안타깝게도 요리에 대한 재능이라고는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평범한 존재. 이제 이 매력적인 생쥐와 인간 콤비는 파리에 자리잡은 구스토 레스토랑의 후계자를 꿈꾸며 주방 한 켠에서 은밀한 협력을 시작한다.
얼룩 묻은 앞치마와 잘린 대파의 단면으로 대표되는 생생한 질감의 비주얼, 센 강과 평행하게 벌어지는 주인공들의 질주와 추적신, 그리고 무엇보다 분주한 주방에서 벌어지는 요리의 향연을 놀라운 속도감과 리듬감으로 빚어낸 장면들은 대중영화로서 ‘라따뚜이’를 더욱 빛나게 한다.
음식은 일하기 위해 먹을 뿐이라고 믿는 부모 세대와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간극, 개인의 야망과 가족에 대한 의무 사이에서 갈등하는 장남의 고민, 누구나 예술가가 될 수 있다고 믿는 평등주의자와 모두가 예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믿는 엘리트주의자의 해묵은 논쟁까지, 이 흥미로운 영화는 우리의 매일매일 일상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과 고민, 그리고 철학적 주제를 나직한 목소리로 질문하고 있다.
어수웅 기자 jan10@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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